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총리 취임 이후 엔화 급락, 원화도 동반 약세
외국인 자금 이탈·달러 강세 겹치며 5개월 만에 1440원 돌파

엔화 약세와 달러 강세가 동시에 겹치며 원화 가치가 흔들리고 있다.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
엔화 약세와 달러 강세가 동시에 겹치며 원화 가치가 흔들리고 있다.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

엔화 약세와 달러 강세가 동시에 겹치며 원화 가치가 흔들리고 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후 1시5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439.80원으로, 장중에는 1440.25원까지 오르며 5개월 만에 1440원을 돌파했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2원 높은 1431.80원에 거래를 시작해 상승폭을 키웠으며, 한 달 새 약 35원 올랐다. 원화 약세 압력이 뚜렷하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한 달 사이 35원 정도 오른 환율 가운데 4분의 1은 달러 강세 영향이고, 나머지 4분의 3은 위안화와 엔화 약세, 관세 문제, 그리고 대미 투자금 조달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취임 이후 재정지출 확대가 예고되며 일본의 금리 인상 지연 전망이 퍼진 것도 엔화 급락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엔화와 동조화되는 원화 역시 약세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여기에 위안화 약세까지 겹치면서 역내 통화 전반이 달러에 밀리고 있다.

글로벌 달러 강세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달러화지수(DXY)는 최근 일주일 새 고점을 경신하며 투자자들의 달러 선호 심리를 자극했다. 한·미 관세협상 타결 기대감이 일시적으로 원화에 힘을 실었지만, 통화스와프 가능성이 낮다는 인식이 시장 전반에 퍼지며 상승세를 제어하긴 역부족이었다.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 이탈이 이어졌다. 이날 코스피는 장중 처음으로 3900선을 돌파했지만, 외국인은 약 4900억 원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환율 상승에 따라 달러화 자산 선호가 커지면서 외국인 매도세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BOJ)의 오는 30일 기준금리 결정과 한·미 관세협상 결과가 향후 환율 향방을 가를 주요 변수로 보고 있다. 엔화 약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 속에, BOJ가 긴축 시그널을 명확히 내지 않을 경우 원·달러 환율이 1440원선을 상단으로 재차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 협상 기대감에도 엔화 약세로 인한 강달러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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