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다배출 업종 대부분, 배출권 무상 할당
대기업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비용 없고, 이익 얻기도
제3차 계획기간에도 무상 할당량 과도

환경부가 2020년 9월 발표한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안)’을 보면, 산업 부문에서 석탄 광업과 석유정제품 제조업, 시멘트 제품 제조업, 1차 철강 제조업, 1차 비철금속제조업, 반도체 제조업, 전자 부품 제조업 등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업종 대부분이 무상 할당 대상이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부가 2020년 9월 발표한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안)’을 보면, 산업 부문에서 석탄 광업과 석유정제품 제조업, 시멘트 제품 제조업, 1차 철강 제조업, 1차 비철금속제조업, 반도체 제조업, 전자 부품 제조업 등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업종 대부분이 무상 할당 대상이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 도입됐지만, 오히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들에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무상으로 나눠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다.

이를 두고 유상할당 비율을 높이고 할당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배출권거래제 3차 계획기간(‘21~‘25)의 사전 할당량도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안을 달성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분석된다.

◇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 대부분, 배출권 무상 할당

배출권거래제가 2015년 도입된 이후 기업 대부분은 온실가스 배출권을 무상으로 할당받았다. 정부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제1차 계획기간)는 배출권거래제 대상 모든 기업에 배출권을 무상 할당했고, 제2차 계획기간(‘18~‘20)에는 유상 할당 대상 업종에 속한 기업에 할당되는 배출권의 3%를 유상 할당했다. 하지만 온실가스 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배출권거래제의 실제 유상할당 비율은 1.5%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제3차 계획기간(‘21~‘25)부터 전체 배출권의 10%를 유상으로 할당하고 있다. 하지만 비용발생도와 무역집약도를 곱한 값이 0.2% 이상인 업종에 속하는 업체와 지방자치단체, 학교, 병원, 대중교통운영자에 해당하는 업체를 전부 무상 할당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환경부가 2020년 9월 발표한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안)’을 보면, 산업 부문에서 석탄 광업과 석유정제품 제조업, 시멘트 제품 제조업, 1차 철강 제조업, 1차 비철금속제조업, 반도체 제조업, 전자 부품 제조업 등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업종 대부분이 무상 할당 대상이다.

◇ 대기업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비용 없고, 이익 얻기도

2015년부터 2025년까지 배출권거래제 대상 기업들 대부분에 온실가스 배출권이 무상으로 이미 할당되었거나 할당된 상황이다. 이에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주요 대기업들이 무상 할당량을 얼마나 받았고, 실제 온실가스 온실가스 배출량은 얼마나 되는지를 비교해 살펴봤다. 

온실가스 배출량 1위 기업인 포스코는 2015년부터 2019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권 약 3억 7,557만 톤을 무상 할당받았다. 같은 기간 포스코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5년 7,306만 톤에서 2019년 8,060만 톤으로 10.3% 증가했다. 2019년 기준 포스코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가 전체 배출량의 11.5%에 해당한다. 

포스코의 5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은 3억 6,913만 톤으로, 정부가 허용한 무상 할당량보다 643만 톤 적었다. 포스코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데에 아무런 비용도 들이지 않고 오히려 2020년 3분기에 배출권을 처분해 245억 6,600만원 이익을 얻었다.

온실가스 배출량 2위 기업인 현대제철은 2015년부터 2019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권 약 9,918만 톤을 무상 할당받았다. 같은 기간 현대제철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5년 1,957만 톤에서 2019년 3,015만 톤으로 54%나 증가했다. 현대제철은 5년 동안 무상 할당량보다 1,367만 톤이나 초과해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온실가스 배출량 3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2019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권 약 4,452만 톤을 무상 할당받았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5년 670만 톤에서 2019년 1,143만 톤으로 66.4% 빠르게 증가했다. 하지만 5년 동안 삼성전자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무상 할당량보다 41만 톤 적은 수준이었다.

온실가스 배출량 6위 기업인 LG화학은 2015년부터 2019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권 약 3,677만 톤을 무상 할당받았다. LG화학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5년 729만 톤에서 2019년 853만 톤으로 16.9% 증가했다. LG화학은 5년 동안 무상 할당량보다 약 260만 톤을 초과해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온실가스 배출량 8위 기업인 SK에너지는 5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권 약 2,154만 톤을 무상 할당받았다. 같은 기간 SK에너지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5년 771만 톤에서 2019년 726만 톤으로 5.8% 감소했다. 하지만 5년 동안 무상 할당량이 배출량보다 1,607만톤이나 적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할당량과 온실가스 배출량 차이가 약 300만 톤 발생해 정부가 애초에 할당량을 잘못 설정한 것 아닌지 의문이 제기된다.

◇ 제3차 계획기간에도 무상 할당량 과도

제1~2차 계획기간 주요 대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에 증가했고 배출권이 무상으로 과도하게 할당되는 등의 문제가 발견된 가운데 제3차 계획기간의 할당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배출권등록부시스템에 공개된 제3차 계획기간의 기업별 사전 할당량 자료를 분석한 결과, 주요 대기업의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무상 할당량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먼저 포스코의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7,567만 톤인데, 2021년~2023년 기간 무상 할당량은 매년 7,715만 톤, 2024년~2025년에는 각각 7,643만 톤 수준으로 배출량보다 사전 할당량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제철의 사전 할당량도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 2,862만 톤보다 많은 2,927만 톤~2,955만 톤 수준이었다. 

LG화학과 SK에너지의 경우도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2021년~2025년 동안 사전 할당량이 많았다. 반면에 삼성전자는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 1,253만 톤 대비 11.2% 감소한 수준(2019년 배출량과 비슷한 수준)의 사전 할당량이었다.

이처럼 제1~2차 계획기간 배출권거래제가 산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못한 상황에서 제3차 계획기간의 배출권 할당량도 현재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비슷하거나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나 배출권거래제 시행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상향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반영한 제3차 계획기간의 배출권 할당량 재설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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