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앞에서 할 수 있는 노력 ‘채식’
공장식 축산업이 안고 있는 동물권 문제
동물성 단백질 식단에 대한 고정관념

식탁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결정하고 암시하는 공간입니다. 무엇인가를 먹는 행위는 아주 개인적인 일 같지만 많은 사람을 거치고 다양한 산업이 얽혀 있는 일입니다. 나와 타자에게 끼치는 영향부터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파급력 또한 큽니다. 좁게 보면 개인의 건강과, 넓게 보면 동물권과 환경문제로까지 연결됩니다. 

그러니까 식탁은 한 사람의 가치관과 지향점을 나타내는 최적의 공간이 될 수 있는 셈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새로운 길을 내기에 역시 식탁만한 장소가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속가능한 식탁>은 비건, 푸드마일리지와 관련한 기자의 도전기이자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를 공유하는 지면이 될 예정입니다. 두 번째 시간은 ‘비건의 이유’입니다. [편집자주]

비건에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크게 보면 환경, 동물권, 건강, 종교 등의 이유로 요약할 수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비건에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크게 보면 환경, 동물권, 건강, 종교 등의 이유로 요약할 수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기자가 지난 한 달간 주변사람들에게 비건지향을 할 것이라고 말했을 때 가장 많이 받은 질문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왜 하기로 한 건지, 또 하나는 어디까지 안 먹는 것인지다. 

먼저 ‘왜’라는 이유에 대해서 자세히 먼저 말해보려고 한다. “갑자기 왜?”, “건강 때문에?”, “(고기가)몸에 안 맞아서?”, ”특별한 이유가 있어?” 질문을 요약하면 이렇다. 

기자가 육식을 멈춰야겠다고 결심한 건 기사를 쓰면서 육식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알게 되었고 공장식 축산 자료를 자주 보게 되면서 먹는 대상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어서다. 

특히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을 알게 된 영향이 컸다. 기자는 지난 2월 ‘살처분 방역...동물권에도 뉴노멀 필요’라는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등 가축전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해결법으로 나오는 살처분이 안고 있는 동물권, 환경오염, 예산, 관계자 외상후 스트레스 등 문제에 대해서 쓴 기사였다. 취재를 하면서 살처분의 배경에 바이러스의 창고이자 공장 역할을 하는 ‘공장식 축산’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후 공장식 축산과 관련한 영상과 사진들을 찾아봤다. 공책 한 권보다 작은 면적에 사는 닭, 스트레스로 다른 닭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생후 7일 부리가 잘리는 닭, 같은 이유로 꼬리가 잘리고 생니가 뽑히는 아기 돼지, 햇볕도 없고 흙도 없는 작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 대한 수많은 영상들이 검색됐다. 

유튜브에 ‘공장식 축산’이라는 간단한 키워드만 검색해도 관련 자료가 주르륵 나왔다. 공장식 축산은 동물착취와 동물권 침해라는 문제와 함께 환경에도 치명적이다. 영상들을 보고 나자 고기라는 말 뒤에 가려진 고통이 떠오르면서 고기를 먹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그러다 고기를 재료로 만든 음식이 죽은 동물의 살덩어리로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채식을 하기로 결심했다. 

지난 5월 인터뷰를 통해 만난 비건 패션 브랜드 ‘낫아워스’ 신하나 공동대표는 게리 유로프스키의 강연을 본 이후 동물이 어떻게 착취돼 산업에서 다뤄지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동물이 식탁에 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며 “그 전까지 해보지 않았던 생각을 하게 되면서 이렇게까지 고기를 먹어야 하나 싶었고 이후 책을 접하면서 비거니즘을 평생 실천해야겠다고 마음 먹게 되었다”고 비건을 본격화한 계기를 말했다. 

비건 중에는 이처럼 영상이나 강연, 책 등을 통해서 육식이 안고 있는 환경과 동물착취 문제를 알게 돼 비건을 실천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처음부터 비건으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알게 되었을 때 외면하지 않고 개선하는 것 뿐이다. 

◇ 기후변화 앞에서 할 수 있는 노력 ‘채식’

비건에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크게 보면 환경, 동물권, 건강, 종교 등의 이유로 요약할 수 있다. 

육식과 환경의 관계부터 살펴보자. 고기 생산을 위해 동물을 키우는 과정에는 대기·토양·물 오염 등 다양한 환경문제가 발생한다. 

축산업으로 인한 온실가스는 자동차, 비행기, 기차, 선박 등 교통수단을 합친 배출량보다 많다고도 알려진다. 소나 양과 같은 동물은 소화과정에서 지구온도를 높이는 메탄가스를 배출하는데 몸집이 클수록 배출량이 많다. 업계에 따르면 소 한 마리가 하루에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소형차 1대가 1년간 내뿜는 온실가스 양과 맞먹는다. 뿐만 아니다. 육류를 수출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도 만만치 않다. 지나친 육식이 지구를 가열시키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문제는 동물을 키울 목초지나 사료를 재배할 땅을 마련하기 위해 열대우림이 사라지고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산림파괴의 90% 이상이 육류 생산과 관련돼 있다고 전해진다. 고기 1톤을 생산하려면 평균 6톤의 사료가 필요하며 전 세계 생산 곡물의 3분의 1이 사료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축산업이 규모화되면서 증가한 분뇨도 골칫거리다. 퇴비로 쓰고도 남아도는 분뇨 처리 과정에서 토양 및 수질 오염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가축 분뇨는 증가했지만 자원화 한계로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축사 악취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 수자원 낭비도 심각하다. 소고기 1kg을 얻기 위해서 필요한 물은 1만8000리터로 알려진다. 1리터 생수병 1만8000개의 이미지를 떠올려 보면 양이 가늠될 것이다. 

이러한 환경적인 이유로 최근에는 전세계적으로 채식을 권장하고 있기도 하다. UN은 기후변화보고서를 통해 육류 생산 비중을 줄이고 식물성 식품 섭취 확대로 기후변화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채식은 예측불가능한 기후변화 앞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노력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 공장식 축산업이 안고 있는 동물권 문제

채식을 지향하는 사람들은 공장식 축산업이 안고 있는 동물학대와 동물권 침해 문제도 지적한다. 일부는 공장식 축산 현장에서 이뤄지는 동물학대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고 고기 먹는 횟수를 줄이거나 채식을 결심했다고 밝히기도 한다.

공장식 축산은 가축전염병과 살처분 악순환의 원인으로 꼽힌다. 좁고 제한된 공간에서 동물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면역력이 약해진다. 자연스럽게 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데 그러면 항생제를 투여한다. 이로 인해 면역력은 더욱 약해진다. 일부 환경운동가는 이러한 이유로 동물을 먹는다는 것은 항생제를 먹는 것과 똑같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동물들을 이렇게 비윤리적으로 밀집 사육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적은 비용으로 많이 기를 수 있어서다. 많이 길러야 하는 이유는 수요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저 심심해서 시켜먹는 치킨과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오늘도 내일도 먹는 삼겹살이 공장식 축산업의 견고한 울타리를 만든 셈이다. 

‘동물 해방’의 저자 피터 싱어는 최근 EBS1에서 방영한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에서 “왜 호모 사피엔스의 일원이라는 이유로 다른 종이 가지지 못한 권리를 가져야 할까”라고 반문하며 “나 자신을 넘어서서 쾌락과 고통을 느끼는 모든 존재를 고려해야 한다”고 공리주의 관점을 제시했다. 인간과 동물을 도덕적으로 다르게 대하는 이유와 기준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동물성 단백질 식단에 대한 고정관념

채식을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건강이다. 일반적으로 육류를 섭취해야 단백질을 얻고 힘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은 오히려 지나친 고기 섭취가 대장암, 심장질환, 암 등 각종 성인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으며 식단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다. 그보다 잉여 단백질로 인한 질환이 더 위험하다고도 주장한다. 

여기에서도 공장식 축산이 언급되는데 햇빛도 들지 않는 공간에서 GMO사료를 먹고 호르몬제, 항생제를 맞으며 사육된 동물을 먹는 일이 과연 건강할까에 대한 물음표다. 미지수 작가는 ‘지속 가능한 삶, 비건 지향‘에서 “이렇게 사육된 동물을 먹는 누군가가 그 동물이 겪은 모든 고통에서 과연 자유로울 수 있을까?”라고 반문한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더 게임 체인저스>에서는 운동선수들이 비건식을 하면서 실력이 향상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큐에 따르면 몸을 크고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동물성 단백질이 아니다. 동물성 단백질에는 염증성 분자가 들어있어 혈류를 감소시키고 회복을 더디게 만든다. 오히려 식물성 단백질이 혈액 공급을 최적화해 염증을 줄여준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고정관념이 깨지고 알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 되면서 비건을 선택한다. 환경적인 이유로 시작했다가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도 하고, 동물권에 관심을 갖고 시작했다가 건강이 좋아졌다는 경우도 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기자가 만나보거나 매체나 책을 통해서 만난 비건들은 “알고 나니 바뀌게 되더라”는 말을 많이 했다. 기자 역시 알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알게 된 이상 완벽하지 않더라도 하나하나 배워가며 생활 속에서 지속가능한 습관을 늘려가고자 한다.

다음 시간에는 앞서 언급한 또 다른 질문인 ‘어디까지 안 먹는 것인지’와 관련해 채식주의의 종류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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