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인수합병 전략적 역량 인정··· 세계 10위권 도약
4년간 인수전 끝에 글로벌 메가 캐리어로··· 인천공항 허브 경쟁력 재점화

대한항공 B787-10./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 B787-10./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이 세계적인 항공 컨설팅 전문기관인 아시아태평양항공센터(CAPA)로부터 ‘2025 올해의 아시아 항공사’로 선정됐다. 4년에 걸친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과정에서 보여준 전략적 역량과 리더십이 국제 항공업계로부터 공식 인정받은 것이다.

대한항공은 CAPA로부터 ‘올해의 아시아 항공사상’을 수상했다고 31일 밝혔다. CAPA 심사위원단은 “양사의 통합 과정을 명확하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추진하는 대한항공의 역량을 특히 높이 평가했다”며 “이번 합병으로 출범하는 글로벌 메가캐리어가 아시아 항공업계의 경쟁 구도를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990년 호주에서 설립된 CAPA는 아시아태평양 항공산업 분석의 세계적 권위기관이다. 에비에이션 위크 네트워크 산하 독립 시장정보 기관인 CAPA는 전 세계 170만 명 이상의 항공·항공우주·방위산업 전문가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며, 엄격한 평가 기준으로 정평이 나 있다. '올해의 항공사상'은 탁월한 전략과 리더십을 발휘하고 아시아 지역 항공산업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 항공사에만 수여된다.

14개국 승인 완료··· 항공기 238대·연매출 23조원 규모

이번 수상 배경에는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의 이후 4년간 진행된 치밀한 통합 전략이 있다. 대한항공은 한국, 미국, 유럽연합을 포함한 14개국 경쟁당국의 승인을 단계적으로 확보하며 지난해 12월 인수 절차를 최종 완료했다.

통합 항공사의 규모는 막강하다. 양사의 항공기 보유 대수는 238~239대로, 연간 승객운송거리(ASK) 기준 세계 10위권에 진입한다. 연간 매출 약 23조7000억원, 영업이익 약 2조4000억원, 총자산 4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아시아 지역에서 유럽·북미 대형 항공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진정한 메가캐리어가 탄생한 셈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을 에어인천에 매각한 뒤 약 2년간 아시아나를 자회사로 유지하면서 브랜딩 전략, 기내 서비스, 노선 계획, IT 시스템 등 전 부문 통합 작업을 진행 중이다. 중복 노선에서는 시간대를 다양화하고 신규 노선 취항을 확대해 승객 선택권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시상식에 참석한 김태준 대한항공 국제업무실장(가운데) 및 주요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사진=대한항공
시상식에 참석한 김태준 대한항공 국제업무실장(가운데) 및 주요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사진=대한항공

인천공항 허브 기능 재강화 계기··· 조직 융합·고객 경험 개선 과제

메가캐리어 출범은 인천국제공항의 동북아 항공 허브 지위 강화로 직결될 전망이다. 그동안 인천공항은 중국 항공사들의 미주 직항 증가, 도쿄 하네다공항의 국제선 확대, 중동 항공사들의 공격적 저가 전략으로 환승객 경쟁력이 약화돼 왔다. 통합 항공사가 제공하는 다양한 노선망과 개선된 승객 편의는 인천공항의 경쟁력 회복에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항공 동맹 내 입지도 강화된다. 대한항공은 스카이팀 회원사로서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를 통해 북미 시장 진출을 확대해 왔다. 지난 5월에는 캐나다 2위 항공사 웨스트젯의 지분 25%를 델타와 공동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세계 10위권 항공사로 성장한 대한항공은 에어프랑스-KLM, 델타항공 등 글로벌 거대 항공사들과 더욱 대등한 협력이 가능해진다.

다만 전문가들은 통합 성공을 위한 핵심 과제들을 지적한다.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도 “그 길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양사의 기업 문화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한항공은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 없이 증가하는 사업량에 따라 자연스럽게 인력을 배치한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신뢰를 구축하고 직원 간 화합을 이루는 일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마일리지 제도 통합도 주요 이슈다. 대한항공은 기존 아시아나항공 고객들의 충성도를 유지하고 마일리지 가치를 보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고객들이 불리함을 느끼지 않도록 투명하고 공정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지목된다.

저비용항공사(LCC)의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규모의 경제 효과와 프리미엄 서비스 간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지가 장기적 성장의 관건으로 떠오른다.

항공업계 한 전문가는 “대한항공은 앞으로 2년간의 통합 과정을 통해 이번 수상이 예견한 성공을 현실로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며 “세계 항공업계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은 결국 실행력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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