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식탁 ③]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채식주의의 다양성
[지속가능한 식탁 ③]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채식주의의 다양성
  • 곽은영 기자
  • 승인 2021.12.30 17:5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육식 하지 않는 사람들을 부르는 다양한 이름들
채식 한다고 모두 비건은 아니야...다양한 종류의 채식주의
100% 완벽한 상태는 없어...상황 따라 시도하는 것 중요

식탁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결정하고 암시하는 공간입니다. 무엇인가를 먹는 행위는 아주 개인적인 일 같지만 많은 사람을 거치고 다양한 산업이 얽혀 있는 일입니다. 나와 타자에게 끼치는 영향부터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파급력 또한 큽니다. 좁게 보면 개인의 건강과, 넓게 보면 동물권과 환경문제로까지 연결됩니다. 

그러니까 식탁은 한 사람의 가치관과 지향점을 나타내는 최적의 공간이 될 수 있는 셈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새로운 길을 내기에 역시 식탁만한 장소가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속가능한 식탁>은 비건, 푸드마일리지와 관련한 기자의 도전기이자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를 공유하는 지면이 될 예정입니다. 세 번째 시간은 ‘비건의 다양성’입니다. [편집자주]

많은 채식지향인들은 비건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한다. 오히려 완벽주의를 버리라는 것이 그들의 조언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많은 채식지향인들은 비건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한다. 오히려 완벽주의를 버리라는 것이 그들의 조언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기자가 주변사람들에게 비건지향을 할 것이라고 말했을 때 꼭 돌아온 질문은 어디까지 안 먹는 것인지였다. 한 친구는 생선과 달걀과 우유도 안 먹는 100% 베지테리언을 하는 것인지부터 물었다. 기자는 고기와 유제품을 먹지 않는 것으로 일단 시작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주변 지인에게 기자가 먹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 나열하자 그는 “그럼 너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이네”라고 말했다. 동물성 식품이 워낙 많은 만큼 무엇을 먹고 먹지 않는지에 따라서 채식의 종류도 다양하게 나뉜다. 채식주의라고 해서 무조건 고기를 먹지 않고 채소만 먹는 것은 아니다. 그 다양성에 대해서 얘기해보자. 

◇ 채식 한다고 모두 비건은 아니야...다양한 종류의 채식주의

채식주의는 유형에 따라서 ‘베지테리언’과 ‘세미 베지테리언’으로 나눌 수 있다. 모두 채식을 기본으로 하되 우유, 유제품, 달걀, 어패류, 가금류 등을 더하고 빼는 정도에 따라서 다시 구분된다. 

일반 채식주의인 베지테리언은 비건(Vegan), 락토(Lacto), 오보(Ovo), 락토 오보(Lacto Ovo)로 구분된다. 

‘비건’은 간단히 말해 완전 채식주의를 뜻한다. 동물의 알이나 우유, 유제품, 꿀 등 동물을 착취해서 얻은 식품을 모두 거절하고 채소, 과일, 해초 등 완전 식물성 식품만 섭취한다. 비건보다 상위 개념으로 ‘프루테리언’도 있는데 과일과 견과류만 허용하는 극단적 채식주의다. 식물도 생명이기에 강제로 죽이지 않고 식물이 허용한 열매나 곡식만 섭취한다는 입장이다. 

비건 다음 단계부터는 허용하는 식품군을 이름에 포함하고 있다. ‘락토’는 라틴어로 젖을 의미하는 말로 락토 베지테리언은 우유와 유제품까지는 허용하는 채식주의다. ‘오보’는 라틴어로 알을 뜻한다. 즉, 오보 베지테리언은 동물의 알까지는 섭취하는 채식주의를 의미한다.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은 이 둘을 합친 것으로 우유, 유제품, 달걀을 허용하는 채식주의다. 

베지테리언보다 일상에서 접근하기 쉬운 세미 채식주의는 가금류와 어패류의 섭취까지 허용한다. 페스코(Pesco), 폴로(Pollo),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으로 구분된다. 

‘페스코’는 영어로 생선을 뜻하는 접두사로 페스코 베지테리언은 우유, 유제품, 달걀에 어패류까지 허용하는 채식주의다. 가금류를 의미하는 ‘폴로’는 우유, 유제품, 달걀에 조류까지 허용하는 채식주의를 뜻한다. 붉은 살코기는 먹지 않지만 닭과 오리 등은 먹는 것이다. 플렉시테리언은 평소에는 채식주의를 실천하지만 상황에 따라서 육식도 하는 경우를 말한다. 

세미 베지테리언은 일상 속에서 채식지향을 실천하기에 진입장벽이 높지 않아서 채식주의 입문 단계나 적극적인 베지테리언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간 단계로 활용되고 있다. 기자 역시 여기 해당한다. 

동물성 식품을 더하거나 빼는 경우에 맞춰 정리해 놓은 채식주의 단계를 보면서 처음에는 청기 올리고 백기 내리고 다시 청기 올리라는 구령이 생각날 정도로 뭔가 복잡해 보였다. 그러나 허용하는 식품군이 영어나 라틴어로 들어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그렇게 어렵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 이러한 기준이 갖는 의미는 채식주의자의 식탁이 언제나 채식으로만 꾸려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에 있다. 때로는 해산물도 먹고 때로는 유제품도 먹으면서 단계별 채식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 100% 완벽한 상태는 없어...상황 따라 시도하는 것 중요

많은 채식지향인들은 비건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한다. 오히려 완벽주의를 버리라는 것이 그들의 조언이다. 평생 비건으로 살겠다고 결의에 차서 시작하는 것보다 ‘한 달만 해보자’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하는 것이 오래 할 수 있는 비결이라는 것이다. 사람마다 상황이나 건강 상태가 다른 만큼 각자의 조건에 맞춰 줄일 수 있는 것부터 줄여나가면 된다. 

예컨대 ‘고기 없는 주말‘이나 ‘월요채식‘ 같은 콘셉트로 시작하는 것도 괜찮다. 채식을 하기로 다짐한 날 외에는 편하게 식사를 하면서 채식에 자유롭게 접근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채식 하는 날이 늘어날 수도 있다. 최근에는 ‘하루 한 끼 채식‘을 한다는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한 명이 하루 한 끼 채식 습관을 1년 동안 이어나가면 최대 1460kg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하니 의미있는 도전이라 할 수 있다. 채식지향과 관련해 줄이기주의자, 비덩주의자, 주말채식주의자, 홈채식주의자 등 다양하고 직관적인 이름도 있다. 그만큼 다양한 채식의 방법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기자는 분류하자면 해산물은 먹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이긴 하지만 유제품도 먹지 않아서 통용되는 채식주의 단계에 딱 맞아떨어지진 않는다. 그러나 채식주의 종류는 다양한 채식주의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지 꼭 여기에 맞춰서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중요한 건 육식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기자의 경우 몇 달 전 채식지향을 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덩어리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쉽게 실천할 수 있었다. 형태가 명확하기에 즉각적으로 걸러내기가 쉬웠다. 돌아보면 고기를 사다가 집에서 구워 먹거나 배달을 시켜 먹는 일이 비교적 적어서 일상에서 쉽게 덜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늘 쉬운 것은 아니었다. 한 번은 가족 중 한 명이 핫도그를 사온 적이 있는데 평소처럼 무의식적으로 한 입 베어물고 나서야 햄의 존재를 인식한 적이 있다. 매번 음식을 먹기 전 무엇이 들어갔는지 생각해야 한다는 걸 그때 느꼈다. 

우유와 유제품을 식단에서 빼는 것도 그다지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몇 년 전 건강상의 이유로 석 달가량 우유와 유제품, 밀가루를 끊은 적이 있어서다. 마음 먹고 밀가루 음식과 우유가 들어간 음료, 요거트, 치즈, 버터, 아이스크림 등을 모두 끊고 나자 당시 기자를 괴롭히던 피부 가려움증이 사라졌던 기억이 난다. 체질적으로 잘 맞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다시 먹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요즘은 비건 요거트와 비건 아이스크림도 많이 출시되고 있지 않은가. 선택지가 늘어났다는 의미다. 

이렇게 자신만만했던 예상과 달리 빵에서 몇 가지를 놓쳤다. 빵에는 버터와 우유가 들어간 것이 많다. 기자의 친구도 “요즘은 채식하기 좋은 환경이긴 하지만 빵을 못 먹는 건 힘들긴 할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찾아보면 비건 빵도 종류가 많지만 의식하지 않고 그냥 먹으면 나도 모르게 우유와 버터가 들어간 빵을 먹게 된다. 역시 일상 속에서의 의식이 중요하다는 걸 생각하게 된다. 

어패류의 경우 선택지가 없을 때는 먹지만 굳이 내 돈을 주고 사먹지는 않으려고 한다. 생선과 해산물에도 환경적이고 윤리적인 문제가 크다고 하니 되도록 적게 먹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다.

김한민은 <아무튼, 비건>에서 “비건은 평범한 개인이 지구와 동물들, 그리고 우리 스스로를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하게 도울 수 있는 운동”이라고 말했다. 기자 역시 비건지향을 지속하면서 나와 지구에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선택들을 늘려가고자 한다. 

key@greenpost.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