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분기 연속 흑자·시총 93% 급등··· 그룹 내 ‘성장률 1위’
FLNG 수주 잭팟·글로벌 네트워크 확장··· “매출 10조 클럽” 눈앞
누적 손실 늪서 탈출한 삼성중공업, 조선 슈퍼사이클 주인공

삼성중공업이 한때 매각 위기까지 거론됐으나 현재는 삼성그룹 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효자 기업’으로 극적인 변신을 이뤄냈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삼성중공업이 한때 매각 위기까지 거론됐으나 현재는 삼성그룹 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효자 기업’으로 극적인 변신을 이뤄냈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삼성중공업이 한때 매각 위기까지 거론됐으나 현재는 삼성그룹 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효자 기업’으로 극적인 변신을 이뤄냈다. 2024년 매출 증가율 24.8%로 그룹 계열사 중 1위를 기록하며, 2025년에는 매출 10조 클럽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국CXO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주요 삼성 계열사 2024년 매출 현황 조사’를 분석한 결과, 삼성중공업은 2024년 9조867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삼성그룹 내 매출 순위 8위에 올랐다. 이는 전년(7조9072억원) 대비 24.8% 증가한 수치로, 삼성전자(22.7%)를 제치고 그룹 내 매출 증가율 1위를 달성했다.​

삼성그룹의 매출 10조 클럽에는 삼성전자(209조원), 삼성생명(27조원), 삼성디스플레이(25조원), 삼성물산(22조원), 삼성화재(21조원), 삼성SDI(16조원), 삼성증권(12조원) 등 7개사가 포함돼 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목표 매출 10조5000억원을 달성하면 이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11분기 연속 흑자, 실적 개선 가속화

삼성중공업의 실적 개선세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7조9081억원, 영업이익은 6093억원을 기록하며 이미 연간 영업이익 목표(6300억원)를 초과 달성했다. 지난 2023년 1분기 이후 11개 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9% 급증했다.​

2분기에는 매출 2조6830억원, 영업이익 2048억원을 달성하며 11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 2000억원을 넘어섰다. 고수익성 부유식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설비(FLNG) 건조량 증가와 고정비 분담 완화, 고수익 선종 비중 확대에 따른 제품믹스 개선이 실적 호조를 이끌었다.​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심해용 FLNG 표준모델 MLF-O./사진=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심해용 FLNG 표준모델 MLF-O./사진=삼성중공업

FLNG 독점 기술력으로 ‘잭팟’ 수주 잇따라

삼성중공업이 그룹 내 위상을 되찾을 수 있었던 핵심은 FLNG 분야의 독보적 기술 경쟁력이다. FLNG는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채취하고 액화해 운반선에 직접 싣는 복합 해양설비로, 1기당 수주 금액이 2조~3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현재 전 세계에서 FLNG 건조 능력을 보유한 조선소는 삼성중공업과 중국 위슨조선소 단 두 곳뿐이다. 삼성중공업은 7월 이탈리아 에너지기업 에니와 모잠비크 FLNG 1호기 예비 작업 계약(8594억원)을 체결했으며, 본계약 체결 시 약 3조5000억원을 수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델핀미드스트림과도 루이지애나 FLNG 건조에 대한 수주의향서(LOA)를 교환하며 2~3호기 수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증권가는 2025~2026년 삼성중공업의 FLNG 수주 후보로 모잠비크 Coral Norte, 미국 Delfin FLNG, Golar FLNG, Western FLNG, 아르헨티나 YPF FLNG 등을 꼽았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익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며 “LNGC와 FLNG의 본격적인 수주가 시작되면서 중장기 성장성이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

암흑기 딛고 일어선 극적 반전 스토리

삼성중공업은 2010년대 중반 이후 조선업 불황과 해양플랜트 적자로 심각한 위기를 겪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연속 당기순손실이 지속됐다. 2019년 약 1조3000억원, 2020년 약 1조5000억원, 2021년 약 1조4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 시기 매각설까지 나돌며 그룹 내 입지가 크게 위축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중공업 사업장을 마지막으로 방문한 것은 2015년 11월이다. 이후 10년 가까이 주요 전자 계열사 중심 경영에 집중하면서 삼성중공업은 상대적으로 소외받았다.​

그러나 2022년 12월 최성안 부회장이 삼성중공업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변화가 시작됐다. 최 부회장은 “스마트 제조 혁신을 가속화하고 친환경 선박과 자율운항 기술 주도권 확보에 나서겠다”며 “기술 중심의 100년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중공업은 10여 년간 FLNG 기술 개발에 조 단위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이 덕분에 최근 미국 정부의 위슨조선소 제재 이후 글로벌 기업들의 수요가 삼성중공업으로 쏠리고 있다.​

삼성중공업 거제사업장 전경./사진=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 거제사업장 전경./사진=삼성중공업

시가총액·주가 상승률도 그룹 내 최상위권

올해 시가총액 상승률도 93.4%로 삼성그룹 내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삼성전자(65.9%), 삼성생명(67.8%), 삼성증권(66.4%)보다 높은 수치다. 2025년 11월 현재 삼성중공업의 시가총액은 약 26조원대로,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 25위 안팎에 위치해 있다.​

2026년 실적 전망도 밝다. 증권가는 삼성중공업의 2026년 매출액을 12조~14조원, 영업이익을 1조2000억원 이상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5년 4분기부터는 2023년 이후 수주한 고마진 LNG선과 컨테이너선 비중이 크게 늘어나면서 상선 부문의 괄목할 만한 실적 개선세가 예상된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 목표 98억달러(약 14조1800억원) 가운데 10월 현재 55억달러를 수주하며 목표 달성이 가시화됐다. 특히 북미 LNG 프로젝트와 글로벌 FLNG 프로젝트 수주를 통해 향후 수주잔고 레벨 확대와 고선가 선종 중심의 건조 비중 확대를 통한 이익 개선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또한 삼성중공업은 국내 생산 능력(캐파) 증설 없이도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 팍스오션, 베트남 페트로베트남, 인도 스완조선소와의 사업협력 MOU 체결로 해외 하도급 프로젝트 야드를 확보했다. 국내에서는 HSG 성동조선까지 노후선대 및 친환경 교체 사이클에 따른 원유탱커 수주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조선업계 한 전문가는 “한때 매각 위기까지 거론되며 그룹 내 변방으로 밀렸던 삼성중공업이 독자적 기술 경쟁력과 철저한 구조조정을 통해 그룹의 핵심 전략 계열사로 화려하게 부활했다”며 “조선업 슈퍼사이클과 친환경·고부가가치 선박 시장 확대라는 호재 속에서 삼성중공업의 ‘신데렐라 스토리’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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