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아비아·에어버스 대비 韓 수소항공기 2030년대 본격화?
한국, 글로벌 항공 탄소절감 경쟁 속 도전·기회
미래 항공 시장 선점 위한 정부·기업·산업계 협력 절실
“2027년 친환경 항공유 의무화 앞두고 장기 전략 마련 시급”

글로벌 항공업계의 탄소 감축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 세계 탄소 배출의 2~3%를 차지하는 항공산업이 오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탈탄소 기술 상용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에어버스와 제로아비아 등 주요 기업들이 수소·전기 항공기 개발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며 상용화 시계를 앞당기고 있다.
항공산업은 전체 운송산업의 12~14%에 달하는 탄소를 배출하며, 도로·해상 운송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물 수증기와 질소산화물, 미세입자 등 복합적 기후오염까지 겹치면서 실제 기후변화 기여도는 4%를 넘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따라서 항공산업은 운송산업 전체를 놓고 보면 명백한 ‘기후악당’으로 부상하고 있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영국 스타트업 제로아비아는 2026년 수소 연료 항공기의 영국 상업 운항 인증을 목표로 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전기 항공기 상업 배치를 2028~2030년으로 전망한다. 반면 한국 항공사들의 수소 항공기 운영 시점은 2032~2035년으로 예상돼 선진국과의 격차가 뚜렷하다. 한국 항공업계는 2027년 지속가능항공유(SAF) 의무화라는 단기 과제와 수소·전기 항공기 도입이라는 장기 전략의 이중 과제에 직면했다.
과연 날 수 있을까? 수소·전기 항공기 작동 원리
수소와 전기로 항공기를 띄운다는 발상은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니다. 수소 항공기는 두 가지 방식으로 작동한다. 첫째는 제트 엔진에서 수소를 직접 연소시키는 방식이고, 둘째는 수소 연료전지를 통해 전기를 생산해 전기 추진 시스템을 구동하는 방식이다.
수소 연료전지 방식은 현재 가장 주목받는 기술이다. 연료전지 내부에서 수소와 산소가 화학 반응을 일으키면 전기가 생산되고, 이 과정에서 수소는 주로 물로 변환된다. 생성된 전기는 프로펠러를 회전시키는 전기 모터에 직접 공급되거나 배터리에 저장됐다가 나중에 사용된다. 수소는 기체 형태로 동체 후방의 탱크에 저장되며, 동체 길이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 수소는 날개로 이동해 엔진 나셀 내부에 있는 연료전지 스택에서 압축 공기와 결합한다. 제로아비아의 경우 6개의 연료전지 스택을 사용하며, 각 스택은 수백 개의 개별 연료전지로 구성된다.
수소 직접 연소 방식은 대형 항공기에 적합하다. 수소는 영하 253도의 극저온 액체 상태로 저장되며, 기존 연료보다 단위 질량당 에너지 밀도가 2.8배 높다. 에어버스가 개발 중인 ZEROe는 당초 이 방식도 검토했으나, 2025년 연료전지 기술을 최종 추진 방식으로 선택했다. 수소 연소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지만, 기존 등유 연료보다 2.6배 많은 수증기를 발생시킨다는 단점이 있다.
전기 항공기는 더 단순한 구조다.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 에너지가 전기 모터로 전달되고, 모터는 프로펠러나 팬을 구동해 추력을 생성한다. 전기 모터는 85% 이상의 전기 에너지를 기계적 에너지로 변환할 수 있어 약 40%의 효율을 보이는 내연 기관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문제는 배터리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약 160Wh/kg으로, 항공유의 1만2500Wh/kg에 비해 5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전기 항공기는 현재 단거리 노선에만 적합하며, 장거리 운항을 위해서는 배터리 기술의 혁신적 발전이 필요하다.
상용화 일정 엇갈리는 글로벌 항공업계
유럽 최대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는 올해 2월 수소 항공기 프로젝트 'ZEROe'의 서비스 진입 시기를 2035년에서 2040년대 후반으로 5~10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녹색 수소 공급망과 인프라 구축, 규제 체계 마련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형 여객기의 수소 전환이 쉽지 않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더 빠른 움직임도 있다. 영국 스타트업 제로아비아는 2026년 수소 연료 항공기 엔진의 영국 상업 운항 인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회사는 19인승 시험기로 최대 560km(도쿄-오사카 수준) 비행에 성공했다. 11월에는 유럽연합(EU) 혁신기금에서 약 30억원을 확보해 'ODIN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5대의 세스나 카라반을 수소-전기 엔진으로 개조하고 15개 공항에 수소 인프라를 구축해 2028년부터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전기 항공기는 더욱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노르웨이는 지난 9월 160km 거리 전기 항공기 시험 비행에 성공했고, 2028~2030년 상업 운항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프랑스 스타트업 비욘드 에어로 역시 2030년대 초반 첫 납기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항공업계는 단거리 지역 항공부터 시작해 점차 대형 항공기로 확대하는 단계적 접근에 합의한 상태다.

韓, SAF 의무화 시작··· 핵심 기술은 걸음마
한국도 국제 탄소중립 대열에 합류했다. 정부는 2027년부터 모든 국내선 항공기에 지속가능항공유(SAF) 혼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혼합 비율은 2027년 1%에서 시작해 2030년 3~5%, 2035년 7~10%로 단계적으로 높아진다. 대한항공의 경우 2027년 1% 혼합만으로도 연간 400~45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수소·전기 항공기 개발과 도입은 여전히 초보 단계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경남 지역혁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19인승 수소연료전지 커뮤터기 기술 개발에 참여하고 있지만, 2023~2025년 3년간 국비 55억원 지원으로 축소 기술 시연기 제작에 그치고 있다. 독자적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술 개발과는 거리가 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SAF 사용 확대와 연료 효율 항공기 도입에 주력하고 있으나, 수소나 전기 항공기의 구체적 도입 계획은 아직 없다. 다만 대한항공이 지난 10월 아처 에비에이션과 전자식 수직이착륙(eVTOL) 항공기 협력 협약을 맺고 최대 100대 구매 계획을 밝힌 것은 의미 있는 첫걸음으로 평가된다.
“2027년 골든타임, 투자·협력 절실”
현실적으로 한국 항공사들이 지역 항공 수소 항공기를 운영하게 될 시점은 2032~2035년으로 예상된다. 제로아비아 같은 글로벌 선도 업체가 80인승 항공기 인증을 받는 시기와 비슷하다. eVTOL은 더 빨라 2026~2027년부터 서울 일부 노선에서 시범 운영이 가능할 전망이다. 반면 대형 여객기의 수소 전환은 에어버스 일정을 고려할 때 2040년대 중반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극복해야 할 과제는 명확하다. 우선 인프라 투자가 시급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50년까지 항공업 수소·전기 인프라에 최대 1조7000억달러(약 2468조원)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한국은 현재 수소 충전소 인프라가 극히 제한적이어서 인천공항, 김포공항 등 주요 거점에 대규모 초기 투자가 불가피하다.
기술 표준 수립도 과제다. 국제 항공 규제 당국들이 이제야 수소·전기 항공기 인증 기준을 개발하는 단계여서 한국도 표준화 과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비용 문제도 만만찮다. 현재 SAF 가격이 기존 항공유의 약 2배인데, 수소·전기 항공기는 초기 운영 비용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지원 없이는 항공사들의 적극적 도입을 기대하기 어렵다.
항공업계 한 전문가는 “항공혁신 추진전략 로드맵이 구체적 예산과 조직으로 뒷받침된다면 한국도 2030년대 중반부터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공사-기업-정부의 삼자 협력과 과감한 투자 결정만이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힐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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