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대형주 급락·외국인 매도 겹치며 지수 하향 압력 확대
환율 불안·레버리지 증가까지 겹쳐 변동성 더 커졌다는 분석

코스피 4000선이 7거래일 만에 다시 무너졌다./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
코스피 4000선이 7거래일 만에 다시 무너졌다./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

코스피 4000선이 7거래일 만에 다시 무너졌다. 반도체 대형주의 급락과 외국인 매도가 겹치면서 지수가 장중 3000대로 떨어졌다. 단기 급등 뒤 차익 실현이 집중된 데다 글로벌 기술주 약세까지 이어지며 하락 폭은 더 커졌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오후 12시28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89.50포인트(-2.19%) 하락한 3999.75에 거래되고 있다. 장 초반 4044.47에서 출발했지만 4020선이 무너지며 낙폭을 키웠고, 오전 내내 4000선을 회복하지 못했다. 지난 7일 3953.76까지 밀린 뒤 일주일 만에 다시 3000대로 돌아온 셈이다.

지수 하락은 며칠 전부터 예고됐었다. 11일에는 4106.39로 마감하며 4000선을 확실히 회복했고, 12일(4150.39)·13일(4170.63)까지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14일 3% 넘게 떨어지며 4011.57로 마감했고, 15일 4089.25로 소폭 반등했지만 다시 힘을 잃었다. 18일 장중 3992선까지 내려앉으며 지수는 결국 4000 아래로 밀렸다.

상위 종목 대부분이 하락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1900원(-1.89%) 떨어진 9만8700원, SK하이닉스는 2만7500원(-4.54%) 하락한 57만8500원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만5000원(-3.24%) 내린 44만8000원, 현대차는 3500원(-1.29%) 떨어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보합권(72만3000원)에 머물렀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만1500원(-2.96%), 두산에너빌리티는 1100원(-1.40%), KB금융은 3100원(-3.23%), 기아는 1900원(-1.62%) 빠졌다.

상위 10개 종목 중 HD현대중공업만 1만5000원(2.49%) 상승했고 나머지 9개는 모두 약세였다. 대형주 전반이 흔들리며 지수가 빠르게 아래로 밀리는 모습이다.

시장을 짓누른 건 단연 반도체였다. 미국 기술주가 약세를 보인 영향이 국내 반도체로 번지면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동반 하락했다. 미국에서는 엔비디아·AMD 등 AI 대표 종목이 조정을 받았고, 중국 수출 규제와 메모리 가격 둔화 이슈가 겹치며 국내 투자심리도 위축됐다.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과열됐던 반도체 주가에 차익 실현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환율 부담도 컸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주 장중 1475원 근처까지 치솟으며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8일에는 외환당국 개입으로 소폭 안정됐지만 여전히 고점 근처다. 달러지수는 한 달 전과 비슷한 99선에서 움직이는데 원화만 약세가 심한 이례적인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해외 투자 증가가 원화 약세를 부추긴 것으로 본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매수가 늘면서 달러 수요가 커졌고,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수 규모가 감소하면서 달러 공급은 충분히 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고 중동 불안이 커지며 안전자산 선호가 높아진 점도 원화 약세를 자극했다.

수급 측면에서도 부담이 컸다. 외국인은 최근 주식 시장에서 매도 우위다. 11월 들어 2조 원 가까이 팔아치웠고, 18일에도 현·선물 시장 모두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비중이 큰 외국인 특성상 이들이 매도할 때 지수 낙폭이 크게 벌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거래대금도 줄었다. 이날 거래대금은 7조2413억 원 수준으로 지난주 대부분 10조 원을 넘던 수준과 비교하면 뚜렷한 감소다. 매수세는 약해진 반면 투매로 보이기까지는 아직 이르다는 해석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레버리지 비중 증가도 하락 압력을 키웠다. 최근 신용 잔고는 25조 원을 넘어서며 지난해 고점을 다시 향하고 있다. 미수·신용으로 매입한 종목은 지수가 밀릴 때 반대매매가 나오기 쉬워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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