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GDP 3.8%·고용지표 호조에 금리 인하 기대 약화··· 달러 강세 심화
트럼프 ‘선불’ 발언에 통상 불확실성 겹쳐··· 코스피 3400선 붕괴

원·달러 환율이 1410원대로 치솟으며 넉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경기 지표 호조와 금리 인하 기대 약화, 여기에 대미 통상 협상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원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졌다./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미지=픽사베이
원·달러 환율이 1410원대로 치솟으며 넉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경기 지표 호조와 금리 인하 기대 약화, 여기에 대미 통상 협상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원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졌다./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미지=픽사베이

원·달러 환율이 1410원대로 치솟으며 넉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경기 지표 호조와 금리 인하 기대 약화, 여기에 대미 통상 협상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원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졌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주간거래 종가 기준)보다 11.8원 급등하며 1412.40원까지 올라섰다. 환율이 1410원을 웃돈 것은 지난 5월 15일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이번 원화 약세에는 미국의 경기 지표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5일(현지시간) 미 상무부가 발표한 2분기 국내총생산(GDP) 확정치가 연율 3.8%로 집계돼 시장 전망을 크게 웃돌자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가 한풀 꺾였다. 성장률 상향은 수출입이 아닌 소비와 투자 증가 덕분이었고, 민간소비도 1.9%에서 2.9%로 크게 높아졌다.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 역시 예상치를 밑돌며 고용시장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 같은 경제지표 호조는 연준(Fed)의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을 크게 위축시켰다. 시장에서는 그간 9월 연준 회의에서 추가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지만, 이날 경제지표 발표 후 금리인하 확률이 급격히 하락했다.

달러 가치는 빠르게 반등했다. 달러지수는 전일 대비 0.62% 상승한 98.48을 기록하며 최근의 약세 흐름을 끊었다. 미국 내 매파적 발언에 더해 경제지표 호조가 확인되면서 달러 강세가 심화된 것이다.

여기에 한미 통상협상을 둘러싼 변수까지 원화 약세를 부채질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3500억달러 대미 투자를 '선불'이라고 언급한 데 이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투자 규모 확대를 압박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가 나오면서 협상 불확실성이 고조됐다.

이날 국내 증시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코스피는 전일 대비 85.06포인트(2.45%) 내린 3386.05로 3400선을 밑돌았고, 코스닥지수도 17.29포인트(2.03%) 하락한 835.19에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도에 나서면서 낙폭이 커졌다.

장기적으로는 한미 간 경제성장률 격차도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3년 이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미국보다 지속적으로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면서, 양국 간 펀더멘털 격차가 원화 약세를 구조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 펀더멘털의 상대적 취약성은 원화 자산의 매력도를 떨어뜨려 해외 자본의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이 같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정부와 한국은행의 대응 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는 1400원 선을 중심으로 등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달러 강세 압력이 일부 완화될 수 있지만 무역 협상 불확실성과 9월 수출 둔화 가능성이 상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순매수세가 이어지는 점은 환율의 하방 경직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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