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만 4조2천억 원 순매수… 주식 보유액 1248조 원 기록
미국·중동 자금 빠졌지만 유럽계 자금 대거 유입… 채권은 순회수 전환

원·달러 환율 급등 속에서도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의 존재감이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외국인 보유 비중이 30%를 넘어서며, 시장 방향을 좌우하는 핵심 투자층으로 다시 자리 잡는 모습이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7원 하락한 1457원에 마감했다. 장 초반에는 1475.9원까지 치솟았으나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에 20원 넘게 하락했다. 다만 환율 변동성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달러지수는 한 달 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원화만 빠르게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해외로 나가는 자금 규모가 커진 점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매수 증가로 달러 수요가 커졌지만, 외국인 자금 유입 등 달러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원화 약세가 더 심해졌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진 데다 중동 불안과 글로벌 달러 강세가 겹치며 원화 약세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
고환율 환경에서도 외국인은 10월 한 달간 국내 상장주식을 4조 원 넘게 사들이며 6개월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10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외국인은 10월 중 상장주식 4조2050억 원을 순매수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1950억 원, 코스닥시장에서 100억 원을 각각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10월 말 기준 외국인의 주식 보유잔액은 1248조9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전체 시가총액의 30.1%에 해당한다. 한 달 전보다 보유액이 234조 원 넘게 증가했다. 글로벌 주요국 대비 높은 외국인 의존 구조가 다시 확인된 셈이다.
국가별로 보면 10월 외국인 순매수의 중심은 유럽이었다. 영국이 2조4000억 원, 아일랜드가 1조3000억 원을 순매수하며 전체 증가분을 이끌었다. 반면 미국은 1조 원을 순매도했고, 쿠웨이트(-6,000억 원) 등 중동계 자금도 회수 움직임을 보였다.
한국 상장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는 여전히 미국이다. 10월 말 기준 미국계 자금이 511조1000억 원(40.9%)을 보유하고 있었고, 유럽이 395조5000억 원(31.7%), 아시아가 173조9000억 원(13.9%), 중동이 20조3000억 원(1.6%) 순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채권시장에서는 주식과 정반대의 흐름이 나타났다. 외국인은 10월 한 달간 상장채권을 3조8210억 원 순매수했지만 만기 상환액이 이를 웃돌아 1780억 원 순회수가 발생했다. 한 달 만에 순투자에서 순회수로 전환된 것이다.
채권 보유잔액은 307조 원으로, 전체 상장채권의 11.2% 수준이다. 전월 대비 1조3000억 원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유럽이 4조6000억 원 순투자를 기록했으나, 중동(-1조7000억 원)과 아시아(-4조3000억 원)는 순회수를 보였다.
채권 종류별로는 국채가 3조 원 순투자, 특수채가 3조1000억 원 순회수로 엇갈렸다. 만기별로는 잔존만기 5년 이상 채권은 1조5000억 원, 1~5년 미만 채권은 4조 원 순투자가 이뤄졌지만, 잔존만기 1년 미만 단기채는 5조7000억 원 순회수돼 단기물 위주로 매도가 집중된 모습이다. 10월 말 기준 보유 잔액은 △1년 미만 62조9000억 원(20.5%) △1~5년 미만 104조3000억 원(34.0%) △5년 이상 139조8000억 원(45.5%) 규모다.
최근 몇 달간 채권에서 빠진 외국인 자금이 주식으로 이동했다는 해석도 있다. 고금리가 길어지며 채권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한국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견조하게 유지되면서 주식 매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또한 ‘엔저·강달러’ 구도에서 한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저평가 매력이 부각됐다는 시각도 있다.
외국인 비중이 다시 30%를 넘어선 만큼 향후 증시의 방향도 외국인 수급 변화에 더 크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대형 수출주와 IT 종목은 여전히 외국인 비중이 높고, 특정 국가 자금이 집중 유입·유출될 때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 증시는 외국인 비중이 높아 환율·금리 같은 글로벌 변수에 민감한 시장 구조를 갖고 있다”며 “환율이 안정되면 외국인 매수 기조가 유지될 여지도 있지만, 고환율이 이어질 경우 다시 매도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비중이 30%를 넘어서면 수급 변화가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진다”며 “단기 변동성은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기업 실적과 글로벌 경기 방향에 따라 외국인 투자 흐름이 다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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