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손잡고 ‘투트랙 조선 전략’ 가동···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
印 7조 지원·韓 기술력 결합··· 삼성重, 인도 시장 선점

삼성중공업이 인도를 글로벌 조선 네트워크의 핵심 축으로 편입하며 시장 다변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미국에 이어 인도와의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고부가가치 선박은 한국에서, 범용 상선은 인도에서 건조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축, 중국의 물량 공세와 구조적 경쟁 압박에 맞서는 새로운 생존 해법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중공업은 인도 북서부 소재 ‘스완 디펜스 앤드 헤비 인더스트리(Swan Defence and Heavy Industries)’와 조선·해양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스완 조선소는 초대형 유조선(VLCC) 건조가 가능한 인도 최대 규모의 드라이독(662×65m)을 보유하고 있어, 삼성중공업은 신조 선박 설계·구매·생산관리(EPM) 및 해양 프로젝트 분야에서 협력을 모색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아시아(중국), 북미(미국), 인도양(인도)을 잇는 ‘삼각 네트워크’를 완성했다. 지난해 7월 중국 팍스오션, 올해 8월 미국 비거마린 그룹과 잇따라 손잡은 데 이은 전략적 행보다. 중국에서는 대형 선박 건조 경험과 공정자동화 기술을, 미국에서는 해군 지원함 수리·개조(MRO) 시장 진출 기회를, 인도에서는 성장 잠재력과 비용경쟁력을 각각 확보하는 지역별 특화 전략이다.
중국 물량 공세 vs 한국 기술력 구도 재편
업계는 이번 협력을 한국 조선업의 구조적 한계를 돌파하는 전환점으로 평가한다. 한국 조선소들은 액화천연가스(LNG)선, 해양플랜트 등 고급 선박에서 독보적 위치를 지켜왔지만, 범용 상선 시장에서는 중국의 양적 공세에 밀려왔다. 고부가 선박은 한국에서, 범용 상선은 인도에서 건조하는 '투트랙' 체계가 갖춰지면 경쟁 구조에 새 국면이 열린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과 미국 시장이 각각 과잉 경쟁과 높은 진입 장벽으로 포화된 상황에서, 인도는 성장성과 원가경쟁력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최적의 거점”이라며 “기술·인력 교류, 현지 가치사슬 참여, 공급망 안정화라는 3중 시너지를 노린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인도 정부, 2030년 세계 10위 야심··· 7조원 쏟아 붓는다
삼성중공업의 인도 진출은 인도 정부의 적극적인 조선업 육성 정책과 맞물렸다. 인도는 ‘마리 타임 인디아 비전 2030(Maritime India Vision 2030)’을 통해 2030년까지 세계 조선시장 10위권 진입, 오는 2047년까지 5위권 도약을 목표로 약 7조원 규모의 지원 패키지를 마련했다. 금융지원, 세제혜택, 인프라 개발지위 부여 등 파격적 인센티브로 글로벌 조선사의 기술제휴를 유도하고 있다.
특히 유지·보수·정비(MRO) 시장은 현재 연 2억4000만달러(약 3360억원) 규모에서 10년 내 17억 달러로 7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국영 조선소 중심의 방위산업용 선박에 치중해왔다. 최근 민간 조선소들이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액화석유가스(LPG)선, 해양지원선 건조로 영역을 확장하며 약 6000만t급 신규 조선능력 확보를 추진 중이다.
소재·부품·자금 조달 의존도 심화
다만 인도 조선업의 구조적 한계도 존재한다. 철강, 항해장비 등 핵심 소재·부품 의존도가 높고, 대규모 투자 자금 조달 부담이 크다. 완성 선박 경쟁력을 갖추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인도가 친환경·고부가가치 선박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면서 성장 가능성은 열려 있다.
조선업계 한 전문가는 “삼성중공업이 구축한 중국·미국·인도의 삼각 네트워크는 단순한 생산기지 분산이 아니라 인력·기술 공유, 공동 연구개발(R&D) 클러스터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며 “글로벌 조선 패권 경쟁에 새로운 변수를 던진 사례”라고 평가했다.
남궁금성 삼성중공업 생산지원본부장(부사장)은 “기술과 시장이 결합한 이번 협력은 양사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최고의 협력 모델”이라며 “미래 신성장 기회 창출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핀 쿠마 삭세나 스완 조선소 촤고경영자(CEO)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중공업과 협력하게 되어 기쁘다”며 “조선해양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 IMO 탄소세 앞두고 친환경 선박 7.7%뿐··· K조선 기회의 문 열린다
- 삼성重, 세계 첫 대형 상선 자율운항 성공··· 265조원 시장 향해 질주
- 삼성重, 암모니아 기반 유조선 설계 인증··· “친환경 전환 분수령 넘어”
- 2027년 탄소부담금 시행··· K조선사, ESS로 돌파구 찾는다
- 210조원 마스가 프로젝트 잔칫상에 재 뿌리는 HD현대 노조
- 삼성重, 세계 첫 용융원자로 추진선 인증··· '그린 오션' 시대 열린다
- “중국도 못 했다”··· 삼성重, 3.6조원 모잠비크 FLNG 수주 ‘눈앞’
- IMO 탄소세 연기··· K조선, 위기인가 기회인가
- 삼성중공업, 3분기 영업익 99% 급증··· 고부가 변신 성공
- ‘슈퍼사이클’ 올라탄 삼성중공업··· 4분기 영업이익률 10% 돌파
- 삼성重, ‘글로벌 생산·스마트 조선소’ 투트랙 가속
- 삼성중공업, KC-2C로 LNG선 핵심 기술 국산화
- “경쟁 아닌 독주”··· 삼성중공업이 방산 대신 택한 ‘FLNG’
- ‘매각’위기서 ‘효자 기업’으로··· 삼성중공업, 신데렐라 스토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