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무라타 제치고 AI MLCC 시장 절대 강자 등극
AI·전장 수요 폭발에 가동률 99% 돌파, 2026년 영업익 1조원
40% 점유율 돌파·필리핀 공장 증설··· “글로벌 경쟁력 강화”
폐기물 재활용·탄소저감형 공정 도입··· 2050 탄소중립 목표 가시화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전경./사진=삼성전기,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전경./사진=삼성전기,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삼성전기가 일본 무라타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있다. 무라타가 70% 이상 독점했던 인공지능(AI) 서버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시장에서 삼성전기가 40% 점유율로 급부상하며 양강 구도를 만들어냈다. 가동률 98% 풀가동 상태에서도 주문이 쇄도하자, 필리핀에 1조3000억원을 투자해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한다. 2026년 영업이익 1조원 돌파가 눈앞이다.​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도체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핵심 부품이다. 엔비디아 블랙웰 AI 서버 한 대에 30만개, 전기차 1대에 최대 3만개가 탑재되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일반 서버나 내연기관 차량 대비 10배 이상 많은 수량이다. AI와 전장(車裝)이라는 두 축의 성장 모멘텀에 2025년 폐기물 매립제로 달성, 2050년 재생에너지 100% 전환 등 친환경 경영까지 더해지며, 삼성전기는 기술력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한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25년 3분기 사상 최대 실적··· 가동률 98% 풀캐파 달성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2025년 3분기 매출 2조8890억원, 영업이익 2603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10%, 영업이익 16% 증가한 수치로, 시장 전망치를 모두 웃돌았다. 이 중 MLCC를 포함한 컴포넌트 부문 매출은 1조3812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8%,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MLCC 생산라인의 가동률이 올해 상반기 98%, 3분기에도 97%로 사실상 풀가동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기는 “AI 서버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관련 산업·전장용 대형 고용량 제품 중심 수요 증가로 수급이 점점 타이트해지고 있다”며 “이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장용 MLCC 시장에서도 삼성전기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2022년 시장 점유율 4%에 불과했던 전장용 MLCC는 2024년 19~20% 수준으로 급증하며 무라타에 이은 2위로 도약했다. 2024년 전장용 MLCC 매출은 9700억원을 기록했고, 2025년 1조2000억원, 2026년 1조5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1대에는 2만~3만 개의 MLCC가 탑재되는데, 이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 대비 최대 10배에 달하는 수치다. 삼성전기는 1000볼트(V)~2000V 고전압을 견디는 전장용 MLCC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기술 경쟁력을 입증했다. 고온(150℃), 저온(-55℃), 고습도(85%) 등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이 제품은 전기차 배터리 관리 시스템과 고속 충전 시스템의 핵심 부품이다.​

2026년 영업이익 1조원 돌파 전망··· MLCC 공급 부족 예상

증권가는 삼성전기의 2025년 영업이익을 8600억~8900억원, 2026년에는 1조1600억~1조1800억 원으로 전망하며 2년 연속 큰 폭의 이익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특히 2026년부터는 MLCC와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모두 공급 부족 상황이 펼쳐지며 ‘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전환될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MLCC 가동률이 100%에 가까운 수준을 지속하고 있으며, AI발 고부가 부품 수요 폭증으로 가동률 개선이 예상된다”며 “2026년 큰 폭의 이익 성장세를 시현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AI 서버용 MLCC는 일반 MLCC 대비 영업이익률이 3~4배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실적 개선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24년 10월 6일 필리핀 라구나주 칼람바시에 있는 삼성전기 필리핀법인(SEMPHIL)을 찾아 MLCC 제품 생산현장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삼성전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24년 10월 6일 필리핀 라구나주 칼람바시에 있는 삼성전기 필리핀법인(SEMPHIL)을 찾아 MLCC 제품 생산현장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삼성전기

이재용 회장의 ‘특별한 애착’··· 4년간 7차례 현장 방문

삼성전기 MLCC 사업의 폭발적 성장 이면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각별한 관심과 진두지휘가 있었다. 이 회장은 2020년과 2022년 부산 사업장을 찾은 데 이어 2023년 중국 톈진, 2024년 6월 수원 사업장, 10월 필리핀 칼람바 공장까지 주기적으로 삼성전기 생산거점을 방문하며 사업 현황을 직접 점검해 왔다.​

특히 2022년 11월에는 부산사업장에서 열린 서버용 FC-BGA 첫 출하식에 직접 참석해 기술 경쟁력을 확인했다. 2020년 부산 방문 당시 이 회장은 “현실에 안주하거나 변화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며 “불확실성에 위축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자”고 강조했다. 

2024년 10월 필리핀 칼람바 생산법인 방문에서는 경영진에게 AI, 로봇, 전기차 시장을 선점할 것을 당부하고 현지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져 노고를 격려했다. 같은 해 6월 수원 사업장 방문에서는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으로부터 고체산화물 수전해(SOEC), 글라스 기판, 전장 카메라용 하이브리드 렌즈, 소형 전고체 전지 등 신사업 개발 현황을 보고받았다.​

이 회장은 2024년 1월 ‘2024 삼성명장’ 15명과 간담회를 갖고 “후배들을 잘 키워 달라”고 당부했는데, 이 중 삼성전기에서 2명의 기술 명장이 선정됐다. 이처럼 이 회장이 삼성그룹 내에서도 삼성전기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는 것은 MLCC와 FC-BGA가 AI·전장 시대의 핵심 부품이자 일본 기술 독점을 무너뜨릴 전략 사업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필리핀 1.3조 투자··· FC-BGA 사업도 성장 가속

삼성전기는 증가하는 MLCC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필리핀 칼람바 공장에 1조3000억원을 투자해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한다. 이번 증설은 2027년 4분기 완공을 목표로 하며, 약 3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예정이다. 필리핀 생산법인은 부산, 중국 톈진과 함께 MLCC 3대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육성될 계획이다.​

부산 사업장에서는 MLCC 핵심 원재료를 자체 개발·생산하며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세라믹 파우더 등 핵심 원자재를 직접 개발해 내재화한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삼성전기가 사실상 유일하다. 

아울러 삼성전기의 실적 성장을 견인하는 또 다른 축은 FC-BGA 사업이다. 삼성전기는 2025년 2분기부터 AI 가속기용 FC-BGA를 본격 양산하며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공급을 시작했다. 올해 AI 서버용 FC-BGA 매출만 2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FC-BGA 매출은 2024년 8850억원에서 2025년 1조580억원, 2026년 1조256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기는 “2026년까지 서버·AI·전장·네트워크 등 고부가 FC-BGA 제품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며 “다수의 메이저 고객사와 차별화된 기술을 기반으로 AI용 신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재활용 혁신·저탄소 공정 도입··· 탄소중립 로드맵 본격 가동

삼성전기는 사업 성장과 함께 친환경 경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2025년까지 전 사업장 폐기물 매립제로 인증 획득을 목표로 추진해왔으며, 2024년 12월 국내외 모든 사업장에서 ‘폐기물 매립 제로(ZWTL: Zero Waste To Landfill)’ 최고 등급인 플래티넘 인증을 획득했다. 이는 자원순환율 99.5% 이상을 달성한 것으로, 글로벌 환경안전 인증기관 UL 솔루션즈의 인증을 받았다.

삼성전기는 폐알칼리와 폐산을 폐수처리장의 pH조절제와 응집제로 재활용하고, 폐수 슬러지에 있는 미량의 구리를 회수하는 등 다양한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한 MLCC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 PET 필름을 재활용해 근무복을 제작하는 등 자원순환 활동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측면에서도 삼성전기는 202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원단위 기준 2014년 대비 7% 감축하는 목표를 설정했다. 전사 차원의 에너지 절감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모든 사업장의 조명을 LED로 교체했으며, 태양광 발전시설(100kW)을 도입해 연간 120메가와트시(MWh)의 재생에너지를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법인 업무차량 100%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등 탄소중립을 향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실행 중이다. 또한 대기·수질 오염물질을 법규 대비 평균 30% 미만으로 유지하고, 전사 용수 재이용을 확대하는 등 친환경 사업장 운영에 힘쓰고 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ESG 경영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한다”며 “지구 환경, 지역사회, 임직원과 함께 지속 가능한 가치를 창출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받는 정직한 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MLCC 시장 2029년까지 연평균 21% 성장 전망

글로벌 MLCC 시장은 AI와 전기차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폭발적 성장이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모더 인텔리전스는 MLCC 시장 규모가 2024년 230억달러(약 33조7000억원)에서 2029년 611억달러로 성장하며 연평균 21.57%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은 향후 3~5년간 로보틱스와 AI 서버 등 신규 애플리케이션의 부상으로 MLCC 시장 성장률이 6~7%로 가속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전장용 MLCC 시장은 2025년 6조7000억원에서 2033년 16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AI 서버 시장도 향후 5년간 연평균 34%의 폭발적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삼성전기는 이러한 시장 성장세를 적극 활용해 초소형·초고용량·고신뢰성 MLCC 라인업을 강화하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기는 IT 중심에서 AI·전장 중심으로의 사업 구조 전환이 가시화되면서 구조적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증권가는 “MLCC와 패키징 기판 산업이 호황기 초입에 접어들었다”며 “AI 관련 투자 급증과 고부가 제품 중심의 믹스 개선 효과가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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