철강 산업 온실가스 배출량, 국가 전체 대비 17%
수소환원제철 기술 도입과 그린수소 활성화 필요
‘그린철강위원회’ 출범...2050년 탄소중립 공동 선언 발표
“그린수소 생산 위해선 재생에너지 비율 높여야”
유럽, 철강·자동차·전력회사 간 탄소중립 협력 본격화

2021년 2월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철강 분야 탄소중립을 위해 주요 철강기업 및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그린철강위원회’를 출범했다.(포스코 홈페이지)/그린포스트코리아
2021년 2월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철강 분야 탄소중립을 위해 주요 철강기업 및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그린철강위원회’를 출범했다.(포스코 홈페이지)/그린포스트코리아

철강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산업 부문 중에서 가장 많고 전체 국가 배출량 대비 1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가 ‘그린철강위원회’를 출범하고, 주요 철강기업들은 2050년 탄소중립을 공동 선언하는 등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탄소중립을 위한 철강 생산 방식의 변화, 수소환원제출 기술 도입 등을 위해서는 그린수소를 활성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유럽에서처럼 철강과 자동차, 전력회사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철강 산업 온실가스 배출량, 국가 전체 대비 17%

철강 산업을 포함한 산업 부문의 배출량은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 7억 137만tonCO2eq의 55.7%를 차지한다. 철강 산업은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1억 2,061만tonCO2eq으로 산업 부문 중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업종이다. 철강 업종은 철강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철강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산업 부문 배출량의 31%,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7%를 차지한다. 또한 전체 철강 업종의 온실가스 배출량 중에서 포스코(66.8%)와 현대제철(25.0%)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92%에 이른다. 

철강 제품 생산을 위한 조강 기술은 크게 고로-전로 방식과 전기로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고로-전기 방식은 용광로에 철광석과 코크스, 석회석 등을 투입하여 쇳물을 만들어 철강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철광석과 코크스를 원료로 선철을 생산하므로 불순물 함량이 낮은 고품질의 제품을 대량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하고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을 더 많이 배출한다는 단점이 있다.

전기로 방식은 철스크랩(고철)을 전기로에 투입하여 이를 전기 아크열로 녹여 쇳물을 만드는 방식으로, 고로-전로 방식보다 설비 투자비가 적게 들고 제조 소요 시간이 짧아 수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전력 소모량이 많고 고로-전로 방식의 제품보다 품질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 고로-전로 방식, 전기로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4.4배 많아

한국철강협회의 철강 생산량 통계를 보면, 국내 조강 생산 규모는 2011년 이후부터 전 세계적인 공급과잉의 영향으로 연간 약 7,000만 톤 수준에서 정체하다가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감소하면서 6,700만 톤으로 하락하였다. 국내 총 조강 생산량 대비 고로-전로강의 비율은 2014년 이후 67~69%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7년 고로-전로 방식의 조강 생산량 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2.0tonCO2eq이고, 국내 전기로 방식의 조강 생산량 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7년 기준 약 0.45tonCO2eq로 분석됐다. 

한국에서 철강 제품은 주로 건설, 자동차, 조선산업에 판매된다. 2019년 기준 철강 제품을 많이 사용한 산업은 건설(30.6%), 자동차(27.7%), 조선(19.7%) 순이며, 전기전자, 조립금속, 일반기계 산업에서도 철강 제품이 사용된다. 이에 따라 국내 철강 산업은 건설, 자동차, 조선산업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 

◇ 수소환원제철 기술 도입과 그린수소 활성화 필요

철강 산업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철강 산업의 탄소중립 방안으로 2050년에는 고로 공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코크스를 수소환원제철 기술 도입을 통해 100% 수소로 대체하고 철스크랩 전기로를 확대하는 것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2050년 철강 업종의 배출량이 2018년 대비 95% 감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제안된 온실가스 감축 방안이 실현되려면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고 그린수소를 활성화하고 탄소 포집 저장 및 활용(CCUS) 기술의 활용을 위한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 또한 수소환원제철 등의 핵심 기술이 개발되어야 하고, 녹색 금융을 활성화하는 등 주요 정책 과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국내 철강 산업 온실가스 배출량 대부분(99% 이상)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대상이다. 이에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따라 배출권을 할당받게 된다. 현재 철강 업종을 포함한 배출권 거래제 대상 업종 및 기업들은 정부가 기존에 세웠던 2030년 산업 부문 온실가스 감축 목표(2018년 대비 6.4%)를 기준으로 배출권을 할당받았다. 

2021년 10월에 2030년 감축 목표가 상향되면서 산업 부문 온실가스 감축 목표도 2018년 대비 14.5% 감축안으로 상향되었다.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안’에서도 기존 고로 방식을 전기로로 대체하고 미래기술을 조기 상용화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상향안에 따라 철강 산업의 배출권 할당 조정도 불가피해졌다.

◇ ‘그린철강위원회’ 출범...2050년 탄소중립 공동 선언 발표

2021년 2월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철강 분야 탄소중립을 위해 주요 철강기업 및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그린철강위원회’를 출범했다. 또한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KG동부제철, 세아제강, 심팩 등 6개 대표 철강기업은 ‘2050 탄소중립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그린철강위원회는 향후 신기술 개발과 생산구조 전환, 정보 공유 활성화, 정부 정책과제 발굴, 글로벌 철강 업계 등과의 국제협력 강화를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효율 개선, 저탄소 원료 대체, 철스크랩 재활용 증대 등을 통한 순환 경제와 효율화를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 수소환원제출 기술, 수소 저장 및 이송용 강재 개발 등 혁신 기술개발을 추진한다.

기후솔루션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국내 철강산업 탄소중립 대응 동향과 이슈’ 보고서에서 “정부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저탄소 친환경 제품에 대한 초기 시장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기반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주 등 주요 주 정부들이 철강 제품의 20%를 구매하는 공공 조달 물량에 대해 친환경 기준을 설정하고, 공공조달 참여 업체들이 이를 충족하도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 “그린수소 생산 위해선 재생에너지 비율 높여야”

기후솔루션은 또 “재생에너지를 활용하여 생산된 그린수소로 수소환원제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높아지고 재생에너지의 유통경로가 다양하게 구축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스코가 205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린수소가 연간 370만 톤이 필요하고 그린수소 생산을 위해 약 3.7GW 용량의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센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약 25GW 수준이다.

정부뿐만 아니라 국내 철강회사들의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기후솔루션은 “포스코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단기, 중기, 장기 대책을 제시하고 있으나, 여전히 중간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의 구체성이 다른 회사에 비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인도 철강기업인 아르셀로미탈은 대규모 실증사업과 후속 사업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탈탄소 기술들을 활용하거나 실증하고 있는 데 반해 포스코는 2030년까지 기존 공정에서의 효율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두고 저탄소 제철 공정 기술을 개발하고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 유럽, 철강·자동차·전력회사 간 탄소중립 협력 본격화

한편 유럽에서는 탄소중립을 위한 철강과 자동차, 전력회사 간 구체적인 협력이 시작되고 있다. 자동차 강판에 쓰이는 철강을 생산할 때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한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새로운 공급망이 형성되고 있고, 저탄소 철강 생산에 필요한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할 계획을 갖추고 있다.

지난 10일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독일 제철기업 잘츠기터 AG는 지난 1일 새로운 수소환원 공정을 통해 제철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95% 이상 감축할 예정이며, 2026년부터는 유럽 내 BMW 공장에 저탄소 철강을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제철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고로 대신 수소환원 기술을 통해 철을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데, 덴마크 풍력 전력회사 오스테드가 저탄소 철강 생산에 필요한 전력을 충당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유럽에서 매년 철강 50만 톤 이상을 공급받는 BMW가 전체 공급망 안에서 막대한 온싫가스 감축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솔루션 김근하 연구원은 “수소환원철 등 저탄소 철강이 먼 미래 기술이나 시장수요가 아니라는 것을이번 잘츠기터의 MOU가 보여주고 있다”며 “포스코를 비롯한 국내 철강 연관 기업도 기존 2050 탄소중립 로드맵에 안주해서는 안 되며, 이러한 변화에 더 빠르고 높은 수준의 감축 목표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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