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멸 피하려는 움직임에 업계 간 '합종연횡' 본격화 전망
스페셜티 생산 및 체질 개선 과정서 정부 정책 지원 필요

국내 석유화학업계에 오랫동안 지지부진했던 구조조정 움직임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그룹이 충남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나프타분해설비(NCC)의 통합 운영을 놓고 협의를 시작하면서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의가 석유화학 산업의 체질 개선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면서,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정부가 정책적 뒷받침을 적극 펼치는 등 '골든 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과 HD현대그룹은 충남 대산단지 내 NCC 설비의 통합 운영을 두고 논의를 진행 중이다. 양사는 이미 HD현대케미칼이라는 합작사를 통해 해당 부지에서 연 85만t 규모의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가 지분 60%, 롯데케미칼이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그동안 LG화학, DL케미칼 등과도 설비 통합을 타진해왔으나, HD현대 측과의 협업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가 통합 운영을 단행할 경우, 중복 인력 감축과 시설 유지비 절감은 물론 원료 구매 협상력 강화 등 다양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롯데케미칼과 HD현대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 중"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번 통폐합 논의는 앞으로 업계에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주목된다. 제살 깎아먹기식의 '공멸형 경쟁'을 끝내고, 자율적 구조조정을 통한 생존 전략으로의 전환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산, 여수, 울산 등 전국 주요 산업단지에 입주한 국내 10개 NCC 설비는 중국발 공급과잉과 원가 경쟁력 약화의 여파로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해 있다. 해당 산업단지는 저수익 범용제품 중심의 생산구조 특성상 중국의 석유화학 설비 증설에 직격탄을 맞은 곳들이다.
이 같은 위기 속에서 주요 기업들도 자산 유동화와 경영효율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화학은 쿠웨이트 PIC와 여수NCC 2공장 매각 협상을 이어가고 있으나, 자산가치 평가에서 이견이 커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한때 지방사업 통합 및 퇴직을 유도한다는 설이 나오면서 조직을 경량화한다는 소문이 나오기도 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간의 합종연횡도 더욱 가시화되고 있다. 두 회사는 중복 설비를 정리하고 효율성을 증대시키기 위한 협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이 지분을 보유한 여천NCC 역시 중동 기업과의 매각 협상설이 계속 제기되고 있으며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며 운영 효율 극대화에 나서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SK에너지로부터 나프타를 조달받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췄지만, 이 역시 중국발 공급과잉의 영향을 피하긴 어렵다.
업계는 이러한 구조조정이 원활히 진행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석유화학업계의 자발적 사업 전환을 유도하는 지원책을 발표한 바 있지만, 최근 정치 상황 등으로 후속 조치는 지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기업들이 한계 상황에 근접하고 있다"며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 개입해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고 지적한다. 정부 개입의 '골든 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근본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제품 중심의 체질 개선이 관건이다. LG화학은 배터리와 친환경 소재에 집중하고 있으며, 롯데케미칼도 이차전지 소재로의 사업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 석유화학 특별법 제정과 함께 여수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한 전남도 동부권을 친환경 스페셜티 화학 산업 거점으로 개편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향후 구조조정과 산업 재편 논의도 보다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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