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유럽,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투자 확대
“국내 도시광산 산업 선순환구조 구축해야”

세계적인 자원확보 열풍은 폐전자제품에서 유가금속을 회수하는 친환경 재활용 기술 개발과 다양한 폐배터리로부터 핵심광물을 재활용하는 사업에 대한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세계적인 자원확보 열풍은 폐전자제품에서 유가금속을 회수하는 친환경 재활용 기술 개발과 다양한 폐배터리로부터 핵심광물을 재활용하는 사업에 대한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세계적으로 도시광산 산업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탄소중립 기조가 강화되는 가운데 핵심광물 수요 역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요 국가와 글로벌기업들이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핵심광물 자원을 특정 국가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도시광산 산업의 선순환적인 구조를 갖추기 위한 기술개발과 투자가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도시광산 재활용, 온실가스 저감 해결책

탄소중립이 산업계의 새로운 기준이 되면서 도시광산 재활용이 새로운 온실가스 저감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도시광산은 폐가전제품, 산업폐기물 등에 들어 있는 자원을 재활용하는 산업을 말한다. 자원의 재활용을 통해 폐기물을 줄이고 자원을 얻는 과정에서 생기는 환경오염도 예방할 수 있는 환경친화적인 산업이다. 철, 비철금속, 귀금속, 희소금속 등을 주로 자원화하고 있다.

도시광산 자원 중 특히 자동차, 전자산업,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희소금속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희소금속은 미래차를 비롯한 신산업과 2차전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분야의 핵심광물로 그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앞으로 20년간 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 전기자동차 등의 확산에 따라 에너지전환을 위한 핵심광물 수요가 90%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측했다. 

희소금속은 존재량이 적거나 추출이 어려운 금속자원 중 현재 산업적 수요가 있고 향후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금속원소다. 극소수 국가에 매장되어 있고 특정 국가에서만 생산되거나 대량 수입돼 안정적 공급에 어려움이 있다. 희소금속 중 핵심광물은 산업에 필수적이지만 단시일 내에 대체재를 찾기 어렵고 자원이 편재되어 있어 공급 리스크가 존재하는 광물을 의미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난해에 탄소중립 실현과 에너지전환 대비를 위한 6대 핵심광물로 리튬, 니켈, 코발트, 흑연, 희토류, 백금족을 지정한 바 있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도시광산 재활용 산업은 일본을 제외하고는 정책적 지원 부족, 원료 수급, 경제성 등의 문제로 인해 점점 주류에서 멀어져갔다. 그러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사회 전반적으로 환경 문제와 소재·부품·장비의 핵심원료 공급 이슈가 부각되면서 다시금 도시광산 산업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시대를 맞으면서 도시광산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미국·일본·유럽,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투자 확대

세계적인 자원확보 열풍은 폐전자제품에서 유가금속을 회수하는 친환경 재활용 기술 개발과 다양한 폐배터리로부터 핵심광물을 재활용하는 사업에 대한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리튬이온배터리 재활용 시장에서는 벨기에의 유미코아(Umicore), 미국의 리-사이클(Li-Cycle) 등 글로벌기업이 사업을 강화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전 세계의 제련업계와 재활용업계 등 다양한 기업이 배터리 재활용을 준비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으로 독일 바스프(BASF)는 지난해 5월 유미코아와 서로 보유하고 있는 특허를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비독점 상호 특허 사용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미국의 리-사이클은 사용 후 리튬이온배터리를 재활용하기 위한 기술을 확보해 기존 기술로는 30~35% 수준이던 유가금속 회수율을 최대 95%까지 높였다. 테슬라는 배터리 재활용업체 레드우드 머티리얼즈(Redwood Materials)와 협력해 자체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핵심소재인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을 90% 이상 회수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도시광산 재활용에 관심을 갖고 정책 지원과 기술적 인프라를 확충해왔다. 최근에는 도시광산 사업을 자원순환형 사회로 만들려는 정부 정책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본 물질재료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에 축적된 도시광산의 금 매장량은 6,800톤으로 세계에서 금 자원을 가장 많이 보유(6,000톤)하고 생산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보다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은 금속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서는 재활용 비율을 높이는 것이 필수라는 판단 아래 일본 내에서 데스크톱형 PC 본체를 2020년 약 500톤 회수했고 재활용율은 77.7%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이에 반해 회수제도가 정비돼 있지 않은 신흥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2019년 재활용률은 17.4%에 그쳐 일본의 재활용률에 비해서는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도시광산 기업인 요코하마 금속은 1990년대 후반 폐컴퓨터(PC)에서 귀금속을 추출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도와홀딩스도 IT제품, 인쇄회로기판(PCB) 등 다양한 폐전자제품으로부터 귀금속 및 희귀금속 등 18종의 금속을 회수하고 있다. 미쓰비시 머티리얼은 나오시마 제련소나 오나하마 제련소에서 전 세계 발생량의 약 20%에 해당하는 연간 폐기판 14만톤을 처리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2025년부터 순차적으로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이에 전기차 공급 증가에 따라 발생할 폐배터리 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유럽위원회(EC)는 2020년 12월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지속가능한 배터리를 위해 ‘EU 배터리 지침 개정안’을 발표했다. 유럽에서 판매되는 배터리는 2024년부터 탄소발자국을 공개하고 2035년부터 코발트의 20%, 리튬의 10%, 니켈의 12%는 재활용 원료로 사용하며 2030년에 폐배터리 수거율을 70% 수준까지 높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 “국내 도시광산 산업 선순환구조 구축해야”

핵심광물이 미래 산업의 핵심적인 자원임에도 불구하고 자원 빈국인 한국은 여전히 호주, 칠레, 콩고민주공화국, 중국 등 특정 국가에 의존해 해당 자원을 공급받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8월에 ‘희소금속 산업 발전대책 2.0’을 수립·발표했다. 산업부는 희소금속의 안정적 확보를 향후 탄소중립 산업구조 전환과 신산업 경쟁력의 성공을 좌우하는 열쇠로 보고, 국내 산업계가 안심할 수 있는 안정적 공급망 구축과 소재·부품·장비 가치사슬의 완성을 위해 대책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2030년에 글로벌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가 약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제련 기업(포스코, LS-Nikko동제련, 고려아연, 영풍)과 재활용 기업(성일하이텍, 에코프로, 영화테크 등)은 투자와 사업화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리튬이온배터리의 30.4%를 생산한 국내 베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도 폐배터리 재활용을 위해 재활용업체와 협력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 중국 1위 코발트 정련업체 화유코발트와 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김수경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광물자원본부장은 “우리나라는 부존하는 자원이 현저하게 적기 때문에 2000년대 초반부터 도시광산 재활용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기술을 개발했지만 여전히 국내 도시광산 산업은 선순환적인 구조를 구축하지 못했다”며 “아직도 관련 연구와 기술 개발, 미래 발생 폐기물 재활용을 위한 사용화 공정 개발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도시광산 산업의 발전이 늦는 이유로 비효율 폐자원 수입 환경, 분리 및 분류 인력 부족, 선별 기술의 부족, 제도적 뒷받침 미비 등을 지적하고 있다. 김수경 본부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수집 및 재활용 지원 강화와 확장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가 꼽히고 있다”며 “탄소중립 시대에 맞는 도시광산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주요 핵심광물과 같은 자원의 확보뿐만 아니라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해화학물질 처리 및 친환경적인 제련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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