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가격, 유류세 인하 조치 이전 수준으로 상승
에너지세제, 수송용 휘발유와 경유에 집중
정부,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할 듯

22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92.35달러로 지난해 11월 12일 가격인 80.79달러 대비 14.3% 상승했다.(freepik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22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92.35달러로 지난해 11월 12일 가격인 80.79달러 대비 14.3% 상승했다.(freepik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국제 유가 상승으로 휘발유 등 국내 석유 가격이 크게 오르는 가운데 정부는 지난해 유류세를 단기적으로 인하하는 등 조치를 시행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 유가가 계속 상승하면서 유류세 인하로 인한 석유 가격 하락 효과도 사라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올해 4월 말까지 시행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 휘발유 가격, 유류세 인하 조치 이전 수준으로 상승

서울의 휘발유 평균 가격이 지난해 11월 유류세 인하 조치 이후 처음으로 리터당 1,800원을 넘어섰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최고가 지역인 서울 휘발유 가격이 21일 리터당 1,801.7원을 기록했고, 22일 리터당 가격은 1,804.97원으로 전날보다 3.27원 상승했다. 

22일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739.36원으로 지난 10일 1,700원대를 넘어선 이후 연일 상승하며 지난해 11월 12일 휘발유 가격인 1,767.74원에 가까워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물가 안정 및 유류비 부담 완화를 위해 작년 11월 12일부터 올해 4월 말까지 유류세를 20% 인하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에 따른 석유 수요 증가에 못 미치는 원유 생산 속도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 등 지정학적 변수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유류세 인하로 인한 가격 하락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유류세 인하 조치를 발표하면서 유류세 세율 인하로 인한 가격 인하 효과를 예상했다. 세율 인하가 100% 가격에 반영되면 휘발유는 2021년 11월 첫째주 평균 가격인 리터당 1,787원에서 1,623원으로 9.2% 하락하고, 경유 가격은 1,585원에서 1,469원으로 7.3% 하락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효과가 국제 유가 상승으로 사라진 셈이다.

국제 유가는 연일 최고 수준으로 상승하고 있다. 22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92.35달러로 지난해 11월 12일 가격인 80.79달러 대비 14.3% 상승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22일 기준 96.84달러로 같은 기간 대비 17.9% 급증했고,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작년 11월 12일 기준 81.57달러에서 지난 22일 96.01달러로 17.7% 증가했다. 또한 향후 국제 유가가 120~15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서울과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 추이(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과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 추이(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 에너지세제, 수송용 휘발유와 경유에 집중

현행 에너지세제는 단위 소비량에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 체계로, 주로 수송용 연료인 휘발유와 경유에 집중되어 있고, 교통·에너지·환경세법에 근거해 과세되고 있다. 현행 유류세율은 경기 여건에 따라 정책적으로 세부담 수준을 조정할 수 있도록 탄력세율이 적용되는데, 수송용의 경우 소비 절감을 위해 법정세율보다 높은 수준을 적용하고 있다.

휘발유와 경유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 외에도 국세인 교육세와 지방세인 자동차세(주행분), 조세 이외에 수입·판매부과금, 안전관리부담금 등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도 부과되고 있다. 지난해 유류세 인하 조치 이전 기준으로 이러한 부가세를 모두 합하면 휘발유와 경유의 조세부담은 각각 리터당 762.4원과 545.2원이 된다.

◇ 정부,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할 듯

한편, 정부는 4월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국제 유가 상승세가 3월에도 지속될 경우 유류세 및 액화천연가스(LNG) 할당관세 인하 조치의 연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의 연장 여부를 3월 중에 결정할 계획이다.

또한 23일 기획재정부가 개최한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TF 회의’에서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유가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은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으나 장기계약을 통한 도입 비중이 높으며 106일분의 정부 비축유를 비롯한 충분한 단기 수급 물량 확보 등으로 수급 차질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차관은 “에너지수급 비상대책 본부 중심으로 에너지 수급 차질 규모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가스·원유·유연탄 등 에너지원별 물량 사전확보에 주력하면서 차질 발생 시 여타국 대체 도입 및 정부 비축유 방출도 개시하겠다”고 덧붙였다.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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