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거점 확장·AI 방산 생태계 구축··· “차세대 성장축 가속”
방산·친환경 결합, 한화의 새로운 성장 엔진 ‘그린 방산’
러시아 공백 메우며 드론·AI 중심 신전장 대응 무기체계 강화
3분기 사상 최대 실적··· 2029년까지 31조원 수주 확보

K방산 맏형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글로벌 방산 수출 구조를 다변화하며 성장 모멘텀을 강화하고 있다. 폴란드에서 전시 수요를 흡수한 신속 납품 모델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데 이어 중동 시장에서는 기술 이전과 산업협력형 파트너십을 전면에 내세웠다. 폴란드에는 조기 납품을 위한 현지 조립 거점과 공급망을 구축해 ‘속도전’ 경쟁력을 확보했고, 중동에서는 기술 이전과 산업협력 중심의 동반 성장 모델로 진입 장벽을 낮췄다. 생산 효율성과 파트너십 구조를 병행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 아래 3분기 매출 6조4865억 원, 영업이익 8564억 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며, 31조 원 수주 잔고를 기반으로 향후 5년간 안정적 성장이 예상된다.
6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 시장에서 전시 상황에 따른 긴급 군사 수요를 반영해 신속한 납품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지 생산 거점 마련과 공급망 최적화로 속도전 경쟁력을 강화했다. 반면, 중동 지역에서는 단기 공급 확대보다 기술 이전과 산업 현지화에 기반한 장기 파트너십 구축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생산 거점을 호주, 미국, 유럽, 베트남 등으로 확대하며 공급망과 영업 네트워크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차세대 발사체, 위성, 무인기 등 신사업 육성도 병행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드론 시대에 최적화된 무기체계··· 친환경 기술 병행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 수출 확대와 함께 친환경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방산 산업의 특성상 탄소 배출이 불가피하지만, 생산 공정과 에너지 효율성 개선을 통해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창원 본사 공장에는 태양광 발전 설비를 확대 설치하고, 폴란드와 호주 등 해외 생산 거점에도 재생에너지 기반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 발사체 개발 과정에서는 친환경 추진제 연구에도 투자하고 있다. 기존 하이드라진 계열 추진제보다 독성이 낮고 취급이 안전한 그린 추진제 개발이 핵심이다.
드론과 무인 시스템에도 전동화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전기 추진 드론은 소음이 적고 탐지가 어려워 군사적 효용성이 높을 뿐 아니라, 운용 비용과 환경 부담도 줄일 수 있다. 한화는 오는 2030년까지 생산 공정의 탄소 배출량을 2020년 대비 30%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동 국가들도 친환경 방산에 관심이 높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방산 협력 계약 시 환경 기준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한화의 친환경 전략은 단순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넘어 중동 시장 진입의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

중동서 드론 방어가 핵심 경쟁력
중동에서 한화방산이 주목받는 이유는 ‘드론 전쟁’에 대비한 기술력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이 전장을 장악하면서 무거운 전차들의 생존율이 급락했다. 한화의 K9 자주포와 K2 전차는 유럽 전차보다 가벼워 기동력이 뛰어나다. 드론에 노출되기 전에 빠르게 위치를 바꿀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 중요한 건 ‘드론을 막는 무기’다. 한화시스템의 ‘AI 드론 방어 시스템’은 레이더와 센서로 드론을 실시간 탐지하고, 자동으로 위협도를 평가해 추적한다. 장사정포요격체계(LAMD)와 결합하면 ‘한국형 아이언돔’이 완성된다. 중동 국가들은 이를 도시 방어의 핵심 무기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 2월 UAE에서 열린 IDEX 2025 전시회에서 한화는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L-SAM’을 처음 공개했다. 고도 40km에서 적 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 사드’로, 사거리는 200km에 달한다. 특히 다중 펄스 추진기관 기술로 저고도와 고고도에서 모두 정확한 요격이 가능하다.
중동 국가들은 이제 3층 방공망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중거리 M-SAM(40km), 장거리 L-SAM(200km), 그리고 드론 방어 시스템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된다. 미국 애국자 미사일보다 가격은 저렴하면서 성능은 동등하다는 평가다.
한화는 여기에 위성과 무인차량까지 결합했다. 0.25m급 고해상도 위성으로 야간에도 드론과 미사일을 실시간 감지하고, 현대로템의 무인차량 ‘HR-셰르파’가 지상에서 드론을 직접 요격한다. 고정된 방공 시스템의 한계를 넘어선 '움직이는 방어망'이다.
러시아 공백, 한국이 채운다··· 과제는 AI 기술 경쟁력
중동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과거 러시아산 무기에 의존했던 이라크, UAE 등 중동 국가들이 대거 한국 무기로 눈을 돌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무기의 약점이 드러났고, 러시아는 자국 전쟁에 무기 공급을 우선하느라 중동을 챙길 여력이 없다.
지난달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LIG넥스원과 함께 이라크향 천궁-II 미사일 부품 공급 계약 1조4770억원을 맺었다. 과거 경쟁 관계였던 업체들이 협력으로 전환한 것이다. 한화는 단순히 무기를 파는 게 아니라 ‘방산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현대로템은 사막용 K2 전차로 중동 시장을 공략하고, 한화는 방공망과 드론 방어로 차별화한다. 일본은 해양 안보에, 중국은 인공지능(AI)과 드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한화는 쉴드AI 같은 미국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서울대·KAIST·포스텍과 손잡고 ‘방산 AI 생태계’를 구축 중이다.
한화방산의 미래는 AI에 달렸다. 글로벌 방산 AI 시장은 2024년 95억달러(약 13조7600억원)에서 2034년 321억달러로 3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 국방부는 AI 예산을 2022년 대비 9배 늘렸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AI의 중요성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한화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서울대, KAIST, 네이버클라우드와 협력해 한국형 방산 AI를 개발 중이고, 미국 방산 스타트업 쉴드AI에도 투자했다. 드론 기업 니어스랩, 펀진과도 협력해 AI와 드론을 결합한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우려도 있다. 2008년 이후 국내 방산업체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단기 수익에만 집중하고 장기 연구개발 투자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중동의 정치적 불안정성도 변수다. 이스라엘-이란 갈등이 계속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험도 상존한다.
한화방산의 전망은 밝다. 2029년까지 31조원 수주 잔고로 안정적 현금 흐름이 확보됐다.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현지 생산 기지를 확대하고, 미국에 탄약 공장을 늘리며, 위성-드론-지상 무기를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방산업계 한 전문가는 “드론 중심의 현대전, 러시아 무기 신뢰 추락, 중동의 구조적 안보 불안은 한화에 기회”라며 “폴란드 현지화 성공 경험과 중동의 기술 이전 파트너십은 지속 가능한 성장의 발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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