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특수에도 中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로 긴장감 고조
"당장 영향 제한적…장기적 공급망 리스크는 관건"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라는 복병을 어떻게 돌파할 지 주목되고 있다./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미지=픽사베이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라는 복병을 어떻게 돌파할 지 주목되고 있다./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미지=픽사베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을 맞이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 D램 가격이 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고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발하면서 양사 모두 역대급 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최근 불안 요소가 나타났다. 중국이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 수출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호황에 찬물을 끼얹을 변수로 떠올랐다. 업계에서는 당장에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가 큰 영향은 없을 거라는 입장이다. 

◇ AI 열풍 속 HBM 수요 증가와 시장 개편··· K-반도체의 시간이 왔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3분기 말 기준 글로벌 D램 공급자 평균 재고는 3.3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D램의 재고가 약 23일 내 동날 수 있다는 의미로, 2018년 반도체 슈퍼사이클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D램 가격도 급등세다. 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범용제품인 'DDR4 8Gb' 가격은 지난 9월 기준 6.3달러로 2019년 1월 이후 6년 8개월 만에 '6달러 고지'를 넘어섰다. 전월 대비 10.5% 상승한 수치다. 'DDR5 16Gb' 가격은 7.535달러로 연초보다 40% 넘게 뛰었다.

이러한 D램 재고 부족과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제조사의 제품 공급 부족이 자리하고 있다. AI 산업이 본격화되면서 AI 가속기 시장을 장악해온 엔비디아 외 글로벌 빅테크 기업(거대기술기업)들도 AI 가속기 개발에 나서면서 HBM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이어지자 HBM을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기업(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D램 대신 HBM 생산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2017~2018년 구축된 데이터센터가 서버 교체 시기를 맞으면서 일반 D램 수요도 크게 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글로벌 빅테크의 AI 투자 확대도 메모리 호황을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행보가 주목된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일 한국을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각각 메모리 공급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AI 가속기 업체를 건너뛰고 HBM을 직접 조달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어 오픈AI는 6일(현지시간) AMD와도 대규모 AI 가속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AMD는 내년 하반기부터 2029년까지 오픈AI에 AI 가속기 수십만 개를 공급할 예정이다. 공급량을 전력으로 환산하면 원전 6기 분량에 해당한다. 오픈AI는 AMD와 협력을 통해 GPU 기술력을 토대로 AI 가속기 시장을 장악해온 엔비디아로부터 AI 가속기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또 오픈 AI와 AMD의 협력에 삼성전자도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AMD의 HBM 주력 공급 파트너가 삼성전자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AMD의 주력 AI 가속기 'MI350'에 HBM3E 12단 제품을 공급 중이다. 

이처럼 세계 AI 가속기 시장 80% 이상을 장악해 온 엔비디아의 독점 체제가 흔들리면서 'AMD·삼성전자' 연합이 '엔비디아·SK하이닉스' 연합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민 형국이됐다. 독점 형국의 시장이 경쟁 시장으로 변모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훈풍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한국 반도체 업계에 겨울이 오고 있다'고 경고했던 모건스탠리는 최근 입장을 180도 바꿨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9월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사이클 지표는 2027년경 정점에 이를 것"이라며 "메모리 산업 역학이 바뀌면서 모든 곳에서 공급 부족이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선 올 3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각각 1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호황 흐름 속 나타난 복병 中 희토류 규제... 업계 "당장은 문제 없다"

최근 반도체 등에 사용되는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를 발표한 중국.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최근 반도체 등에 사용되는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를 발표한 중국.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이처럼 국내 반도체 시장에는 훈풍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추석 연휴가 끝날 때 쯤 이러한 흐름에 제동을 거는 소식이 나왔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9일 반도체와 AI에 사용되는 희토류 수출 통제를 대폭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통제 대상엔 사마륨, 디스프로슘, 터븀 등이 포함됐다. 해당 원소는 반도체 노광기나 식각기 같은 정밀 장비에 쓰이는 핵심 소재다. 특히 디스프로슘은 영구자석의 고온 내구성을 강화하는 필수 첨가제로 중국이 공급망 90%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규제에 있어 중국은 14㎚ 이하 시스템반도체, 256단 이상 메모리반도체와 관련 장비·재료에 사용되는 희토류 수출 시 개별 승인을 받도록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노광·식각·검사 장비 부품에는 희토류 합금이 일부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희토류를 외교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한 게 하루이틀이 아니기 때문에 주요 기업은 이미 희토류 공급처 다변화와 재고 확보에 나서왔다"며 "이번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가 업계에 당장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미국과 패권 경쟁을 이어오고 있는 중국은 미국의 공세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희토류 수출 규제를 활용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반도체 수출 규제, 관세 강화 등을 추진할 때마다 중국은 희토류 수출 규제를 발표하고 있다. 두 나라의 패권 경쟁 속에 간접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국의 이번 규제가 반도체 장비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장비 부품 중에 중국산 희토류가 들어 있다면 수출 승인 대상이 될 수 있다"며 "허가 지연이 생산라인 가동률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이번 규제에 대한 섬세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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