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25% 인하 검토에 자금 이동 가속… 금융지주·고배당 ETF 강세
불확실성 장세 속 “현금이 답” 심리 확산… 정책 변수·배당 지속성은 점검 필요

정부와 여당이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인하를 추진하면서, 연말마다 반복되던 고배당주 쏠림 현상이 올해는 한층 더 거세지고 있다./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
정부와 여당이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인하를 추진하면서, 연말마다 반복되던 고배당주 쏠림 현상이 올해는 한층 더 거세지고 있다./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

정부와 여당이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인하를 본격 추진하면서 연말 고배당주 쏠림 현상이 유례없는 강도로 나타나고 있다. 매년 배당 시즌이면 반복되던 풍경이지만, 올해는 세금 부담 완화 기대감까지 겹치며 투자자들의 시선이 고배당주에 집중되는 양상이다. 불안정한 시장에서 확실하게 현금을 챙길 수 있는 종목으로 시선이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10일 당정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고배당 종목에 적용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현행 35%에서 25% 수준으로 낮추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인하 폭이 명확히 거론되자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세율이 10%포인트 내려가면 같은 배당금을 받아도 실제 손에 남는 금액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 정책 변화가 단순한 메시지가 아니라 투자자의 실질 수익에 바로 연결되는 사안이어서 체감 효과가 크다는 평가다. 

◇금융株, 시장 약세 뚫고 '사상최고가 행진'

주식시장의 움직임도 이를 반영했다. 최근 은행·보험 등 금융주는 코스피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오히려 주가가 상승했다. KB·신한 등 주요 금융지주는 사상 최고가를 새로 쓰기도 했다. 높은 배당과 함께 자사주 매입·소각 확대 기대가 더해지며 투자 매력도가 올라갔다는 분석이다. 변동성 큰 성장주 대신 당장 돈을 주는 종목을 찾는 자금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기업의 배당 확대를 통해 자본시장을 살리겠다고 밝힌 점도 투자 열기를 키웠다. 연말 배당 시즌과 세제 변화 기대가 겹치며, 고배당주는 해마다 찾는 연말 단골 종목에서 올해는 ‘정책 수혜주’ 성격까지 얻은 셈이다. 올해 연말 배당 전략의 무게 중심이 확실히 고배당주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개인 자금은 고배당 ETF로도 빠르게 몰리고 있다. 은행·보험·통신·자동차 등 배당이 높은 종목으로 구성된 ETF에 자금이 유입되고 있으며, 월 배당 상품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배당 시점과 금액이 예측 가능하다는 점이 개인에게 매력적이라는 반응이다.

◇"세율 인하 미확정…실적·정책 변수 체크해야"

다만 서두르기 전에 확인해야 할 부분도 있다. 세율 인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적용 범위나 수치가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시행 시점 역시 관건이다. 기대감만으로 미리 주가가 오르면, 제도 시행 전에 되레 차익 실현 압력이 나올 수 있다.

또 배당은 기업의 실적과 직접 연결된다. 금융주는 기준금리 변화, 건전성 규제, 충당금 확대 여부 등에 따라 배당 정책이 달라질 수 있다. 올해 주주환원이 컸다고 해서 내년에도 같은 수준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분기·중간배당이 이어질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ETF 투자 역시 상품별로 차이를 따져봐야 한다. ‘고배당’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도 편입 종목 구성, 배당 지급 방식, 세후 수익 구조는 모두 다르다. 금융 비중이 높은 상품은 금리 변동에 민감하고, 특정 업종 쏠림이 있는 상품은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비교 기준은 세전 수익률이 아니라 세후 수익이어야 한다.

배당 투자를 고려할 때는 세전 기준 수익률보다 세금 공제 후 실제 수령액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제 인하가 확정될 경우 고배당주의 투자 매력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배당 확대는 기업의 실적과 재무 여력에 영향을 받는 만큼, 배당 수준과 주주환원 정책이 지속될 수 있는지 여부를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셧다운 우려 완화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조정 움직임에 반도체, 금융 등 대형주가 반등했다”며 “외국인이 오랜 순매도 흐름을 멈추고 순매수로 전환했고, 기관이 매수세를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배당 관련 종목은 정책 기대가 더해지며 강세가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금융주는 고배당과 정책 모멘텀 기대가 반영되고 있다”면서 “배당소득세 완화 기대가 코스피 상승 흐름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하나금융지주, SOL 금융지주플러스고배당 등이 강세를 보였다”며 “배당소득세 완화와 미국 셧다운 해제 기대가 시장 분위기를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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