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 집약적 에너지시스템으로의 전환?
탄소중립 달성하려면 2040년에 핵심광물 6배 더 필요
핵심광물, 일부 국가에 집중돼 있어
광물 채굴 과정에서 환경 파괴 문제 드러나
광물자원 국유화 흐름 이어져

IEA는 ‘현 정책 시나리오(STEPS)’에서는 핵심광물에 대한 수요가 2040년까지 2배로 증가하고, ‘지속가능발전 시나리오(SDS)’에서는 4배가 더 필요하며, 탄소중립(NZE)을 달성하려면 2040년에는 2020년보다 핵심광물이 6배나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IEA는 ‘현 정책 시나리오(STEPS)’에서는 핵심광물에 대한 수요가 2040년까지 2배로 증가하고, ‘지속가능발전 시나리오(SDS)’에서는 4배가 더 필요하며, 탄소중립(NZE)을 달성하려면 2040년에는 2020년보다 핵심광물이 6배나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핵심광물’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핵심광물이 일부 국가에 집중돼 있어 자원을 무기화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광물 채굴 과정에서의 환경 파괴 문제가 계속 지적되고 있고 일부 국가에서는 광물자원을 국유화하는 흐름도 관측되고 있다.

◇ 광물 집약적 에너지시스템으로의 전환?

청정에너지 전환은 광물 집약적 에너지시스템으로 전환을 의미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광물은 청정에너지 기술 분야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된다. 리튬과 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은 배터리의 성능과 수명, 에너지밀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희토류는 풍력터빈과 전기차 모터에 들어가는 영구자석에 필수적이며, 전력망에는 엄청난 양의 구리와 알루미늄이 필요하다. 특히 구리는 모든 전력 관련 기술의 핵심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해 5월 발표한 보고서 ‘청정에너지 전환에서 핵심광물의 역할(The Role of Critical Minerals in Clean Energy Transitions)’에 따르면,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광물자원을 6.2배 더 사용한다. 가스발전과 비교할 때 태양광은 6배, 육상풍력은 8.95배, 해상풍력은 13.55배 더 많은 광물을 사용한다. 2010년 이후 재생에너지 신규 투자 비중이 증가하면서 신규 발전설비 용량 당 필요한 광물 투입량은 50%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은 필수적인 광물자원을 ‘핵심광물’로 지정하고 있다. 유럽위원회(EC)는 2020년에 83종 광물종 중 경제적인 중요성과 공급위험성이 높은 30종을 핵심광물로 지정했다. 핵심광물은 EU 산업에 기반한 재생에너지, 전기차 등 이동장치, 국방 및 항공우주, 디지털 기술과 같은 전략 분야 개발에 필수적이다. 미국도 중요 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핵심광물 35종을 지정했다. 

한국은 2004년에 수입의존도가 높은 구리와 니켈, 아연, 우라늄, 유연탄, 철을 6대 ‘전략광종’으로 지정한 바 있고, 2010년에는 리튬과 희토류를 추가해 8대 전략광종으로 지정하고 자주공급률을 증가시키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탄소중립 실현과 에너지 전환 대비를 위한 6대 핵심광물을 니켈, 리튬, 백금족, 코발트, 흑연, 희토류로 지정한 바 있다. 

◇ 탄소중립 달성하려면 2040년에 핵심광물 6배 더 필요

청정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더 많은 광물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IEA는 ‘현 정책 시나리오(STEPS)’에서는 핵심광물에 대한 수요가 2040년까지 2배로 증가하고, ‘지속가능발전 시나리오(SDS)’에서는 4배가 더 필요하며, 탄소중립(NZE)을 달성하려면 2040년에는 2020년보다 핵심광물이 6배나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IEA는 파리협정 목표를 달성하는 SDS 시나리오에서 전기차 및 배터리 관련 광물 수요는 2040년까지 약 40배 이상 증가하고, 전력망 확대로 인한 구리 수요는 2배 이상, 저탄소 발전 부문에서의 광물 수요는 3배 증가하는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수소가 급격히 성장하면 수전해용 니켈 및 지르코늄과 연료전지용 백금족 금속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고, 희토류 수요는 2040년까지 7배 증가하고 특히 전기차 관련 광물 증가세가 매우 높을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희토류는 독특한 화학적, 전기적 및 광학적 특성을 지니고 있어 소량을 사용해도 소재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이에 전기차, 풍력발전 등 친환경산업에 필수적인 영구자석의 핵심원료로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반도체 연마제, 석유화학 촉매, LED 광원, 레이저, 전투기 등 첨단산업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 핵심광물, 일부 국가에 집중돼 있어

하지만 세계적으로 희토류를 생산하는 광산은 10여 개에 불과해 주요 국가들이 자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희토류 매장량은 2021년 기준으로 1억 2,000만톤으로 집계되며, 국가별 매장량 비율은 중국이 38%로 가장 많고, 베트남(19%), 브라질(18%), 러시아(10%), 인도(6%)의 순이다. 생산량은 매장량과 일치하지 않는데, 2020년 기준 희토류 생산량 비율은 중국이 58.3%로 가장 많고 미국(15.8%), 미얀마(12.5%), 호주(7.1%)의 순으로 나타났다. 

세계 리튬 매장량 및 생산량도 몇 개 국가에 한정돼 있다. 세계 리튬 매장량은 2021년 리튬 금속 기준으로 2,100만톤으로 집계되며, 국가별 매장량 비율은 칠레가 43.8%로 가장 많고, 호주 22.3%, 아르헨티나 9%, 중국 7.1%, 미국 3.1%, 캐나다 2.5%의 순이다. 생산량 비율은 2020년 기준 호주가 48.7%로 가장 많고, 칠레 21.9%, 중국 17.1%, 아르헨티나 7.6%의 순으로 나타났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5월 발표한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를 보면, 리튬과 코발트 및 희토류의 경우에는 생산 규모 상위 3개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2019년에는 코발트와 희토류 생산량에서 콩코민주공화국과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70%와 60%를 기록했다. 광물 가공 부문에서의 지역 집중도는 더욱 편중되어 있는데, 특히 중국이 적극적으로 산업 정책을 추진하면서 중국의 가공 점유율은 니켈이 35%, 리튬과 코발트는 50~70%, 희토류는 9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광물 채굴 과정에서 환경 파괴 문제 드러나

광물자원은 발견에서 최초 생산까지 평균 16.5년이 소요될 정도로 개발에 장기간이 필요하고, 호주와 중국, 아프리카 등 주요 광물 생산지가 기후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 등이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광물 공급을 보장하는 데에 한계로 지적된다. 구리와 리튬 생산에는 많은 물이 필요한데, 현재 생산량의 50% 이상이 물 부족 정도가 심각한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핵심광물 채굴 과정에서 환경 파괴와 인권 침해 문제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리튬 생산 2위 국가인 칠레 북부 지역에서는 지상으로 퍼 올린 지하수에서 리튬을 추출하면서 해장 지역의 물은 점점 고갈되고, 폐수는 자주 정화되지 않은 채 버려지는데, 생태계에 미치는 피해는 조사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콩고에서는 코발트 채굴을 위해 아이들 최소 2만 2,000명과 성인들 20만명이 소규모 광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른 코발트 채굴을 위한 아동 착취 논란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최근 니켈 등 광산 개발이 확대되면서 환경 파괴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리튬 등 대규모 광물 채굴 과정에서 산림이 훼손되고 수질 및 토양이 오염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희토류 매장량이 세계 3위인 미국이 2000년대 초반 자국 내 채굴을 중단하고 해외 수입에 의존한 것도 이런 환경 문제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미국 바이든 정부는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광물 생산을 늘리는 것과 환경 파괴 문제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광물자원 국유화 흐름 이어져

세계적으로 광물자원을 국유화하고 자원을 무기화하는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멕시코 의회는 지난달 19일 리튬 탐사와 채굴을 정부가 독점하도록 하는 내용의 광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리튬 세계 1위 매장국인 칠레도 리튬 광산을 국유화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니켈 세계 1위 생산국인 인도네시아는 2020년부터 니켈 원광 수출을 금지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말 발표한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금속자원 확보 과제’ 보고서에서 “희유금속의 안정적 확보가 탄소중립 사회로 가기 위한 중요한 국가적 과제가 되었다”며 “화석연료 중심 사회에서는 연료 조달이 에너지안보의 핵심이었다면, 기후변화 대응 사회에서는 금속자원 확보가 에너지안보의 중심이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이원화된 금속자원 비축제도의 일원화, 금속자원 비축계획의 조속한 수립, 희유금속 공급원을 다양화하기 위한 투자 및 금속자원이 포함된 재활용 정책을 확대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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