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12월부터 기내식 용기 일부 노선 도입
고온에 장시간 노출된 환경에도 변형 적어 사용 편의성↑
대한항공·JAL 이어 유럽 항공사도 친환경 테이블웨어 확산

대한항공이 오는 12월부터 20년 넘게 써온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기내식 용기를 식물 원료 기반의 비목재 펄프로 바꾼다. 이코노미 클래스의 메인 요리 용기부터 시작해 내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용기 교체를 넘어서 항공업계 전반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방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이번에 새로 도입하는 용기의 재료는 밀짚, 사탕수수, 대나무 같은 비목재 원료다. 숲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만들 수 있다. 고온에서도 제 모양을 유지할 수 있는 내구성까지 갖춰 있어서 기존 알루미늄 트레이처럼 쓸 수 있다. 이렇게 바꾸면 탄소 배출을 60%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대한항공이 이런 움직임을 보인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3년부터 기내 일회용품을 친환경 소재로 바꾸는 작업을 해왔다. 일회용 플라스틱 포크를 대나무로, 표백 펄프 냅킨을 무표백 대나무 냅킨으로 바꾸는 식으로 기내 전체 패키징 개선을 천천히 진행해 왔다.
여기에 승무원 유니폼을 의약품 파우치로, 낡은 기내 담요를 보온 물주머니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은 연료 절감부터 기내 식기, 텍스타일까지 아우르는 통합 ESG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기내식 용기 개편은 장기적으로 환경 보전과 기업의 지속 가능 경영을 위한 필수적인 투자”라며 “대한항공은 앞으로도 글로벌 항공업계의 탈탄소 동향과 ESG 경영 트렌드에 발맞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티웨이항공, FSC 인증··· “ESG 강화”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친환경 패키징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 인증을 받은 펄프 몰드 트레이를 도입했고, 이를 ESG 강화의 사례로 내세우고 있다. LCC들로서는 기존의 낮은 요금 전략에 친환경 이미지를 얹으면서 단순한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려는 셈이다.
기내 서비스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LCC 입장에서는 펄프 몰드 트레이, 종이 빨대, 경량 컵 같은 ESG 마케팅 효과가 꽤 크다. 다만 실제로 탄소와 폐기물이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체계가 아직 초보 단계라는 게 문제다. 소재를 바꾼 것이 진짜 효과 있는 건지, 아니면 그저 친환경처럼 보이게 하는 것일 뿐인지 검증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항공사들, 기내식부터 바꿔 탄소 감축 실현
해외 항공사들의 행보는 한발 앞서 있다. 일본항공(JAL)은 2024년 국제선 일부 노선에 100% 바이오매스 기반 생분해성 수지 용기를 도입했다. 유럽과 아시아의 항공사들도 사탕수수 부산물로 만든 도시락 상자, 생분해 플라스틱 식기, 퇴비화 가능한 종이컵 등을 활용하며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을 수 t 단위로 줄이고 있다. 이들의 노력으로 케이터링 부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0% 이상 줄였다는 보고도 잇따른다.
독일 루프트한자와 싱가포르항공 등은 한 단계 더 나아가 공급망 전반에 순환자원과 재활용 비율을 높이고 있다. 현지 농장과 협력해 식자재 운송 과정의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지역 순환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또 인공지능(AI) 기반 식사 수요 예측 시스템을 도입해 음식물 쓰레기를 최대 30%까지 줄였다. 일부 항공사는 2030년까지 기내식 케이터링 부문 탄소중립 달성을 중장기 목표로 세우고, 지속가능 패키징 전문 스타트업과의 기술 제휴도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인도와 중동의 항공사들도 사탕수수 박스와 퇴비화 컵을 도입하면서 친환경 패키징을 차세대 표준으로 만들려는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공항서 퇴비장까지··· 항공사들, ‘친환경’ 하늘길 경쟁
용기를 바꾼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전과정평가라는 전과정평가(LCA)를 통해 실제로 탄소와 자원이 얼마나 절감되는지 검증해야 하고, 공항과 비행기에서 버려진 용기가 제대로 재활용되거나 퇴비화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소재와 디자인 단계의 혁신은 시작됐지만, 앞으로는 지속가능항공유(SAF) 확대, 기재 경량화, 운항 최적화와 맞물린 통합적인 ESG 지표 공개와 외부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미다.
앞서 대한항공은 2024년 도쿄 노선, 올해 일본 일부 노선에 국산 SAF 1% 혼합을 도입했다. 앞으로 중·장거리 노선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비목재 펄프 용기는 이런 ‘탄소·플라스틱 감축을 위한 식기·연료·운영 3축 ESG 전략’ 중 한 축이다. 탄소 규제에 대응하는 것을 넘어 프리미 엄 브랜드로서의 위치를 지키고, 항공 동맹 내에서 리더십을 확보하려는 다층적인 전략이다.
결국 대한항공의 비목재 펄프 용기 도입과 LCC들의 펄프 몰드 트레이 선택은 친환경 이미지 경쟁이라는 외양 아래, 항공산업이 플라스틱, 연료, 자원 전반을 근본적으로 다시 설계하는 큰 변화의 신호라 할 수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사는 비목재 펄프 용기를 도입해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고 탄소 배출을 낮추며, 동시에 ESG 경영을 실천하는 신뢰받는 친환경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는 고객과 함께 환경 책임을 공유하는 신뢰를 쌓는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