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상업적 어업으로 파괴되는 해양 생태계
해산물 수요를 맞추기 위해 파괴되는 맹그로브 숲

많은 책과 다큐멘터리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듯 우리가 먹고 즐기는 어패류는 환경적으로, 윤리적으로, 건강학적으로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 먼저 환경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부터 살펴보자.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많은 책과 다큐멘터리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듯 우리가 먹고 즐기는 어패류는 환경적으로, 윤리적으로, 건강학적으로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 먼저 환경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부터 살펴보자.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대규모 상업적 어업이 해양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바다에 함부로 버려지는 어업도구나 늘어나는 해산물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이뤄지는 이른바 '싹쓸이' 어업 등이 해양 환경 관련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채식주의 가운데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은 생선을 포함한 해산물은 먹는 채식주의다. 정확히는 소, 돼지, 닭과 같은 고기류는 먹지 않고 생선과 유제품, 달걀은 섭취하는 채식이다. 기자 역시 어패류는 먹는 비건지향을 하고 있다. 

고기는 먹지 않지만 어패류는 먹는 채식을 하는 이유는 어업이 축산업과 비교했을 때 더 친환경적이거나 덜 비윤리적이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비건을 다루는 대부분의 책과 다큐멘터리에서는 ‘해산물을 먹는 행위에 얼마나 심각한 문제가 있는지 알고 있느냐’고 질문하며 ‘대규모 상업적 어업’이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점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해산물은 아시아 푸드에서 특히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식재료 중 하나이다. 멸치와 새우는 육수에 즐겨 사용되고 젓갈류는 다양한 형태로 김치에 사용된다. 물론, 의식하면 채소로 충분히 대체할 수도 있겠지만 하루 아침에 모든 동물성 식품을 끊어내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각자의 필요와 상황에 따라서 육식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채식주의를 선택하는 것은 채식을 보다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왜 생선을 먹는 일이 환경적으로나 윤리적으로 환영받지 못하는 일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 알고 의식하다 보면 대체식품에 대한 정보를 더 적극적으로 찾을 수 있다. 그러면 식단을 보다 빠르게 친환경적으로 바꿔나갈 가능성도 높아진다.

◇ 대규모 상업적 어업으로 파괴되는 해양 생태계

수많은 책과 다큐멘터리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듯 우리가 먹고 즐기는 어패류는 환경적으로, 윤리적으로, 건강학적으로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 먼저 환경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부터 살펴보자. 

흔히 바다와 환경문제를 연결시키면 반사적으로 바다거북의 코에 꽂힌 빨대부터 연상하는 경우가 많다. 빨대나 비닐봉지 등 일회용 플라스틱이 생물다양성에 해를 끼치며 해양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씨스파라시>에서는 해양 오염의 주범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빨대가 아닌 어업 활동 후 남는 어망을 지목한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가운데 빨대는 0.03%에 불과하고 46%가 어업에 사용되는 어망과 낚싯줄, 로프 등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해양 파괴가 일어나는 주된 원인으로 육지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버리는 빨대와 비닐봉지가 조명되곤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만 살펴보면 대규모 상업적 어업활동으로 발생하는 어업도구들이 해양생명의 목숨을 위협하고 앗아가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국내만 하더라도 지난해 6월과 12월 각각 완도 해상과 강원도 양양 앞바다에서 그물에 걸려 죽은 밍크고래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이런 식으로 죽은 밍크고래는 지난 2011년부터 9년 사이 연 평균 70마리가 넘는다. 

어망과 같은 어업도구들은 해양생물을 포획하고 죽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런 도구가 그냥 버려지면 해양생물들에게는 당연히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씨스파라시>에서는 연간 플라스틱 쓰레기로 죽는 바다거북을 1000마리로 추산하면서 미국에서만 어선으로 인한 포획으로 다치거나 죽는 바다거북 수가 약 25만 마리에 이른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니까 코에 빨대가 박혀서 죽어가는 거북은 눈에 보이는 극히 일부이고 대규모 어업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거북 수는 그보다 250배가 더 많다는 얘기다. 

<씨스파라시>는 대규모 상업적 어업이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또 다른 영향으로 대규모 포획과 부수어획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 문제를 지적하며 수산업의 현실을 폭로한다. 8마리의 참치를 잡는 과정에서 그물에 걸리는 45마리의 돌고래가 살해되고 샥스핀을 얻기 위해 시간당 3만 마리 이상의 상어들이 죽어나가고 있는 현실 말이다. 상어들은 지느러미만 잘린 채 바다에 다시 버려지는데 이렇게 버려진 상어들은 헤엄치는 능력을 잃고 바닥에 가라앉아 서서히 죽어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최상위 포식자인 큰 상어가 사라지면서 바닷속 생태계가 망가진다는 데에서도 발생한다. 

<씨스파라시>는 세계 각지를 탐사해 취재한 이와 같은 사실을 보여주며 “지속가능한 어업은 없으며 지금처럼 어업 활동을 이어갈 경우 2048년에는 바다가 텅 비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 해산물 수요를 맞추기 위해 파괴되는 맹그로브 숲

문제는 폭발적인 해산물 수요를 맞추기 위한 대규모 상업적 어업활동에서 발생하고 있다. ‘아무튼 비건’에서는 새우 수요를 위해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 생태계의 보고인 맹그로브 숲이 엄청난 속도로 파괴되고 그 자리에 새우 양식장이 들어서고 있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서도 혼획 문제가 제기되는데 “새우를 잡다가 덩달아 혼획 당해 죽는 생물들이 하도 많아서, 새우 한 마리를 먹으면 최소 세 배에서 많게는 열다섯 배 정도 되는 생물들을 함께 죽이는 결과를 낳는다”고 책은 전하고 있다. 

혼획을 비롯한 어업도구들로 인한 생태계 파괴가 갖는 근본적인 문제는 바다의 환경 정화 능력과 탄소저장 능력 상실과 곧바로 연결된다. 바다는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바다는 전세계 이산화탄소의 최대 93%를 저장하고 있으며 특히 해초와 다시마 숲 등 해양 식물은 열대우림보다 단위 면적당 20배나 많은 탄소를 빨아들일 수 있다고 알려진다.

이는 대규모 상업적 어업이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되는 이유 중 하나다. 생태계를 보호하고 바다 시스템을 지키기 위해서는 해양 생물을 먹지 않고 상업적 어업과 해양 생물 포획을 중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식탁에 다양한 방식으로 올리는 해양 생물에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문제가 심각하게 얽혀 있다. 다음 시간에는 바다 동물이 안고 있는 건강학적 오해와 윤리적인 문제를 짚어보겠다. 

식탁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결정하고 암시하는 공간입니다. 무엇인가를 먹는 행위는 아주 개인적인 일 같지만 많은 사람을 거치고 다양한 산업이 얽혀 있는 일입니다. 나와 타자에게 끼치는 영향부터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파급력 또한 큽니다. 좁게 보면 개인의 건강과, 넓게 보면 동물권과 환경문제로까지 연결됩니다. 

그러니까 식탁은 한 사람의 가치관과 지향점을 나타내는 최적의 공간이 될 수 있는 셈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새로운 길을 내기에 역시 식탁만한 장소가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속가능한 식탁>은 비건, 푸드마일리지와 관련한 기자의 도전기이자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를 공유하는 지면이 될 예정입니다. 일곱 번째 시간은 ‘대규모 어업의 불편한 진실’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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