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 인하 기정사실화에 위험자산 선호 확대… 반도체·금융주 강세 주도
“CPI·FOMC 결과로 기대와 현실의 간극 얼마나 좁히느냐가 관건”

코스피가 마침내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10일 코스피 지수는 장중 3314선을 넘어서며 종가 기준 3314.53포인트로 마감, 2021년 6월 세운 종전 최고치(3305.21포인트)를 4년 2개월 만에 갈아치웠다.
이날 외국인은 약 1조3000억 원, 기관은 1조 원대 중반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개인의 대규모 매도를 흡수했다. 전체 상장 종목 가운데 상승 600여 개, 하락 250여 개로 오름세가 뚜렷하게 우위를 보였다. 장은 시작부터 끝까지 탄탄한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무엇보다 미국이 이달부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사실상 기정사실화되면서 시장은 크게 술렁였다. 연내 두 차례 인하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자금은 빠르게 위험자산으로 향했고, 한국 증시는 그 수혜를 고스란히 받았다. 전날까지 이어진 관망 무드는 단숨에 사라지고, 지수는 1% 넘게 치솟으며 투자자 심리를 단단히 자극했다.
여기에 최근 트럼프 일가의 가상자산 사랑까지 더해지며 시장 분위기는 한층 화려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들이 참여한 비트코인 관련 기업이 뉴욕 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하고, 직접 나서 “가상자산은 금융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단”이라 목소리를 높이는 장면은 투자자들의 상상력을 크게 자극했다. 정치와 금융, 그리고 신흥 자산이 한데 섞인 이 스토리는 그 자체로 시장의 ‘흥행 카드’가 됐다. 직접적으로 코스피와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 세계적으로 위험자산 선호를 강화시키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는 충분했다.
국내에서는 반도체와 금융주가 상승을 주도했다. SK하이닉스가 5% 넘게 오르며 시가총액 상위주를 밀어올렸고, 은행과 보험주도 강하게 동반 상승했다. 개인들이 차익 실현에 나섰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2조 원 가까운 자금을 동시에 쏟아부으며 장을 지탱했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라는 대형 모멘텀과 맞물려 당분간 유동성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그렇다고 장밋빛만 있는 건 아니다. 물가와 관세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고, 금리 인하 폭이 예상보다 작을 경우 실망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상승 여력은 분명 존재하지만 바닥 없는 랠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실적 기반의 선별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환율과 외국인 자금 유입 흐름이 뒷받침되는 한 유동성 장세는 유지되겠지만, 결국 차별화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최고치를 경신한 것과 관련해 “대외적으로는 미국 금융기관과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고, 이제는 이를 검증하는 시간이 필요한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기자 간담회에서 기대 이상으로 긍정적인 분위기가 전해지면서 일차적인 반응이 나온 상황”이라며 “앞으로는 CPI 발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등을 확인하면서 예상치와 현실의 간극을 얼마나 좁힐 수 있는지가 추가 변동성을 좌우할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