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WB와 JV설립 계약 체결··· “천무 유도탄 현지 생산”
폴란드부터 NATO까지··· K방산의 유럽 확장 신호탄
기술 이전·안보 리스크 사이, K방산 외교 시험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 최대 방위산업 기업과 천무 유도탄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에 최종 합의하며 유럽 방산 시장 진출에 본격 나섰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 최대 방위산업 기업과 천무 유도탄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에 최종 합의하며 유럽 방산 시장 진출에 본격 나섰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 최대 방위산업 기업과 천무 유도탄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에 최종 합의하며 유럽 방산 시장 진출에 본격 나섰다. 이번 합작법인 설립은 단순한 무기 수출을 넘어 한국 방산업체가 유럽의 ‘바이 유러피안(Buy European)’ 정책에 맞서는 전략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 최대 민간 방산기업인 WB그룹과 다연장로켓 천무의 유도탄 생산을 위한 현지 합작법인(JV) 설립에 최종 합의했다고 2일(현지 시간) 밝혔다. 

합작법인은 천무의 폴란드 수출형 ‘호마르-K’에 탑재되는 사거리 80km급 유도탄을 현지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생산 물량은 폴란드 우선 공급 후 탄종 다양화를 통해 유럽 내 다른 국가로의 수출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U 방산 블록화, 역설적 기회로 작용

유럽연합의 SAFE 기금 운영 조건에 따르면 전체 부품의 최소 65%가 유럽연합(EU), 노르웨이, 우크라이나 등에서 생산돼야 한다. 이는 기존 수출 모델로는 뚫을 수 없는 장벽이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지 합작을 통해 ‘기술적 주권주의’를 정교하게 우회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방산업체들이 자국 군대 재건에 집중하면서 유럽 시장에서 공백이 생긴 상황이다. 핵심 공급업체인 우크라이나와의 관계 단절로 러시아의 SS-18 대륙간탄도미사일 같은 핵심 무기체계 유지보수마저 의문시되고 있다.

중국의 방산 역량 약화도 한국에 기회요인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한국으로 하여금 시장 다변화의 필요성을 깨닫게 했고, 유럽은 기술 수준과 지불 능력을 모두 갖춘 이상적 대안 시장으로 부상했다.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의존도 탈피를 위해 새로운 파트너를 찾고 있으며, 한국은 나토(NATO) 표준을 준수하면서도 러시아와 직접적 갈등 관계에 있지 않은 ‘안전한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천무 시스템, 현대 전장 환경에 최적화··· 방산 생태계 구축

천무가 유럽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변화하는 전장 환경에 최적화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증명한 것은 대규모 기갑전보다 정밀타격과 기동성이 핵심이라는 점이다.

천무의 사격 준비 시간 16초, 재장전 시간 160초는 현대 전장에서 생존성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다. 특히 하나의 발사대에서 130mm부터 239mm까지 다양한 구경을 운용할 수 있는 다구경 호환성은 물류 효율성과 전술적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한다.

복잡한 유럽의 다국적 작전 환경에서 표준화된 무기체계보다 오히려 유리한 조건이 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천무와 천궁-II가 ‘중동의 미사일 방패’ 역할을 하고 있는 성공 사례도 유럽 국가들에 강력한 레퍼런스로 작용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1조원 이상 현지화 투자 계획은 단순한 조립 공장이 아닌 완전한 산업 생태계 구축을 의미한다.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제약을 우회하면서도 핵심 기술은 한국이 보유하는 ‘스마트 현지화’ 전략이다.

천무-KM-SAM-L-SAM 등으로 이어지는 다층 방어체계의 패키지화 가능성도 주목할 부분이다. L-SAM 양산이 본격화되면서 천궁-II와 L-SAM을 연동한 통합 미사일 방어체계 제안이 가능해졌다. 단일 무기체계 수출에서 '방어 생태계' 수출로의 질적 도약인 셈이다. 

WB그룹의 디지털 통신 시스템과 자동 사격 통제 시스템을 결합한 완전 현지화는 폴란드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 국가들에도 매력적인 모델이 될 수 있다. 이는 기술 주권과 신속한 전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해법이다.

미중 전략경쟁 구도에서 한국은 직접적 대립보다는 기술적 우위를 통한 시장 확보 전략을 택하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실질적 이익을 확보하는 현명한 접근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폴란드 진출은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된 L-SAM 개발, 천무의 지속적 성능 개선, 중동 시장에서의 성공 등 10년 이상의 전략적 준비가 만든 결과다. 오는 2029년부터 시작될 현지 생산은 천무가 한국산에서 유럽산 한국 기술로 거듭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현지화·기술 이전 전제 진출··· 기술 보호·공급망 관리가 관건”

폴란드 등에서 K방산이 적극적인 현지화와 기술 이전을 전제로 진출하는 만큼 핵심기술 유출 가능성이 상존한다. 계약 구조에 따라 군사기밀 및 중요 부품의 이전을 제한하더라도 합작사·협업이 장기화될수록 기술전수 경계가 흐려질 위험이 있다.

유럽 각국의 정치·행정 협상은 예측이 어렵다. 이미 K2 전차 2차 계약이 애초 기대보다 지연되고 가격 협상 문제도 부각된 바 있다. 원전과 같은 첨단 산업의 해외 사업도 현지 정치 상황에 따라 번복, 지연, 축소된 사례가 많다. 중장기적으로 현지 파트너의 정책 변동성과 투자 회수 리스크에도 대비가 필요하다.

유럽은 통합 안보체제를 지향하면서도 자국 방산업 보호 성향이 강하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 기존 방산 강국들과의 정치적 밀당이 무기 도입 결정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노르웨이는 천무가 아니라 HIMARS를 도입한 바 있는데, 이는 단순 성능뿐 아니라 지정학·정치적 고려가 영향을 미친 결과다.

또한 유럽연합 자체에도 방산 블록화 심리가 커지면서 K방산 수출 확대가 진정한 EU 산업생태계 구축을 저해한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한국 방산기업의 급증한 해외 수주는 생산·납기 일정과 품질 관리에 부담을 안기고 있다. 현지 공급망이 충분히 안착하지 못할 경우 일시적 납품 차질로 신뢰 하락 및 위약금 등 금융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국내 군 전력 공백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이번 합작법인의 경우 폴란드 부품 사용 비중(65% 이상 등)이 높은데, 현지 부품 품질·조립 역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현지 인력 교육이 늦어질 경우 성능 저하, 물류 차질 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지 AS, 훈련, 부품조달 체계가 안정적으로 안착하지 못하면 추가 수출 기회도 제한된다.

업계는 천무의 전례 없는 유럽 확장은 글로벌화와 지정학이 맞물린 도전이며, K방산이 성공의 과실을 오래 누리려면, 기술 유출 방지와 계약 리스크 관리, 정교한 현지화 전략이 필수라고 지적한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유럽의 방산 블록화로 수출 진입장벽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현지화를 통한 시장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합작법인을 비롯해 다양한 지역별 맞춤 현지화 전략으로 대한민국 방산의 글로벌화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