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와 계란이 안고 있는 환경적·윤리적 문제
건강학적으로도 오해되고 있는 우유와 계란
식물성 재료로 만든 대체유·대체계란...대안 증가 추세

‘페스코 베지테리언’은 유제품, 달걀, 어패류는 허용하는 채식주의다. 일각에서는 고기나 우유나 동물의 알이나 모두 똑같이 비윤리적인 과정을 거쳐 식탁에 올라온다는 점을 지적한다. 채식이 무조건 완벽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각각의 식품이 어떠한 환경적·윤리적 문제를 안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페스코 베지테리언’은 유제품, 달걀, 어패류는 허용하는 채식주의다. 일각에서는 고기나 우유나 동물의 알이나 모두 똑같이 비윤리적인 과정을 거쳐 식탁에 올라온다는 점을 지적한다. 채식이 무조건 완벽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각각의 식품이 어떠한 환경적·윤리적 문제를 안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채식주의는 허용하는 식품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그 중에서도 육류는 먹지 않지만 유제품, 달걀, 어패류는 허용하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은 많은 이들이 선택하는 채식주의다. 10년 전 채식주의를 선언했었던 가수 이효리나 배우 이하늬 역시 페스코 베지테리언이었다.

일각에서는 고기나 우유나 동물의 알이나 모두 똑같이 비윤리적인 과정을 거쳐 식탁에 올라오는 것인데 왜 어떤 건 먹고 어떤 건 먹지 않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채식은 무조건 완벽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강박적으로 하기보다 상황에 따라 선택의 폭을 넓게 두고 할 수 있는 만큼 바꿔나가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럼에도 각각의 식품이 환경적·윤리적으로 어떠한 문제를 안고 있는지는 알고 있도록 하자. 알고 나면 몰랐을 때와는 또 다른 것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우유와 계란이 안고 있는 환경적·윤리적 문제

기자는 오래 전 우유를 싫어하는 한 친구가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다. 소의 젖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얻어지는지에 관한 얘기였고 골자는 “우유는 소의 고름”이라는 것이었다. 당시 무슨 말을 저렇게 심하게 하나 싶었지만 이유를 들어보면 분명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유를 마시면서 소의 젖을 얻는 과정에 대해서는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는다. 흔히 우유 하면 푸른 들판에서 풀을 뜯어 먹는 소에게서 한 번씩 젖을 짜는 평화로운 풍경을 상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강제 임신과 착취의 연속이다. 

소는 포유동물로 송아지가 젖을 뗄 때쯤에는 모유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대량의 젖을 원하는 인간은 소 젖을 얻기 위해서 암소에게 수유 촉진제나 호르몬제를 주입하고 기계를 부착해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낸다. 이후에는 임신한 상태를 유지시키기 위한 강제 임신과 출산의 연속이다. 소들은 이 과정에서 겪는 스트레스로 원래 수명의 5분의 1도 되지 않는 5년 안팎의 생을 살다가 죽는다고 한다. 

갓 낳은 송아지는 어떻게 될까. 정작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모유는 한 방울도 먹지 못하고 어미소로부터 분리된다. 암컷이라면 어미소의 운명을 그대로 물려받고, 수컷이라면 근육이 크지 못하도록 좁은 우리에 갇혀 연한 송아지 고기로 팔린다고 한다. 우유를 얻기 위해 이뤄지는 이 비극적인 사이클은 수많은 환경 책과 다큐멘터리에서 언급된다. 

게다가 소는 사육 과정에서 되새김질을 통한 호흡으로 지구의 온도를 높이는 메탄을 발생시킨다. 목초지 확보를 위해 열대우림을 불태우는 문제도 크다. 윤리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이와 같은 공장식 축산 사육 방식에는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달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달걀 대량 생산 시스템 앞에서 닭은 어미소와 마찬가지로 그저 알을 낳는 도구로 취급될 뿐이다. A4 용지보다도 작은 케이지 안에 갇힌 닭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잠도 못 자도록 세팅되어 있는 공장식 축산 시스템 안에서 닭들은 원래 낳을 수 있는 알보다 10배에서 30배 더 많은 알을 낳도록 강요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체 개체수의 절반에 가까운 닭들이 뼈가 부서지는 골절상을 입는다고 한다. 

이처럼 비윤리적인 과정과 공장식 축산을 통해 얻은 부산물인 우유와 달걀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영양을 얻을 수 있을까. 

◇ 건강학적으로도 오해되고 있는 우유와 계란

많은 사람들이 유제품과 달걀을 영양학상의 이유로 먹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조금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인간은 성인이 되어서도 젖을 먹는 유일한 동물이라고 한다. 그것도 사람의 젖이 아닌 소의 젖을 먹는다. 그러나 우리가 믿고 있는 것과 달리 동물성 단백질로서의 우유는 사람의 모유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흔히 우유를 많이 마시면 ‘칼슘’ 성분으로 뼈가 더 튼튼해지고 골다공증을 예방한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우유에 있는 ‘인’ 성분으로 칼슘은 흡수된 만큼 더 많이 빠져나가기도 한다. 이밖에 유당불내증이나 알레르기, 콜레스테롤 수치 등과 관련한 문제도 있다. 

실제로 기자는 비건지향을 하기 전 우유를 먼저 끊어본 적이 있다. 우유를 비롯해 우유가 원료가 되는 치즈와 버터, 요거트, 아이스크림 등을 일정 기간 끊었다. 건강상의 이유였다. 소화가 안 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병원을 찾으면 “당분간 유제품을 먹지 말라”는 조치가 내려지곤 했다.

<조금씩, 천천히, 자연식물식>의 저자 이의철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는 “우유를 포함한 동물성 식품을 과도하게 먹게 될 경우 혈액이 산성화되면서 칼슘이 몸에서 빠져나가 뼈가 약해질 수 있다”고 말하며 우유에 대한 오해를 짚은 바 있다.  

<아무튼, 비건>의 저자 김한민 역시 “전 세계에서 우유 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스웨덴, 노르웨이, 미국, 독일, 핀란드 등)일수록 대퇴골 경부 골절이 가장 많았다”라며 “우유와 동물성 단백질을 적게 먹는 나라일수록 국민들이 더 건강한 뼈를 가지고 있다. 이를 일컬어 세계보건기구는 ‘칼슘 패러독스’라고 칭한 바 있다”고 같은 관점을 제시하기도 했다. 

완전식품이라고 불리는 계란은 어떨까. 약 5년 전 국내를 비롯한 전세계적으로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적이 있다. 진드기와 벼룩을 잡는 데 사용되는 ‘피브로닐’ 성분으로 섭취량이 많으면 간이나 신장 등에 이상을 일으켜 식용 동물에 사용이 금지된 품목이었다. 국내에서는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비펜트린’이 추가로 발견됐다.

사실 살충제 계란 사태는 공장식 축산과 깊이 연관돼 있다. 0.05m2 크기의 케이지에서 닭을 키운다는 것은 그만큼 위생상태 관리가 어렵다는 의미다. 전염병이 돌면 한꺼번에 폐사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항생제와 살충제가 투여되고 닭들의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다. 이는 조류독감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야말로 공장식 축산의 악순환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동물권·환경단체들은 지속적으로 닭 사육장의 공장식 축산과 감금틀 사육을 폐지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 식물성 재료로 만든 대체유·대체계란...대안 증가 추세

최근에는 우유와 계란이 안고 있는 환경적·윤리적·건강적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대체식품 출시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지난해 9월 16년 만에 새로운 식물 기반 음료 베이스로 오트 밀크를 기본 선택 옵션으로 도입했고, 투썸플레이스도 지속적으로 대체 우유인 오트 밀크를 활용한 제품을 선보이며 대체유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대체유의 재료로는 귀리뿐만 아니라 콩, 아몬드, 코코넛 등 다양한 식물성 원료가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푸드 테크 기술을 적용해 원재료 특유의 맛 대신 우유의 맛과 색 등을 구현한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업들은 대체유 음료 카테고리 확장 이유에 대해서 “고객에게 환경과 건강을 모두 생각하는 새로운 음료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는 한편 대체유가 “젖소 사육을 통한 우유 생산 과정에 비해 이산화탄소 발생량, 물, 토지 사용량이 현저히 낮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체 계란 제품 개발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SPC그룹은 100% 식물성 대체 계란 ‘저스트 에그’를 활용한 제품을 국내 최초로 선보였고, 신세계푸드도 최근 콩물을 활용한 대체 계란 제품 개발에 나선 상태다. 

이와 같은 흐름은 비건지향을 하는 입장에서는 반가울 수밖에 없다. 비건지향을 하면서 의외로 힘들었던 것은 곳곳에 들어가는 유제품이나 계란을 바로바로 알아차리는 것이었다. 무심코 먹게 되는 빵이나 가족과 함께 하는 식사 자리에서 음식을 먹다가 ‘아차’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도 대부분 우유나 계란으로 인한 것이었다. 

상황에 따라 채식에 접근하는 것은 맞지만 식품이 안고 있는 환경적이고 윤리적인 문제를 평소에도 의식하고 있으면 분명히 조금씩 바꿔나갈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기자는 앞으로 식품 속에 숨어 있는 의외의 유제품과 계란에 더 신경 쓸 생각이다. 비건지향이 아니더라도 각자 자신이 먹고 있는 음식의 재료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한 번쯤 생각해보고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식탁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결정하고 암시하는 공간입니다. 무엇인가를 먹는 행위는 아주 개인적인 일 같지만 많은 사람을 거치고 다양한 산업이 얽혀 있는 일입니다. 나와 타자에게 끼치는 영향부터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파급력 또한 큽니다. 좁게 보면 개인의 건강과, 넓게 보면 동물권과 환경문제로까지 연결됩니다. 

그러니까 식탁은 한 사람의 가치관과 지향점을 나타내는 최적의 공간이 될 수 있는 셈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새로운 길을 내기에 역시 식탁만한 장소가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속가능한 식탁>은 비건, 푸드마일리지와 관련한 기자의 도전기이자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를 공유하는 지면이 될 예정입니다. 여섯 번째 시간은 ‘우유와 계란’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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