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배출권거래제의 온실가스 감축성과 제한적”
강화된 2030년 NDC에 따른 배출권 할당량 조정 필요
정부, 연내에 배출권거래제 제도개선방안 마련

2015년에 도입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현재 전환, 산업, 수송, 국내항공, 폐기물 부문을 참여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3%를 관리하는 대표적인 시장 기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2015년에 도입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현재 전환, 산업, 수송, 국내항공, 폐기물 부문을 참여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3%를 관리하는 대표적인 시장 기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대표적인 온실가스 감축 정책인 배출권거래제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에 대한 의문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배출권거래제를 통한 감축 성과가 미진했던 것으로 평가되면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배출권거래제 전반에 대한 검토와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연내에 배출권거래제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 KDI, “배출권거래제의 온실가스 감축성과 제한적”

2015년에 도입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현재 전환, 산업, 수송, 국내항공, 폐기물 부문을 참여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3%를 관리하는 대표적인 시장 기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다. 정부가 온실가스 다배출 사업장을 대상으로 연 단위 배출권을 할당하고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가해서 남거나 모자라는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다. 도입 이후 배출권거래량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로, 지난해에는 4353만톤이 거래됐고 거래 금액은 약 9823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 성과는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온실가스 감축정책이 제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2015년 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된 이후 제조업의 비용 부담은 줄어든 반면 온실가스 감축 성과는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김현석 KDI 연구위원은 “목표관리제에서 배출권거래제로 전환됨에 따라 제조업의 경쟁력 차원 부담이 일정 수준 완화된 가운데, 전환 이후 감축성과가 제한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제도의 실효성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며 “2010년대 중반 이후 제조업의 감축성과가 일면 악화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친화적 제도로의 전환에 따른 효율성 증대뿐만 아니라 제도 운용 초기의 실질적 부담 완화가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배출권거래제는 제1차 계획기간(‘15~‘17년)과 제2차 계획기간(‘18~‘20)을 거쳐 제3차 계획기간(‘21~‘25)이 시행 중이다. 정부는 제1차 계획기간에는 제도가 초창기임을 고려하고 경제·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배출권 전량을 무상으로 할당했다. 제2차 계획기간에는 유상할당 대상 업종에 속한 기업에 할당되는 배출권의 3%를 유상 할당했다. 하지만 온실가스 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배출권거래제의 실제 유상할당 비율은 1.5%에 불과했다.

환경부는 제3차 계획기간부터 전체 배출권의 10%를 유상으로 할당하고 있다. 하지만 비용발생도와 무역집약도를 곱한 값이 0.2% 이상인 업종에 속하는 업체와 지방자치단체, 학교, 병원, 대중교통운영자에 해당하는 업체를 전부 무상 할당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 부문은 석탄 광업과 석유정제품 제조업, 시멘트 제품 제조업, 1차 철강 제조업, 1차 비철금속제조업, 반도체 제조업, 전자 부품 제조업 등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업종 대부분이 무상 할당 대상이다.

◇ 강화된 2030년 NDC에 따른 배출권 할당량 조정 필요

기후환경단체 ‘플랜1.5’가 발표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이행을 위한 기후정책 제안’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배출권거래제는 제도 설계상 결함과 느슨한 할당으로 인해 다배출 기업의 감축 노력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플랜1.5에 따르면 제1차~제3차 계획기간의 느슨한 할당으로 인해 산업부문의 배출량은 오히려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일부 다배출 기업의 경우 잉여 배출권 판매를 통해 이익을 얻는 사례가 다수 발견되고 있다.

이에 보고서는 지난해에 강화된 2030년 NDC에 따라 2020년에 마련된 제3차 할당 계획을 즉시 변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를 보면, 제3차 할당 계획에 따른 국내 배출권거래제의 배출 비중, 강화된 2030년 NDC 목표 및 기존 감축 경로를 고려할 때 기존 제3차 할당 계획의 사전할당량(‘24~‘25)은 각각 최소한 40백만톤이 줄어야 한다.

한국환경연구원(KEI)도 ‘탄소중립 시대, 한국 배출권거래제의 과제와 정책 방향’ 보고서를 통해 배출권거래제 전반에 대한 검토와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KEI는 현재 배출권허용총량은 부문별 온실가스 목표배출량을 기반으로 부문별 배출권거래제 적용 대상의 과거배출량 비중을 이용해 설정함으로써 신규 참여업체 편입에 따라 배출허용총량이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상엽 KEI 선임연구위원은 “이행연도별 선형감축을 원칙으로 2030년과 2050년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상응하는 배출권허용총량을 사전에 확정하고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중장기적인 감축률을 제시해 총량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기업의 장기적인 설비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정부, 연내에 배출권거래제 제도개선방안 마련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온실가스 감축 여력이 있다 하더라도 인센티브가 없는 상황”이라며 “탄소가격 등 종합적인 비용이 예측 가능해야 기업이 움직일 수 있다”고 지난 9월 14일 열린 제3회 탄소중립과 에너지정책 세미나에서 밝힌 바 있다. 

이날 오형나 경희대학교 국제학과 교수도 “배출권거래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비용효과적인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국가감축목표를 반영해 배출상한을 설정하면서도 감축투자에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일 ‘탄소중립 달성 및 기업 이행 지원을 위한 배출권거래제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방기선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과학적이고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가장 비용 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 수단인 배출권거래제의 선진화가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감축노력을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 설계 및 행정부담 완화 등을 통해 원활한 의무이행을 지원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배출권거래제가 2030년 국가 NDC 및 탄소중립 달성에 실효성 있는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제도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연내에 유상할당과 배출효율기준 할당 등을 포괄하는 배출권거래제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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