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국가들 탄소세·배출권거래제 시행 중
국내 배출권거래제, 온실가스 감축 성과 제한적
배출권 유상할당 비율 개편·탄소가격 높이는 방안 필요

세계 주요 국가들은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탄소가격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탄소가격제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논의되고 있는 다양한 정책 수단 가운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탄소세 등과 같은 에너지세제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대표적이다.(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세계 주요 국가들은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탄소가격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탄소가격제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논의되고 있는 다양한 정책 수단 가운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탄소세 등과 같은 에너지세제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대표적이다.(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세계 주요 국가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탄소가격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도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온실가스 감축 성과는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출권을 유상이 아닌 무상으로 할당하고 있는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세’를 본격 시행하기로 하면서 배출권에 대해 유상할당으로 관세폭탄을 피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주요 국가들 탄소세·배출권거래제 시행 중

세계 주요 국가들은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탄소가격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탄소가격제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논의되고 있는 다양한 정책 수단 가운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탄소세 등과 같은 에너지세제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대표적이다.

탄소가격제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화석연료를 사용하거나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할 때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만큼의 비용을 가격에 부과하자는 것이다. 공짜이거나 아주 저렴하게 책정돼 있던 탄소가격을 부과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방식이다.

탄소세는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 소비 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에 기초하여 부과하는 세금이다.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고려해 비용을 정하고, 그 비용만큼을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제품 가격에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화석연료 소비를 억제하고 효율적 사용을 유도한다. 

2021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27개 국가가 탄소세를 시행 중인 가운데 현재 국내에는 탄소세가 도입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2015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럽연합(EU)이 배출권거래제를 운영하고 있고, 중국과 미국 캘리포니아주, 일본 도쿄도에서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다. 

배출권거래제는 일정 한도 이상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사업장 등을 대상으로 매년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할당량을 부여하고, 남거나 부족한 할당량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온실가스 감축 여력이 높은 사업장은 정부가 할당한 배출권보다 많이 감축해 시장에 판매할 수 있고, 감축 여력이 낮은 사업장은 직접적인 감축을 하는 대신 시장에서 배출권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배출권 수요와 공급에 따라 배출권 가격이 결정된다. 

◇ 국내 배출권거래제, 온실가스 감축 성과 제한적

국내에 도입된 배출권거래제는 현재 전환, 산업, 수송, 국내항공, 폐기물 부문을 참여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3%를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 성과는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온실가스 감축정책이 제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2015년 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된 이후 제조업의 비용 부담은 줄어든 반면 온실가스 감축 성과는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배출권을 유상이 아닌 무상으로 할당하고 있는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제1차 계획기간(‘15~‘17년)에는 제도가 초창기임을 고려하고 경제·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배출권 전량을 무상으로 할당했다. 제2차 계획기간(‘18~‘20)에는 유상할당 대상 업종에 속한 기업에 할당되는 배출권의 3%를 유상 할당했다. 하지만 온실가스 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배출권거래제의 실제 유상할당 비율은 1.5%에 불과했다.

환경부는 제3차 계획기간(‘21~‘25)부터 전체 배출권의 10%를 유상으로 할당하고 있다. 하지만 비용발생도와 무역집약도를 곱한 값이 0.2% 이상인 업종에 속하는 업체와 지방자치단체, 학교, 병원, 대중교통운영자에 해당하는 업체를 전부 무상 할당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 부문은 석탄 광업과 석유정제품 제조업, 시멘트 제품 제조업, 1차 철강 제조업, 1차 비철금속제조업, 반도체 제조업, 전자 부품 제조업 등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업종 대부분이 무상 할당 대상이다.

이에 따라 배출권 허용 총량 재조정과 유상할당 확대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후환경단체 ‘플랜1.5’가 발표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이행을 위한 기후정책 제안’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배출권거래제는 제도 설계상 결함과 느슨한 할당으로 인해 다배출 기업의 감축 노력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환경연구원(KEI)도 ‘탄소중립 시대, 한국 배출권거래제의 과제와 정책 방향’ 보고서를 통해 배출권거래제 전반에 대한 검토와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KEI는 현재 배출권허용총량은 부문별 온실가스 목표배출량을 기반으로 부문별 배출권거래제 적용 대상의 과거배출량 비중을 이용해 설정함으로써 신규 참여업체 편입에 따라 배출허용총량이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 배출권 유상할당 비율 개편·탄소가격 높이는 방안 필요

EU가 2025년부터 강화된 ‘탄소국경세’를 본격 시행하기로 하면서 국내 산업에 미칠 파장이 그만큼 커질 전망이다. EU 의회는 지난 6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 법률안을 확정했다. EU는 지난해 7월 기후 대응 법안 ‘피트 포 55(Fit for 55)’를 발표하며 CBAM을 시행할 것을 예고했다. EU 의회는 지난해 12월 기존 집행위원회(안) 대비 대상 품목 및 기준, 도입 시기 등을 대폭 강화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번에 통과된 법률안은 초안보다 강화된 안이다. 

CBAM은 EU로 수입되는 제품에 포함된 온실가스 배출량에 EU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등과 연동된 탄소가격을 부과해 징수하는 조치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이 규제가 약한 국가로 이전하는 ‘탄소누출’을 방지하고 자국의 산업 경쟁력 약화 대응, 글로벌 기후 합의 사항에 대한 타국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EU로 수출하는 기업에는 일종의 추가 관세로 작용해 ‘탄소국경세’라 불린다.

CBAM은 EU 역외 제품과 역내 제품 사이의 온실가스 배출 비용의 차이를 관세의 형태로 부과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7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EU가 온실가스 배출량 톤당 50달러의 탄소국경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 수출은 연간 0.5%(약 32억 달러)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EU와 동등한 수준으로 배출권 가격을 부과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시행되는 배출권거래제는 EU에 비해 배출권 가격이 매우 낮은 수준이다. 현재 국내 배출권 가격은 톤당 1만7800원(12.79유로) 수준으로 EU 배출권 가격(74.23유로)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EU와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기업에 대해 유상할당을 통해 동등한 수준으로 탄소비용을 부과해 관세를 부담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현행 배출권거래제법에 따른 유상할당 대상 업종 기준과 유상할당 비율을 개편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연내에 유상할당과 배출효율기준 할당 등을 포괄하는 배출권거래제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제는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다. 널뛰는 날씨가 인류의 건강을 넘어 생존까지 위협하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지속가능 시스템이 실물 경제에 폭넓은 영향을 미쳐 ‘기후불황’이 닥칠 수 있다는 경고도 들린다.

같은 맥락에서, 지금은 지구온난화가 아니라 ‘지구가열화’에 대비해야 하는 시대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10월 ‘2021 기후 상태 보고서’를 통해 당시 기준 전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약 1.09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WMO는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이제 새로운 표준”이라고 경고했다. 한파와 무더위, 산불과 큰 바람 등이 세계 곳곳을 덮친다. 뜨거워지는 지구 온도를 더 늦기 전에 억제해야 한다. 그런데 도대체 얼마나 억제해야 할까?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연중기획 <기후불황 막아라! 인류의 도전 0.99℃> 보도를 시작한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최대한 억제해 기후위기에서 벗어나고 기후불황을 막자는 취지다. 인류의 목표였던 1.5℃ 또는 이미 넘어섰다는 경고가 나오는 1℃보다 더 억제하려는 마음으로 환경 문제를 다루자는 취지다. 우리 아이들의 삶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장 나의 생존과 경제활동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연중기획을 통해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하고 평균기온 상승 억제가 왜 중요한지, 달라지는 날씨와 실물경제 사이에는 무슨 관계가 있고 어째서 기후불황이 닥치는지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와 기업 그리고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짚어본다. [편집자 주]

연재계획]

PART 1 인류의 새 숙제 0.99℃

 달라진 날씨의 위협과 지구 운명 바꿀 온도

 기후위기 경고하는 세계의 리더와 학자들

 널뛰는 날씨에 달라진 작물 지도

 더워지는 지구가 장바구니 물가 바꿨다

 다시 꺼내보는 교토와 파리에서의 약속

PART 2 기후불황 파도가 세계를 흔든다

 기후불황의 서막 60조 달러(북극얼음)가 녹는다

 산불은 나무가 아니라 돈을 태운다

 환경 파괴·팬데믹·글로벌 경제의 나비효과

 굶주리는 세계...식량위기가 지구를 흔든다

 기후위기 경각심...당신은 얼마나 느끼나요?

 영국과 독일에서 배운다...환경으로 경제 잡기

 美 연준 기후위기 대응 전략 보니

 기후위기 대응이 대한민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환경·경제·기후 3대 위기 “대전환 절실”

 기후위기와 인플레이션의 관계

PART 3 호모플라스티쿠스 생존전략

 키워드로 정리한 0.99℃와 2050 탄소중립

 0.99프로젝트 1_하루에 한끼씩 버리겠습니까?

 0.99프로젝트 2_플라스틱 더미에 묻힌 인류

 0.99프로젝트 3_어디서 와서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

 0.99프로젝트 4_버려진 제품에 흔들리는 미래

 0.99프로젝트 5_쓰레기의 88%를 줄여볼까?

 재활용의 기술...무엇을 버리고 어떤걸 재활용하나?

PART 4 탄소중립 실천 나선 기업들

 기후와 경제 두 마리 토끼 잡는 ESG

 ESG 점수 높으면 재무성과 더 좋을까?

 플라스틱 줄이기 나서는 식음료 기업

 유해화학물질 저감 나선 화학업계

 녹색금융 확대 나선 금융계 

 스웨덴과 독일에서 본 15년전 친환경

 “내연기관을 줄여라” 자동차 기업들의 미래 약속

PART 5 에너지에서 찾는 0.99℃ 성공열쇠

 인류세 넘는 지구...에너지 사용 줄일 수 있을까?

 0.99 성공 열쇠, 에너지전환 플랜 짚어보니

 전기사용의 2가지 키워드. 효율과 전환

 신·재생에너지 둘러싼 논란과 진실

 탄소세 이슈로 읽는 환경경제

 인류 모두의 숙제...0.99℃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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