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 손 떠나 소비자 식탁에 오르기까지
유통거리 줄이려는 기업 움직임 활발

흔히 환경을 위해서는 축산 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이 많은 고기보다는 채소나 과일을 먹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기에 운송거리가 더해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푸드 마일리지에 대한 이야기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흔히 환경을 위해서는 축산 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이 많은 고기보다는 채소나 과일을 먹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기에 운송거리가 더해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지속가능한 먹거리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무엇을 먹느냐’는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하나는 고기류나 채소류 등 식품에 카테고리로 접근해서 생각해보는 것, 다른 하나는 식품이 유통된 거리를 따져보는 것이다.  이번 회차에서는 식품의 유통거리의 중요성에 대해서 알아보려 한다. 

흔히 환경을 위해서는 축산 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이 많은 고기보다는 채소나 과일을 먹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분명 육식보다는 채식이 탄소배출량이 더 적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 운송거리가 더해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 생산자 손 떠나 소비자 식탁에 오르기까지

식재료가 생산자 손을 떠나 소비자 식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중에서도 식품의 이동 거리를 ‘푸드 마일’이라고 부른다. 생산된 식품이 현장에서 바로 소비되지 않는 이상 모든 식품에는 운송거리에 따라 생기는 푸드 마일리지가 발생한다.  

푸드 마일리지는 식품의 양(t)에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의 이동거리(km)를 곱하면 나온다. 현재 곡물, 축산물, 수산물 등 9개 수입 품목이 대상으로 이를 통해 식품의 환경 부담 정도를 측정할 수 있다.

식품의 탄소발자국은 푸드 마일리지가 커질수록 많이 찍힌다. 이동거리가 길수록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많아져서다. 푸드 마일리지가 크다는 것은 원산지와 소비지 사이의 거리가 멀다는 것을 뜻한다.  

국산 콩과 미국산 콩을 비교해보자. 한국환경공단 자료에 따르면 국산 콩 운반 시 나오는 탄소 배출량이 13g이라면 미국산 콩 운반 시 나오는 탄소량은 463g에 달한다.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여러 방면에서 다 좋을 것만 같았던 콩도 바다를 건너오면 국내에서 나는 콩보다 37배나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뿜는다는 얘기다. 

조금 더 살펴보자. 이번에는 소고기와 바나나를 예로 들어보겠다. 환경교육포털 자료에 따르면 횡성산 소고기 10톤의 푸드 마일리지는 1110t·km, 필리핀산 바나나 10톤의 푸드 마일리지는 2만8220t·km로 바나나의 푸드 마일리지가 더 높다. 푸드 마일리지, 즉 수송거리를 기준으로 보면 채소류나 과일류가 육류보다 더 친환경적이라는 논리가 뒤집히는 셈이다. 

수입식품은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환경적인 면에서는 분명 부담이 크다. 운송거리가 길어지면 보관 시간과 운반 수단에 따라 석유나 석탄 등 에너지원 사용이 늘어난다는 점 이외에, 이동하는 동안 신선도 유지를 위해 방부제, 살충제 등 첨가물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문제도 발생한다. 

최근에는 이러한 환경적인 면을 고려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기업에서 운송에 따른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로컬푸드’라는 선택지를 늘리고 있다.

◇ 유통거리 줄이려는 기업 움직임 활발

로컬푸드는 말 그대로 지역농산물을 뜻한다. 보통 반경 50km 이내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생산지와 소비지가 가까운 식자재를 뜻한다. 식품의 운송거리가 짧아지면 신선도는 물론, 첨가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보관과 운송에 사용하는 에너지와 탄소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

더불어 운송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중간 거점이 사라지면서 지역 농가는 적절한 보상을 받고 소비자도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이른바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것이다. 

국내 유통업계에서도 이러한 측면에서 국산 품종의 농산물 육성을 늘려가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 손을 보태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에서는 유통거리를 줄인 농가직송 라인을 늘리는 등 근처 농가로부터 직접 신선식품을 받는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테면 홈플러스는 지난 6월 중순 재배부터 수확까지 농가와 함께 관리해 과일을 제공하는 ‘신선농장’ 브랜드를 공식 론칭했다. 신선농장은 참외, 수박, 복숭아, 포도, 밀감, 딸기, 사과 등 7대 과일을 지정해 신선농장에서 재배,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제품에만 부여하는 브랜드다. 이를 통해 과일 품질을 향상하고 안정적으로 공급, 소비자 물가 부담을 줄이는 것까지 기대하고 있다. 

2014년부터 로컬 농산물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마트 역시 물리적 거리를 최소화하고 생산자와 소비자 직거래 방식을 통해 소비의 선순환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전문 로컬 MD를 선발 운영하며 지역 농가 상생을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 유통채널에서도 지역 농가의 온라인 판로 확대 및 상품 판매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롯데온은 지난 7월 경상북도와 온라인 농수산유통 인프라 확대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지역 우수 농특산물 발굴 및 마케팅 활동, 판로 지원확대에 나섰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에 경상북도 농특산물의 인지도를 높이고 농가 소득 증대에 힘을 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티몬은 먹방 유튜버와 국산 과일농가 상생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농가체험에 복숭아 먹방을 담은 콘텐츠 등을 내보냈다. 하반기에는 포도, 배, 사과, 단감 등 국내 대표 과일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러한 노력은 코로나19 장기화와 폭염·폭우 등 이상기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과일 생산농가를 위한 것인 동시에 로컬푸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는 움직임이다. 

이밖에 올가홀푸드는 지난 7월 경기도권에 신규 매장을 연속으로 출점하며 수도권 남부 지역 소비자와의 접점 확대에 나섰다. 특히 지속가능 가치를 강조한 신선식품 카테고리를 강화, 생산과정 전반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인 농업기술로 생산한 저탄소 인증 농산물 등을 준비했다. 

로컬푸드가 활성화되면 탄소발자국을 줄여 지구에 이로울 뿐 아니라, 식품에 첨가물 사용이 필요하지 않아 소비자는 신선한 식품을 이용할 수 있다. 생산자는 유통 부담을 덜고 지역경제도 살릴 수 있다. 

기자 역시 푸드 마일리지의 개념을 안 이후로 되도록 지역 농산물을 소비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장을 볼 때면 출하 지역이 국내 농가인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는 식이다. 국내 농가에서 상품화 규격에서 벗어난다는 이유만으로 버려지는 채소와 과일을 모아 온라인으로 정기배송하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온·오프라인에서 다양한 로컬푸드 이용방법이 마련되어 있으니 푸드 마일리지에 관심을 갖고 환경을 위한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지역 먹거리에 보다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식재료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지구도 나도 더 건강해질 수 있다. 

식탁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결정하고 암시하는 공간입니다. 무엇인가를 먹는 행위는 아주 개인적인 일 같지만 많은 사람을 거치고 다양한 산업이 얽혀 있는 일입니다. 나와 타자에게 끼치는 영향부터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파급력 또한 큽니다. 좁게 보면 개인의 건강과, 넓게 보면 동물권과 환경문제로까지 연결됩니다. 

그러니까 식탁은 한 사람의 가치관과 지향점을 나타내는 최적의 공간이 될 수 있는 셈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새로운 길을 내기에 역시 식탁만한 장소가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속가능한 식탁>은 비건, 푸드마일리지와 관련한 기자의 도전기이자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를 공유하는 지면이 될 예정입니다. 열 한 번째 시간은 ‘푸드 마일리지의 중요성’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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