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조선소 생산량 7배 확장··· 2035년까지 연간 10척 생산 목표
미 해군 함정 정비 사업 확대··· “미국 해양산업 핵심 도약”
“현지 생산 역량 결합해 ‘친환경 해양 인프라’ 구축 속도”

미국 정부의 조선업 부활 정책과 맞물려 한화오션이 미국 해양산업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인공지능생성이미지
미국 정부의 조선업 부활 정책과 맞물려 한화오션이 미국 해양산업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인공지능생성이미지

한화그룹이 지난해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의 연간 선박 생산량을 1.5척에서 10척으로 7배 확대하고, 미국 내 최초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에 나선다. 미국 정부의 조선업 부활 정책과 맞물려 한화오션이 미국 해양산업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지난 12일 한국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필리조선소에 초청해 대규모 생산설비 확장 계획을 공개했다. 현재 연 1~1.5척에 불과한 생산량을 오는 2035년까지 10척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매출 역시 10배(4억달러→40억달러) 확대를 노린다. 이를 위해 미활용 중이던 5번 도크를 재가동하고, 자동화 설비와 공정 혁신을 도입해 생산성을 극대화한다. 인력도 1500명에서 3000명으로 두 배 이상 늘릴 방침이다.

한화는 미국 내 조선소 최초로 LNG 운반선 건조에 나선다. 미국은 1980년대 이후 LNG선 건조 경험이 전무한 상태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LNG 수출이 급증하면서 자국 내에서 고부가가치 LNG선을 직접 건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화오션은 세계 최고 수준의 LNG선 건조 기술을 미국에 이식, 기술 공백을 메우고 '메이드 인 USA' 선박 생산 시대를 연다는 계획이다.

한화오션은 세계 최고 수준의 LNG선 건조 기술을 미국에 이식, 기술 공백을 메우고 '메이드 인 USA' 선박 생산 시대를 연다는 계획이다. /사진=한화오션, 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한화오션은 세계 최고 수준의 LNG선 건조 기술을 미국에 이식, 기술 공백을 메우고 '메이드 인 USA' 선박 생산 시대를 연다는 계획이다. /사진=한화오션, 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미 해군 함정 정비 사업 확대··· 연간 20조원 시장 공략

한화의 이번 행보는 미국 정부의 조선업 부활 정책과 맞아떨어진다. 트럼프 행정부는 'SHIPS for America Act'를 통해 10년 내 미국 건조 선박 250척 확보를 목표로 내걸었다. 미국 항만을 오가는 선박은 반드시 미국에서 건조·소유·운영돼야 한다는 존스법(Jones Act)도 엄격히 적용되고 있다. 한화오션의 필리조선소 증설과 LNG선 건조는 이런 정책적 환경에서 미국 해양산업의 핵심 공급망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앞서 한화오션은 지난해 7월 미국 해군과 함정 정비 협약(MSRA)을 체결한 이후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서 실질적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미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Wally Schirra)호'와 7함대 소속 급유함 '유콘(USNS YUKON)호'의 정비 사업을 연이어 수주했으며, 올해는 5~6척의 미 해군 함정 MRO 사업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 세계 해군 MRO 시장은 약 80억달러 규모로 지속 성장하고 있으며, 미국 함정 MRO 시장 규모만 연간 20조원에 달한다. 특히 함정 운영 기한이 최대 40년에 이르러 주기적인 정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수익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한국의 첨단 조선 기술과 생산시스템을 미국 현지에 이식해 미국 조선업의 기술·생산성 한계를 뛰어넘겠다"고 말했다.

미국 해양산업의 ‘친환경 혁신’·‘공급망 안정’ 주도

한화오션의 미국 진출은 단순히 조선소 인수나 군함 수주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글로벌 산업 지형의 변화와 미국 내 정책 환경, 한화그룹의 미래 전략이 맞물리며 한화오션은 미국 해양산업의 ‘친환경 혁신’과 ‘공급망 안정’이라는 두 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미국은 최근 몇 년간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에 크게 노출되면서 자국 내 제조 역량 강화와 안정적인 해운·물류 체계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한화오션이 인수한 필리조선소는 미국 동부 최대의 상선·군함 건조시설로,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해양 자립’ 정책의 실질적 거점이 될 수 있다.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 전경.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 전경. /사진=한화오션

친환경 해양 기술로 미국 탄소중립 목표 지원··· ‘내부자’로 편입도

미국은 오는 2030년까지 해양 부문 온실가스 40% 감축, 2050년까지 '탄소중립 해양산업' 달성을 목표로 대대적인 정책 지원과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이미 암모니아·수소 등 차세대 친환경 연료 추진 기술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해상풍력, LNG 인프라, 연안 물류 등 해양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추진 중이다. 한화오션은 해상풍력 설치선, LNG 벙커링선 등 특수선 분야에서도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미국이 추진하는 해양 인프라 프로젝트에 한화오션의 기술과 현지 생산 역량이 결합하면 미국의 ‘친환경 해양 인프라’ 구축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질 수 있다.

동시에 한화오션은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쌓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 해양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업계는 한화오션의 미국 진출은 현지 대학·연구소와의 산학 협력, 인력 교류, 공동 연구개발(R&D) 등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한 생산기지 확보를 넘어 미국 해양산업의 미래 경쟁력 강화에 직접 기여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업계 한 전문가는 “한화오션이 필리조선소를 통해 현지 생산 체계를 갖추면 미국 해운·군수 산업의 공급망 안정화 정책과 완벽하게 맞물린다”며 “단순한 해외 기업의 미국 진출이 아니라, 미국 해양산업의 ‘내부자’로 편입되는 전략적 의미”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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