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희토류 수출 ‘6개월 허가’로 통제권 유지
미국, 희토류 대중 압도적인 수입 의존도
디스프로슘·테르븀 가격 2~3배 이상 급등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꺼낸 희토류 카드가 예상보다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꺼낸 희토류 카드가 예상보다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꺼낸 희토류 카드가 예상보다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발표한 미중 2차 무역협상 결과는 표면적으로는 양국 모두의 승리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중국이 결정적인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희토류는 강력한 자성, 내열성, 전기전도성 등 독특한 물리적 특성으로 인해 첨단 기술과 산업 전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전기차 배터리, 풍력발전기, 하이브리드 차량, 디스플레이, 자기 저장장치, 군사 장비, 그리고 첨단 의료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로 사용된다.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과 희토류의 활용 가치는 국가 경쟁력과 직결돼 있어 관련 산업과 정책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12일 주요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허가 기간을 단 6개월로 제한한 것이 핵심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은 향후 협상에서 중요한 카드로 쓰기 위해 희토류에 대한 ‘목조르기식’ 통제권을 유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전략이 가능한 배경에는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이 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광산 생산의 60~70%, 제련·분리 공정의 85~90%, 완제품인 희토류 자석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공급망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 특히 네오디뮴 영구자석의 경우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92%를 담당하고 있어, 사실상 독점 체제를 구축한 상태다.

미국 제조업계 절망적 현실과 ‘굴욕적’ 타협

중국의 희토류 통제가 미국 산업계에 미친 충격은 즉각적이었다. 미국 자동차혁신연합(AAI)은 지난달 정부에 보낸 비공개 서한에서 “희토류 자석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접근이 없으면 자동변속기, 스로틀 보디, 얼터네이터 등 핵심 부품들을 생산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포드자동차는 희토류 부족으로 시카고 공장에서 인기 SUV ‘익스플로러’ 생산을 일주일간 중단하기까지 했다.

가격 폭등도 심각한 수준이다. 5월 1일 기준 유럽 시장에서 디스프로슘 가격은 4월 초 이후 두 배 상승해 kg당 850달러에 육박했다. 터븀 가격은 kg당 965달러에서 3000달러로 상승해 누적 상승률이 210%를 넘어섰다. 이러한 급격한 가격 상승은 중국의 수출 규제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결과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최대 14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관세 전쟁’을 선포했다. 하지만 중국이 희토류 카드를 꺼내자 결국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이번 합의에서 미국은 중국에 대한 관세를 145%에서 30%로 115%포인트 대폭 인하했다. ‘협상의 달인’을 자처하는 트럼프조차 절대적 자원 독점 앞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21세기 지정학에서 자원 패권이 군사력이나 경제력 못지않게 중요한 새로운 현실을 상징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대응 능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미국 유일의 희토류 광산인 MP 머티리얼즈의 마운틴 패스 광산이 올해 자석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지만, 그 생산 능력은 중국 연간 생산량의 하루치에 불과하다. 미국에서 희토류 광산을 설립하는 데는 거의 30년이 걸리며, 국방부가 2020년부터 4억3900만달러(약 6009억원) 이상을 투자했지만 완전한 공급망 구축 목표는 오는 2027년으로 설정돼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부 미국 기업들은 공장 가동 중단을 피하기 위해 오히려 일부 부품 생산을 중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미국으로 제조업을 되돌리기 위해 트럼프가 시작한 무역전쟁이 오히려 미국 제조업의 중국 의존도를 다시 높이는 모순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그레이슬린 바스커런 이사는 “지배력을 갖춘 중국이 어떤 협정도 파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기업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경고했다. 

최근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희귀금속 비스무트 가격이 급등하며 반도체 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인공지능 이미지
최근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희귀금속 비스무트 가격이 급등하며 반도체 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인공지능 이미지

한국, 희토류 공급 불안정에 핵심 첨단산업 직격탄

한국의 상황도 심각하다. 희토류 공급 불안정은 한국의 핵심 첨단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반도체, 풍력발전 등의 산업이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전기차 구동모터에 필수적인 네오디뮴 자석 제조에 사용되는 디스프로슘의 경우 중국 생산 비중이 98%에 달해, 공급 중단 시 전기차 산업 전반에 심각한 차질이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네오디뮴 영구자석 대중국 수입 비중이 88.0%에 달하며, 중국의 4월 희토류 수출 통제 이후 한국으로의 수출은 76% 폭락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글로벌 공급망에 깊숙이 참여한 구조로 인해 미중 갈등의 직접적 영향을 받고 있다”며 “IT제조업 공급망에서 한중 생산구조가 변화하면서 한국의 대중 수출에는 하방요인으로 중국의 대한국 수출에는 상방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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