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등 AI·무인화·통합작전으로 진화한 차세대 전력 공개
기술·외교 맞물린 글로벌 방산 시장 주도권 전쟁 본격화
"국가 안보·산업·외교가 교차하는 방산 전략 무대"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25(ADEX 2025)’는 명실상부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방산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개막 이틀째를 맞은 21일 현재, 행사장은 각국의 고위 방산 관계자와 해외 구매단으로 북적이고 있다. K방산의 기술적 진화와 전략적 도약을 한눈에 보여주는 이번 전시회는 단순한 홍보의 장이 아닌, ‘국가 안보·산업·외교가 교차하는 전략의 무대’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 방산을 주도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현대로템 등은 K방산의 4대 축이 미래 전장을 대비한 차세대 전력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KAI는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와 차세대 전투기로 공중 작전의 주도권을 넓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인공지능(AI) 기반 지휘통제·센서 융합 기술로 전장의 두뇌 역할을 맡고 있다. LIG넥스원은 정밀유도무기와 통합작전체계로 전력 운용 효율을 극대화하며, 현대로템은 무인화·전동화 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지상전 플랫폼으로 전투방식의 혁신을 이끈다. AI·무인화·통합작전으로 상징되는 이들의 도약은 K방산이 기술 도입 단계를 넘어 독자 개발과 수출이 주도하는 새로운 경쟁 시대로 진입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2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KAI는 이번 전시회에서 AI 기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인 ‘NACS’를 중심으로 전시를 펼친다. KF-21 전투기를 핵심 플랫폼으로 삼아 무인 전투기와 실시간 네트워크를 연결해 AI가 전술을 보조하는 미래형 공중전력 체계를 제시했다.
또한, 자체 개발한 다목적 무인기 ‘AAP’를 최초 공개해 자폭, 기만, 목표 유인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며 자율전투능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소형무장헬기(LAH)와 공중발사무인기(ALE)를 선보이며 헬기 유·무인 복합체계 개발도 추진 중이다.
KAI는 증강현싷(AR)·가상현시(VR) 기술을 접목한 AI 정비지원시스템과 AI 파일럿 시뮬레이터를 운영해 전투·정비·교육을 디지털화했다. 이는 원격 정비와 실전 훈련에 적용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초소형부터 중형 위성까지 우주 기술도 전시하면서 항공‧우주‧무인체계를 아우르는 통합 전장 솔루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글로벌 방산 협력과 수출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상·우주 결합한 ‘AI 통합전장’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천무 유도미사일 등 기존 주력 제품에 더해, AI 기반 상황인식 전장관리체계, 무인차량용 통합 센서 모듈, 위성통신 시스템용 추력제어 모듈을 새롭게 선보인다.
한화 측은 우주·지상·공중이 하나의 전황 데이터망으로 연결되는 구도를 “한국형 C4ISR 네트워크”로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을 명확히 했다. 이를 통해 단순한 무기 제작 회사를 넘어 ‘AI 기반 통합작전체계 수출국’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셈이다.
현행 한화디펜스 부문과 한화시스템의 통합 시너지 또한 가시화됐다. 자율주행형 K10 탄약보급차와 드론 영상 실시간 전송 기능을 도입한 ‘K9A3 AI형 자주포’ 모형은 외국 바이어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LIG넥스원, ‘다층방공+무인화’로 네트워크 중심전투 가속
LIG넥스원은 이번 전시회에서 압도적으로 강화된 다층 방공체계 포트폴리오를 공개했다. L-SAM Block-II(확장형), 천궁-II, 대드론복합차단시스템 등 기존 주력 제품군을 네트워크 통합 운영이 가능하도록 업그레이드했다.
특히 독자 개발한 스텔스 무인수상정(USV) ‘Sea Ghost’는 이번 행사의 화제 제품 중 하나로, 적 위협 감시·자율 정찰·전자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LIG는 이를 방공망과 실시간으로 연동함으로써 지상-해상-공중의 통합 방공망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로템, ‘무인+전동화’로 지상전술 혁신
현대로템은 AI 자율주행형 무인차량 ‘HR-셰르파’의 실물 시제품을 공개한다. 고속 통신망을 통한 실시간 원격제어, 전자전 방호 기능, 하이브리드 구동 시스템을 모두 갖춘 이 모델은 미래형 다임무 지상 플랫폼으로 소개됐다.
K2 전차의 ‘국산 파워팩’ 양산 성공은 방산 자립의 상징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수출형 K2PL(폴란드형), K808 개량형 차륜형 장갑차, 모듈형 무인 포탑체계가 더해지며 현대로템의 기술 독립성과 확장성이 동시에 부각됐다.
안보 위기 속 ‘AI-자주국방’ 가속화··· 기술 수주서 ‘전략 동맹’
올해 한반도 안보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복합적이다.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 실전배치를 공식화하고, 미중 간의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한국의 안보 대응 범위는 전통적 방위 개념을 넘어 통합 억제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 주요 방산 기업들은 단순한 무기 경쟁이 아닌, AI·무인화·네트워크 통합을 통한 ‘자주형 시스템 전력화’로 대응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이는 기술 종속 리스크를 해소하는 동시에, 동맹국 중심의 국제 안보 협력 체계 내부에서 ‘독립된 기술 주체’로서 위상을 확보하려는 포석이다.
올해 ADEX에서는 해외 구매단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폴란드, 호주, 인도네시아, UAE, 사우디 등 주요 바이어뿐만 아니라 미·유럽 방산 관계자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각 기업은 단일 무기 수출을 넘어, 국가 단위의 ‘방산 생태계 구축 협력’을 제안 중이다.
한화는 폴란드형 K9·K239 체계의 현지 공동생산을 기반으로 유럽 내 ‘한화-방산 산업 클러스터’ 설립을 협의 중이며, LIG넥스원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방공체계 공동개발 MOU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AI와 현대로템 역시 각각 호주와 중동 지역에서 유무인 복합 훈련체계, 차륜형 전투차량 패키지 수출협정을 타진하고 있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방산은 이제 군사력의 일부가 아니라 경제안보의 축, 나아가 국가 생존 전략의 핵심”이라며 “KF-21을 비롯한 첨단 무기체계가 자주국방을 실질화하고, 방산 수출이 외교적 영향력을 확장하는 ‘기술-외교 복합국가 모델’은 향후 한국의 안보 대전략을 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