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영업이익 63.9% 급감 제주항공·진에어 적자전환
성수기마저 적자 속출, 증편할수록 수익 감소하는 역설
공급 과잉· 비용 상승 화근··· LCC 사업모델 근본적 한계
“출혈경쟁서 선택과 집중으로, 항공업계 재편 필연성”

국내 항공업계가 전례 없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 코로나 이후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되살아났지만, 기대했던 ‘리오프닝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국내 항공업계가 전례 없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 코로나 이후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되살아났지만, 기대했던 ‘리오프닝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국내 항공업계가 전례 없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 코로나 이후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되살아났지만, 기대했던 ‘리오프닝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3분기 성수기에도 제주항공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3.9% 급감했고, 진에어는 22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업계에서는 더 이상 미봉책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하며, 근본적인 구조조정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3분기 국내 항공사 10곳의 총 공급 좌석은 3764만석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 하지만 실제 탑승객은 3193만명으로 2% 남짓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공급은 늘었지만 수요는 따라오지 못한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공급 과잉이 운임 하락으로 직결된다는 점이다. 경쟁력을 잃은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인기 노선에 무리하게 공급을 집중하면서 좌석 가격 경쟁이 격화됐다. 증편과 특가 중심 마케팅이 반복되며 출혈경쟁의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은 오히려 줄어드는 '성장의 역설'이 나타난 셈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증편할수록 손해가 커지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며 “단순한 경기 부진이 아니라 LCC 사업 모델 자체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항공사들의 비용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고환율 장기화로 달러 기반 고정비인 유류비, 리스료, 정비비, 공항 이용료 등이 대폭 늘었다. 여기에 임금 상승 압력까지 더해지면서 초박한 이익률을 가진 항공사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글로벌 항공업계도 같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저비용 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임금 인상, 공항 사용료 상승, 의료보험 비용 증가 등으로 오는 2027년까지 약 5억달러(약 7200억원) 규모의 비용 절감을 추진 중이다. 

대한항공 B747-8F 항공기./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 B747-8F 항공기./사진=대한항공

대형화·선택·혁신··· 생존 위한 3대 전략

업계가 생존을 위한 전면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핵심은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절감, 고수익 노선 중심 재편, 서비스 모델 혁신이다. 시장 재편 속에서 대형 항공사와 LCC 모두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으로 글로벌 10위권 단일 국적항공사가 탄생했다. 양사는 중복 노선 정리와 정비 조직 통합을 마치고 기내식·항공유 등 주요 품목을 공동 구매하면서 연간 3000억원 이상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국제선 중복 운항 조정으로 항공기 운영 규모를 약 10% 감축해 고정비 절감 효과를 직접 노리고 있다.

LCC 부문 통합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진에어를 중심으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흡수하는 통합 저비용항공사가 2027년 출범할 예정으로, 보유 항공기 수는 58대로 국내 최대 규모가 된다. 규모의 경제를 통한 항공기 구매 단가 인하와 유류비 절감이 예상되지만, 부채비율이 현재 337.1%에서 두 배 수준으로 상승할 전망이라 재무 건전성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부산 지역사회의 거점 상실 우려도 변수로 지목된다.

통합 이후 업계 경쟁 구도도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대한항공·아시아나의 조건부 승인 과정에서 이관받은 파리, 프랑크푸르트, 바르셀로나, 로마 등 유럽 노선을 기반으로 3분기 영업 흑자를 달성했다. 제주항공은 지방 거점공항 중심으로 단독 노선을 확대하며 지역 기반을 강화하고, 에어부산은 부산–발리, 부산–마쓰야마 등 영남권 특화 노선으로 차별화를 시도 중이다.

글로벌 저비용항공사들도 서비스 모델을 재편하고 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자유석 제도를 폐지하고 좌석 등급제를 도입했으며, 프런티어항공은 프리미엄 좌석 신설을 추진 중이다. 국내 LCC 역시 에어버스 A321-NEO 등 신형 항공기를 도입해 연료 효율과 탑승률을 동시에 높이며 수익성 중심의 경쟁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제주항공 여객기./사진=제주항공,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제주항공 여객기./사진=제주항공,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2026년, 구조조정 성패 분기점

2026년은 구조조정의 성패가 판가름날 시점으로 꼽힌다. 대한항공의 통합 시너지가 본격화되고, 통합 LCC 출범 준비가 마무리되며, 각 사의 노선 재편과 기재 현대화가 동시에 진행된다.

구조조정이 성공하려면 정부의 정책적 조율도 필수적이다. 국토교통부는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승인 조건으로 34개 중복 노선의 반납을 의무화하고, 반납된 운수권과 슬롯을 LCC에 우선 배분하는 구조를 설계했다. 항공사 간 경쟁을 촉진하려는 조치지만, 일각에서는 공급 과잉으로 인한 시장 불균형 가능성도 제기된다.

항공업계 한 전문가는 “중복 노선에 LCC가 진입하면 단기적으로 운임이 30~50% 낮아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며 “과도한 공급이 이어질 경우 수익성 악화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각 사의 자발적 구조조정 노력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 단순한 비용 절감이나 증편 경쟁이 아니라, 각자의 경쟁 우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선택과 집중 전략을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형항공사는 글로벌 네트워크와 프리미엄 서비스 품질을 강화하고, LCC는 효율성과 고수익 노선 운영에 집중할 때만 시장 생존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저가 경쟁만으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기업별로 차별화된 전략을 실제 경영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반영하느냐가 향후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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