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솔루션·카이스트, ‘한국 철강 부문의 2050 탄소중립 경로’ 발표
현재 정책 지속되면 2050년 탄소중립 도달 못해
전력 부문 탈탄소화와 그린 수소 생산이 핵심적인 역할
수소환원제철·철스크랩 기술 등 대체 기술 개발 필요

11일 기후솔루션과 카이스트 녹색성장대학원 연구팀이 공동으로 발간한 ‘한국 철강 부문의 2050 탄소중립 경로: 한국형 통합평가모형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현 정책이 지속되는 경우 2050년에 철강산업에서 약 9,000만 톤 이상 온실가스가 배출돼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11일 기후솔루션과 카이스트 녹색성장대학원 연구팀이 공동으로 발간한 ‘한국 철강 부문의 2050 탄소중립 경로: 한국형 통합평가모형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현 정책이 지속되는 경우 2050년에 철강산업에서 약 9,000만 톤 이상 온실가스가 배출돼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현재 정책만으로는 철강산업이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철강산업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전력 및 수소 생산 영역에서의 빠른 탈탄소화를 이끄는 정책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하며 향후 제10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서 전기화와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대를 위한 전원구성이 계획되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수소환원제철 기술, 철스크랩 기반 전기로 기술과 같은 대체 기술의 개발 및 확대와 해당 기술들의 빠른 상용화를 위한 R&D 시스템 구축 및 지원이 필요하며 경제 전반의 철강 소비 효율 향상과 철강 재활용 확대를 독려하는 정책도 필요한 것으로 제안됐다.

◇ 기후솔루션·카이스트, ‘한국 철강 부문의 2050 탄소중립 경로’ 발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에너지 집약적인 산업 부문의 탈탄소가 필수적이다. 에너지 집약적인 우리나라의 산업구조 특성상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중 산업 부문 배출량은 에너지 공급 부문과 함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55.7%를 차지한다. 그중에서도 철강산업은 세부 업종 중에서도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어 급격한 탈탄소가 필요하다. 철강산업의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억 2,061만 톤으로, 산업 부문 배출량의 31%,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7%를 차지한다.

2020년에 2050 탄소중립 선언 이후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안과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2021년에 발표되면서 2030년과 205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철강 부문에서의 온실가스 감축 수단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고, 학계, 산업계, 시민사회 등 각계 전문가들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산업 세부 업종별 온실가스 감축 정책 및 기술개발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철강산업의 탄소중립 방안으로 2050년에는 고로 공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코크스를 수소환원제철 기술 도입을 통해 100% 수소로 대체하고 철스크랩 전기로를 확대하는 것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2050년 철강 업종의 배출량이 2018년 대비 95% 감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11일 기후솔루션과 카이스트 녹색성장대학원 연구팀은 현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이들이 공동 발간한 ‘한국 철강 부문의 2050 탄소중립 경로: 한국형 통합평가모형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현 정책이 지속되는 경우 2050년에 철강산업에서 약 9,000만 톤 이상 온실가스가 배출돼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지난해 5월 13일 발표된 ‘한국형 통합평가모형(GCAM-KAIST) 1.0’을 기반으로 국내 산업 부문의 세부 업종과 철강 부문을 확장 반영해 개발한 ‘한국형 통합평가모형 2.0’ 모형을 활용해 향후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보고서는 3가지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설정해 이를 비교하며 철강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경로를 제시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현재 시행 중인 에너지 및 기후정책 수단을 바탕으로 기존 국내 제철 기술 현황과 전망을 반영한 ‘CurPol’ 시나리오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시행 중인 정책은 CurPol 시나리오와 같게 적용하면서 2025년부터 탄소 가격을 부과해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일정한 속도로 감소시켜 2050년에 순배출량 제로(0)를 달성하는 ‘NZ2050’ 시나리오다. 세 번째는 NZ2050 시나리오에 건물의 수명 연장, 건물 디자인 개선 및 최적화, 철의 재활용, 고강도 철을 이용한 경량 소재 사용, 철강 생산 효율 향상 등으로 2050년까지 철강 산출량을 앞의 두 시나리오 대비 22% 감소하는 ‘NZ2050_Eff’ 시나리오다.

◇ "현재 정책 지속되면 2050년 탄소중립 도달 못해"

분석 결과, 현재 정책이 지속될 경우(CurPol 시나리오), 205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2020년 대비 약 30%만 감소하여 탄소중립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현재 시행 중인 것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온실가스 감축 수단 및 기후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CurPol 시나리오에서 철강 부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30년 정점에 도달한 후 2050년까지 서서히 감소할 것으로 평가되었다.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및 CCS 기술을 활용한 발전량이 증가하면서 간접배출이 감소하지만, 여전히 상당량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시나리오(NZ2050와 NZ2050_Eff)에서는 2050년 철강 부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20년 대비 95% 감소하는 것으로 전망되었다. 이는 우리나라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철강 부문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철강 부문에서 그린 수소 및 전기 소비 확대로 인한 간접배출 기여가 2050년 철강 부문에 남아있는 이산화탄소 직접배출의 상당 부분을 상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나리오별 철강 부문 이산화탄소 배출량 전망(기후솔루션과 카이스트 녹색성장대학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시나리오별 철강 부문 이산화탄소 배출량 전망(기후솔루션과 카이스트 녹색성장대학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전력 부문 탈탄소화와 그린 수소 생산이 핵심적인 역할

CurPol 시나리오에서도 향후 30년간 전력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이 절반 이상 감소하면서 상당한 에너지 믹스 변화가 나타난다. 제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이 이행될 경우 2035년까지 2020년 대비 석탄발전 비중은 35% 감소하고 재생에너지는 250% 확대되며 가스발전의 비중 역시 150% 증가한다. NZ2050와 NZ2050_Eff 시나리오의 경우 CurPol 시나리오에서보다 석탄발전 퇴출이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태양광과 풍력, 바이오 등 재생에너지 발전은 더 큰 폭으로 확대되며 그 변화의 폭도 더 크게 나타난다.

기후정책 시행에 따른 전력 부문의 탈탄소화는 온실가스 감축에 크게 기여한다. CurPol 시나리오 대비 NZ2050와 NZ2050_Eff 시나리오에서는 전력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2030년 기준 40%, 2050년 기준 11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소는 생산 기술에 따라 그레이 수소(천연가스 개질 수소 및 화학공정 부산물로 발생하는 부생 수소)와 블루 수소(그레이 수소에 CCS 기술 활용), 그린 수소(재생에너지 기반의 수전해 생산 수소)로 분류된다.

CurPol 시나리오의 경우 2050년까지 약 1백만 톤의 수소가 생산되는데, 일부 그린 수소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그레이 수소 형태로 생산된다. 반면 NZ2050 시나리오에서는 수소 생산량이 2050년까지 5백만 톤 이상으로 증가하는데, 2035년경까지는 그레이 수소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다가 2035년부터는 점차 블루 수소와 그린 수소의 비중이 커지는 것으로 전망된다. NZ2050_Eff 시나리오의 경우, NZ2050 시나리오보다 2050년 수소생산량이 약 15% 감소하지만, 수소 생산 방식의 전환 추세는 NZ2050과 유사하다.

보고서는 철강 부문의 탈탄소 이행을 위한 요건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이 철강 부문의 탄소중립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2050년 철강 부문에 잔존하는 이산화탄소 직접배출을 상당 부분 상쇄하기 위해서는 간접배출 부문에서의 개선이 필요하다.

둘째, 철강산업의 전기화와 수소 에너지 소비 비중 증가가 철강 부문의 탈탄소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이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발전량과 그린 수소 생산량을 증가시키기 위한 중장기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부합하는 철강산업의 탈탄소를 위해서는 수소환원제철과 CCS를 탑재한 직접환원철 기반의 전기로 기술의 빠른 확대와 CCS가 탑재되지 않은 고로의 빠른 퇴출이 필요하다. 또한 철강 수요 충족을 위해 고로 퇴출과 함께 철스크랩 기반의 전기로 확대가 불가피하다.

넷째, 철강 소비 효율 향상을 통한 철강 산출량 감소는 철강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 다만 철강의 소비 효율 향상은 발전량과 수소 생산량을 감소시키는데, 이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전력 및 수소 생산 투자계획에 있어 철강 소비 효율 향상에 대한 고려가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다섯째, 철강의 소비 효율 향상을 고려해 22%의 철강 산출량 감소를 가정한 탄소중립 시나리오(NZ2050_Eff)와 그렇지 않은 시나리오(CurPol, NZ2050)에서 철강 생산량이 상당한 차이를 보이지만, 한국은 2050년에도 여전히 주요 선진국에 비해 철강 생산량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본 연구가 철강 부문 탈탄소화에 있어 철강 산출 감소의 역할을 매우 보수적으로 전망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수소 생산 방식에 따른 시나리오별 수소 생산량(기후솔루션과 카이스트 녹색성장대학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수소 생산 방식에 따른 시나리오별 수소 생산량(기후솔루션과 카이스트 녹색성장대학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수소환원제철·철스크랩 기술 등 대체 기술 개발 필요

보고서는 시사점을 기반으로 한 정책을 제안했다. 먼저, 전력 및 수소 생산 영역에서의 빠른 탈탄소화를 이끄는 정책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하며 향후 제10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서 전기화와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대를 위한 전원구성이 계획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수소환원제철 기술, 철스크랩 기반 전기로 기술과 같은 대체 기술의 개발 및 확대와 해당 기술들의 빠른 상용화를 위한 R&D 시스템 구축 및 지원이 필요하며 경제 전반의 철강 소비 효율 향상과 철강 재활용 확대를 독려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근하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기존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별도로 명시되지 않은 철강산업의 감축 경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의가 있다”며 “특히 철강산업의 적정 에너지 소비량이나 발전량, 온실가스 배출량 등을 기술경제적 관점에서 연도별로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어 앞으로 기후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데 좋은 준거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엄지용 카이스트 녹색성장대학원 부교수는 “본 연구는 우리나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 철강부문이 매우 즉각적이고 빠르면서도 광범위하게 탄소배출을 줄여나가야 함을 분명히 제시하고 있고, 이 같은 정책 이행 리스크는 국내 철강사의 경쟁 구도를 단기간에 재편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의 확대와 그린 수소 확대로 철강 부문 자체의 탄소 감축 부담은 점차 완화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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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보고서나 회의록 또는 토론 자료를 통해 공개한 환경 관련 통계,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제안이나 아이디어를 자세하게 소개합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11일 기후솔루션과 카이스트 녹색성장대학원 연구팀이 공동으로 발간한 ‘한국 철강 부문의 2050 탄소중립 경로: 한국형 통합평가모형 분석’ 보고서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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