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국경세 현실화...탄소세 도입 필요
탄소가격 부과체계 개편방안, 무기한 보류?
배출권거래제만으로 탄소중립 달성 의문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탄소 무역장벽에 대응하기 위해 배출권 거래제 유상할당 확대안을 검토하고 늘어난 수입은 기업의 감축활동을 지원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탄소 무역장벽에 대응하기 위해 배출권 거래제 유상할당 확대안을 검토하고 늘어난 수입은 기업의 감축활동을 지원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탄소 가격 제도가 전 세계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탄소세를 도입하는 등 가격체계를 재정비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새 정부가 발표한 국정과제에 관련 내용이 빠지면서 탄소세 도입을 포함한 조세 개혁이 사실상 무산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 탄소국경세 현실화...탄소세 도입 필요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탄소 가격 제도가 도입되고 있다. 탄소세 등과 같은 에너지세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대표적인 탄소 가격 제도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화석연료를 사용하거나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할 때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만큼의 비용을 가격에 부과하자는 것이다. 공짜이거나 아주 저렴하게 책정돼 있던 탄소 가격을 올려서 온실가스를 배출량을 줄이는 방식이다.

탄소세는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 소비 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에 기초하여 부과하는 세금이다.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고려해 비용을 정하고, 그 비용만큼을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제품 가격에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화석연료 소비를 억제하고 효율적 사용을 유도한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을 중심으로 논의되던 탄소국경세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전 세계적으로 탄소세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주요 국제기구들도 파리협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탄소세를 강력한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후 위기와 빈곤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방안으로 ‘지구 탄소세’가 제시돼 주목받고 있다. 2021년 기준 27개 국가가 탄소세를 시행 중인 가운데 국내에서도 탄소세를 도입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 탄소가격 부과체계 개편방안, 무기한 보류?

정부는 지난해 말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하면서 탄소세와 부담금, 배출권 거래제 등 탄소가격을 부과하는 수단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가격체계를 재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연구용역을 통해 제도 개편방안을 검토하고 관련 제도 간 시너지 제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탄소가격 부과체계 개편방안’으로 알려진 용역보고서는 지난해 말에 마무리될 예정이었으나 올해 3월까지로 3개월 연장됐다. 당시 연구 만료 시점을 대선 이후로 잡은 것을 두고 정치적 고려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0월 정부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기존 26.3%에서 40%로 상향하면서 추가 보완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연구진이 제시해 정부와 연구 수행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연장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말 용역보고서의 내용 및 결과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탈탄소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한 탄소세 도입 논의가 무기한 보류됐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기획재정부는 지난 3월 23일 “탄소가격 부과체계 연구용역은 배출권거래제·세제 등 탄소가격 부과 수단들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개편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탄소세 도입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므로 이를 무기한 보류하였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연구용역은 향후 정부의 탄소가격 부과 정책 수립시에 참고로 활용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해당 연구용역은 조세재정연구원, 환경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교통연구원 등 4개 국책 연구기관이 총 1년여에 걸쳐 수행한 것으로 3월 말에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까지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당초에 탄소세 신설 및 기존 에너지세제와 배출권거래제도 개편 등을 포괄하는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보고서의 결론이 기존에 운용 중인 배출권 거래제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정리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된다.

◇ 배출권거래제만으로 탄소중립 달성 의문

국내에서 2015년부터 시행 중인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 도입됐지만, 오히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들에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무상으로 나눠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를 두고 유상할당 비율을 높이고 할당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배출권거래제 3차 계획기간(‘21~‘25)의 사전 할당량도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안을 달성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분석된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일정 한도 이상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사업장 등을 대상으로 매년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할당량을 부여하고, 남거나 부족한 할당량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3일 발표된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탄소세는 언급되지 않고 있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오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20대 약속과 110대 국정과제를 선정했다. 이 중 86대 과제인 ‘과학적인 탄소중립 이행방안 마련으로 녹색경제 전환’을 보면 탄소 무역장벽에 대응하기 위해 배출권 거래제 유상할당 확대안을 검토하고 늘어난 수입은 기업의 감축활동을 지원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배출권거래제만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 20대 대선을 앞두고 탄소세 도입을 포함한 조세 개혁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많았다. 에너지전환포럼은 탄소중립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는 조세 개혁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고, 탄소세의 도입은 소비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가장 확실하고 명확한 정책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탄소세가 배출권거래제와 잘 결합할 경우 EU 등이 추진하고 있는 탄소국경조정제도가 우리나라에는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탄소세 신설 시 기존 에너지세제가 탄소국경조정제도의 탄소가격 범주에 포함되도록 조정하는 등 세밀하게 구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smkwon@greenpost.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