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위한 핵심광물...중국 영향력 지배적
미국, IRA 등 중국 의존도 낮추기 위한 조치 단행

핵심광물은 일부 국가에 집중돼 있어 주요 국가들이 자원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희토류는 전기차, 풍력발전 등 친환경산업에 필수적인 영구자석의 핵심 원료로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핵심광물은 일부 국가에 집중돼 있어 주요 국가들이 자원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희토류는 전기차, 풍력발전 등 친환경산업에 필수적인 영구자석의 핵심 원료로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탄소중립을 위해 필수적인 핵심광물이 일부 국가에 집중돼 있어 주요 국가들의 자원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핵심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국도 불안정한 공급망 구조를 나타내고 있어 배터리 등의 원료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방안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 탄소중립 위한 핵심광물...중국 영향력 지배적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에너지전환에는 배터리와 재생에너지, 수소 기술과 관련한 ‘핵심광물’이 필요하다. 핵심광물은 산업에 필수적이지만 단시일 내에 대체재를 찾기 어렵고 자원이 편재되어 있어 공급 리스크가 존재하는 광물을 의미한다. 또한 청정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더 많은 광물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2040년에는 2020년보다 핵심광물이 6배 더 필요하다.

핵심광물은 일부 국가에 집중돼 있어 주요 국가들이 자원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희토류는 전기차, 풍력발전 등 친환경산업에 필수적인 영구자석의 핵심 원료로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희토류를 생산하는 광산은 10여 개에 불과하다. 2020년 기준 희토류 생산량 비율은 중국이 58.3%로 가장 많고 미국(15.8%), 미얀마(12.5%), 호주(7.1%)의 순이다.

중국은 세계 1위 희토류 생산국으로 희토류 전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고, 전 세계 희토류 공급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중국이 일본과의 센카쿠 열도 분쟁시 일본으로의 희토류 수출을 제한해 희토류 가격이 급등한 예가 있다.

◇ 미국, IRA 등 중국 의존도 낮추기 위한 조치 단행

미국은 핵심광물의 중국에 대한 수입의존도를 줄이려는 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2월 행정명령 서명을 통해 4대 핵심품목(반도체, 배터리, 의약품, 희토류) 공급망의 취약점을 검토하고 동맹국들과의 공급망 협력을 통해 중국 의존도를 줄이라고 지시했다. 

최근에 서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라 할 수 있다. 이 법에 따라 중국산 핵심광물이나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는 세액공제 혜택에서 제외된다. 또한 미국에서 조립·생산되고 미국산 배터리와 핵심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한 전기차만 혜택을 주도록 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우호국과 전기차 핵심광물 공급망을 구축해 자국 내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한편 캐나다, 멕시코와 함께 전기차 핵심 부품 조립 및 공급 기반을 구축해 전기차 산업에서의 대중국 경쟁우위를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자유무역협정 체결국인 호주와 캐나다, 칠레 등에서 전기차에 필요한 핵심광물을 수입할 전망이다. 또한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 2020년 에너지법에 근거해 미국의 핵심광물 공급망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6조7,500만달러를 지원하는 등 핵심광물 연구·개발과 실증·상용화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 일본·EU, 안정적으로 핵심광물 확보 주력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일본도 2010년 센카쿠 열도 분쟁 이후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희토류 공급처를 다변화하기 위해 호주 등 해외 광산투자에 나선 결과 중국에 대한 희토류 의존도를 2008년 90.6%에서 2020년에는 57.5%로 크게 줄였다. 

일본은 또한 정부 차원의 공적개발원조(ODA) 방식으로 몽골, 카자흐스탄, 인도, 베트남 등 개도국의 해외 광산 개발을 원조하고, 민간 기업은 해외 광산채굴권 확보를 위한 투자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또한 희토류 사용량을 줄이고 대체제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에 주력해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기술 수준을 보유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희토류 수입 형태는 대부분 소재·부품 등 완제품 중심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수입품의 98%가 중국에서 생산되거나 중국산 원료를 기반으로 생산돼 공급의 불안정성이 매우 높았다. 이에 2020년 9월 유럽원자재연합(ERMA)을 결성해 친환경적이고 안정적으로 희토류 및 전략광물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 “배터리의 원료광물 안정적인 공급원 확보 시급”

한국도 안정적으로 핵심광물의 공급원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고상모 한국지질자원연구원 DRM 융합연구단 단장은 “탄소중립 시대에 청정기술의 발전과 함께 수요 증가가 예측되는 영구자석과 배터리의 원료광물인 희토류, 리튬, 바나듐, 흑연, 코발트, 니켈 등의 안정적인 공급원을 확보해 상류부문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한국의 필수적인 선결 과제”라고 강조했다.

한국 배터리 산업은 소재·부품 업체가 동반 성장하면서 핵심소재 제조를 비롯해 안정적인 배터리 가치사슬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성 있는 희토류 광산이 없어 원광 생산을 하지 못하면서 중국 및 일본에서 원료와 소재를 전량 수입해 중간제품을 제조하는 불안정한 희토류 공급망 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고상모 단장은 “국내 배터리 공급망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은 원료광물의 수급으로, 급증하는 배터리 수요로 인한 공급 부족과 가격 변동성 등의 리스크가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한국 정부는 최근 핵심광물 확보를 자원과 에너지안보의 핵심자원에 포함했다. 정부는 지난달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안)’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자원확보의 개념과 범위를 확대했다. 기존 핵심자원인 석유와 가스, 석탄에 핵심광물과 수소, 재생에너지(소재·부품), 우라늄 등이 추가됐다. 핵심광물의 신규 비축기지를 확보하고 대외 의존도가 높은 품목 등의 비축 품목과 물량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광물자원이 풍부한 호주와의 협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호주는 전 세계 리튬 1위, 코발트·망간 3위, 희토류 4위, 니켈 5위 생산 국가다. 지난해 12월 양국은 ‘한·호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지난 2월부터는 한·호 핵심광물 작업반을 운영해 핵심광물 공동 연구·개발(R&D), 호주 광산 공동개발,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규범 수립 등의 협력 모델을 발굴하고 있다.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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