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지향 할 때도 포장재 문제는 딜레마
유통사의 책임의식과 변화 중요

우리가 먹는 음식이 지속가능하려면 탄소배출량이 적은 식재료를 사용하고 유통과정에서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을 줄여야 한다.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장보기가 필요한 이유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우리가 먹는 음식이 지속가능하려면 탄소배출량이 적은 식재료를 사용하고 유통과정에서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을 줄여야 한다.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장보기가 필요한 이유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우리가 먹는 음식이 지속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2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탄소배출량이 적은 식재료를 선택하고 그 재료가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이 환경적이어야 한다.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장보기가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형 유통채널의 모든 식료품이 플라스틱과 일회용품 등 포장재를 이용해 유통되고 있는 만큼 플라스틱 없는 생활을 하는 것은 힘들다. 대형마트나 편의점에는 매대를 채우고 있는 식료품이나 생활용품 이상의 플라스틱 포장재가 있다. 제품 하나하나를 싸고 그 제품을 이중포장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마트에서 버섯류 하나를 구매하더라도 포장에 이용된 스티로폼이나 비닐류가 쓰레기로 남는다. 

실제로 그린피스는 2019년 ‘플라스틱 대한민국 일회용의 유혹’ 보고서에서 오늘날 플라스틱 소비량이 가장 많은 분야는 포장재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분야별 플라스틱 생산량 가운데 포장재 및 용기가 36%로 가장 많았다.

◇ 비건지향 할 때도 포장재 문제는 딜레마

기자가 비건지향을 실천하면서도 플라스틱 포장재는 피하기 어려울 때가 많았다. 지구를 위한 대체육 상품이나 유기농 제품들도 플라스틱 포장재에 담겨 판매되고 있어서다. 몇몇 의식있는 브랜드에서는 재생용지나 친환경 잉크 등을 사용한 포장재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는 손에 꼽히게 드물다.

플라스틱 포장재 때문에 자연친화적인 농법으로 길렀다는 농산물을 사기 꺼려진 적도 있다.  일반 작물은 무포장 상태로 골라서 담아갈 수 있고 유기농 상품은 비닐포장이 되어 있다면 무엇을 선택할지 생각하게 된다. 원재료만 생각하면 후자를 선택하겠지만 결국 환경에 미칠 영향까지 생각하면 전자가 더 환경적으로 느껴져서다. 

포장재에는 생각보다 더 많은 환경문제가 포진해 있다. 포장재를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발생하는 탄소배출과 환경오염, 버린 뒤 재활용되지 않고 소각되거나 매립 시 발생하는 독성물질과 환경문제, 재활용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독물질과 다운사이클로 한 번 정도 더 사용될 제품이 만들어지는 문제 등 다양하다. 

만약 제대로 버려지지 않고 길거리에 그냥 버려지거나 바다로 흘러갈 경우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미세플라스틱이 된다는 문제도 있다. 포장재는 ‘제품을 포장해 안전한 유통’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환경에는 전혀 안전하지 못한 형태로 잔존한다. 

◇ 유통사의 책임의식과 변화 중요

이런 고민은 어떤 유통채널을 이용하느냐에 따라서 줄어들 수도 있다. 예컨대 포장 없이 구매가 가능한 시장이나 제로웨이스트 샵을 이용하는 것이다. 

유통채널이 많은 대기업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의식하고 노력하면 소비자의 접근도 더 쉬워진다. 대표적으로 풀무원 계열사 올가홀푸드가 운영하는 환경부 지정 녹색특화매장이 있다. 

녹색특화매장은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한 제로웨이스트 콘셉트 매장이다. 올가홀푸드는 2020년 5월 환경부 시범사업으로 국내 최초 녹색특화매장인 올가 방이점 운영을 시작으로 지난해 5월 올가 반포점, 바이올가 아현뉴타운점, 제주영어마을점, 제주이도점 등 녹색특화매장 점포 수를 확장했다.

풀무원에 따르면 신규 녹색특화매장은 친환경 패키지 적용 품목을 더 늘렸다. 정육, 건어물 품목에만 적용했던 친환경 패키지를 채소, 과일에까지 적용했다. 포장재를 일반 합성수지 대비 탄소배출량을 70% 이상 감축한 바이오매스와 생분해성 소재로 변경하고, 묶음상품 포장을 해체해 비닐과 테이프 등 생활폐기물 발생을 줄였다. 

올가홀푸드 관계자는 당시 “제품을 사는 것만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친환경 활동에 동참하는 가치소비가 빠르게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면서 “환경부와 올가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취지로 운영하는 녹색특화매장에서 더 많은 소비자들이 일상 속 지속가능성 실천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한 바 있다.  

개별상점으로는 올해 1월 생긴 식재료 리필 상점 보틀앤스쿱이 있다. 이곳은 개인의 실천보다 유통사의 변화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생긴 곳이다. 

정지혜 보틀앤스쿱 대표는 “개인의 실천이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유통의 한계를 뛰어넘어 유통업자로서 기존 유통업자에게 새로운 시도와 도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며 인프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과 편의성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보다 대중적인 플라스틱 포장재를 사용하는 것이지만, 새로운 시도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다만 아직 국내에 이러한 식료품 제로웨이스트 상점이 대중적으로 분포되지 않아 선택폭이 좁다는 단점이 생긴다. 

아무리 소비자가 장바구니와 개인용기를 가지고 다니더라도 유통사에서 제품을 플라스틱으로 포장해서 판매하면 소비자 입장에서 줄일 수 있는 쓰레기는 장을 본 제품을 담아올 비닐봉투 한 장 정도이다.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물론, 기존 제로웨이스트 상점이나 시장, 협동조합 등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유통업계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포장재 없는 장보기는 탄소중립 사회를 위해서 유통업계에서 해결해야 과제 중 하나이다. 무포장 환경생활은 유통 시스템이 달라져야지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식탁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결정하고 암시하는 공간입니다. 무엇인가를 먹는 행위는 아주 개인적인 일 같지만 많은 사람을 거치고 다양한 산업이 얽혀 있는 일입니다. 나와 타자에게 끼치는 영향부터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파급력 또한 큽니다. 좁게 보면 개인의 건강과, 넓게 보면 동물권과 환경문제로까지 연결됩니다. 

그러니까 식탁은 한 사람의 가치관과 지향점을 나타내는 최적의 공간이 될 수 있는 셈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새로운 길을 내기에 역시 식탁만한 장소가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속가능한 식탁>은 비건, 푸드마일리지와 관련한 기자의 도전기이자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를 공유하는 지면이 될 예정입니다. 열 번째 시간은 ‘포장재 없는 장보기’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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