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이 야생에서만 살 수 없는 시대”...인간의 역할은?
“야생동물이 야생에서만 살 수 없는 시대”...인간의 역할은?
  • 송철호 기자
  • 승인 2020.01.3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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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화 속 죽어가는 동물들...실효성 갖춘 관리지침 마련 시급
동물복지 개념 재정립 관건...“이제 동물 향한 시선 바꿀 때”
조류충돌 현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이는 공동주택 등 개발사업, 특히 고층건물 증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또한 조류충돌은 조류 생활사 특성, 즉 서식·번식·월동 등에 의해 영향을 받기 보다는 환경적 변화에 따라 발생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사진 환경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조류충돌 현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이는 공동주택 등 개발사업, 특히 고층건물 증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또한 조류충돌은 조류 생활사 특성, 즉 서식·번식·월동 등에 의해 영향을 받기 보다는 환경적 변화에 따라 발생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사진 환경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송철호 기자] 급격한 도시화로 인공구조물이 증가하는 속도 역시 상당히 빨라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자연 생태계를 훼손해 환경을 교란하기에 이르렀고 특히 이동성이 높은 조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선·건물과 충돌사고에서 구조되는 조류 수는 2009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4~2017년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11개소에서 전선·건물과 충돌사고로 구조된 야생조류는 8613마리(외래종 및 사육조류 제외)로 집계됐다.

이 집계는 구조한 조류에 국한된다는 자료 수집상 한계가 있지만,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이 2017년 12월~2018년 8월 전국 건물 유리창, 투명방음벽 등 총 56곳을 조사한 결과에서 도출된 추정치만 봐도 1년에 조류 800만마리가 벽에 부딪혀 폐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멧비둘기 등 소형 텃새가 폐사하는 일이 많았다. 멧비둘기가 85마리, 직박구리 43마리, 참새 40마리, 박새 19마리 순으로 총 378마리 조류가 인공구조물 충돌로 폐사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참매, 긴꼬리딱새도 1마리씩 발견됐다.

이후승 KEI 환경평가본부 부연구위원은 “서울 및 수도권, 충남, 부산 및 경남, 그리고 제주 일대에서 주로 증가했고 강원과 경북 지역은 충돌사고에서 구조되는 조류 수가 상대적으로 적었다”며 “충돌사고에서 구조된 조류 현황을 살펴보면 조류 생활사 특성에 따라 계절적으로 변화가 발생함을 알 수 있는데, 전체적으로 여름에는 텃새와 여름철새 충돌 비율이 높았고 겨울에는 겨울철새 충돌 비율이 높았다”고 밝혔다.

이 부연구위원은 이어 “나그네새의 경우 이동시기인 봄철과 가을철에 충돌 빈도가 높았으나 충돌횟수는 크지 않았다”며 “길 잃은 새는 특정한 계절적 패턴 없이 1년 내내 충돌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이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조류 서식지는 다양하지만 넓은 의미에서 산에 사는 종(산새류)과 물가에 사는 종(수조류)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산새류가 수조류에 비해 더 높은 빈도로 충돌 후 구조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로드킬 피해의 경우 ‘동물 찻길 사고조사 및 관리지침’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유리창과 투명방음벽 등 인공조형물에 의한 충돌 피해조사와 관련한 규정은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환경부의 유리창과 투명방음벽 등 조류충돌 피해방지대책 수립을 위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며 “더 나아가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 조류 보호를 위해 로드킬과 같은 관리지침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동물 번식장’ 내부모습. 대부분 번식장은 이처럼 비좁고 비위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동물 번식장’ 내부모습. 대부분 번식장은 이처럼 비좁고 비위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야생동물만 문제가 아니다

‘반려동물 천만시대’에 돌입하면서 야생동물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을 비롯해 유기동물, 실험동물에 대한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반려견과 반려묘는 물론 반려물고기, 반려파충류 등 한국에도 다양한 반려동물이 인간과 함께 생활하면서 최근에는 유기견 등 유기동물 문제까지 부각되고 있다.

게다가 학대받고 전시·실험되고 있는 동물들 역시 인간과 함께 살면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반려동물, 유기동물, 야생동물, 전시동물, 실험동물, 농장동물도 모두 같은 생명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망각한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예전에 비해 동물보호나 동물복지에 대한 공감대는 높아졌지만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동물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은 여전히 미흡한 게 사실이다.

1991년 제정된 동물보호법은 12개 조문이 있었다. 조문 중 제1조는 동물보호법 목적이 ‘동물 생명과 그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돼 있다. 반면 현재 동물보호법은 50여개 이상 조문을 갖고 있고 제1조는 ‘동물의 생명보호, 안전보장 및 복지증진을 꾀하고…사람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로 바뀌었다.

서울시복지재단 산하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는 “30여년 시간 동안 동물을 바라보는 법률의 시각이 변화했지만 현재까지 동물 권리를 인정하고 있는 법률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일반적으로 동물복지가 동물보호보다 동물을 더 독립적인 생명체로 대우하는 관점인 것은 사실이지만 동물복지가 동물보호보다 더 낫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는 또한 “법과 관련된 격언 중에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말이 있는데, 동물보호법은 국민의 대표가 모인 국회에서 다양한 도덕관념들 사이 ‘공통분모’를 찾아 만든 법률”이라며 “동물보호법은 도덕의 최소한이기 때문에 지킬 가치가 있고, 이를 지키기 위해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공원은 반달가슴곰 등에 다양한 풍부화를 진행한다. (사진 서울대공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대공원은 반달가슴곰 등에 다양한 풍부화를 진행한다. (사진 서울대공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멸종동물 등 야생동물 관리, 전환점 필요

최근 멸종동물을 비롯해 야생동물 관리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대공원의 경우 29일 서울동물원 동행라운지에서 말레이시아 오랑우탄 치료 연구 교육 기관 ‘부킷 미라 오랑우탄 파운데이션(Bukit Merah Orangutan Foundation)’ CEO 등을 초청해 국제협력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다.

송천헌 서울대공원 원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서울대공원은 대한민국 대표 가족공원으로서 역할을 해왔는데, 최근 AZA 인증(세계 최고수준 동물원 분야 인증제도) 과정 동안 말레이시아 오랑우탄 보호기관을 알게 됐고 부킷 미라 오랑우탄 파운데이션과 MOU를 체결했다”며 “서울대공원은 AZA 인증 이후 본격적인 국제적인 동물 보전 첫걸음을 떼게 됐고 말레이시아와 오랑우탄 공동연구 등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멸종동물 보전을 동물원이 주도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멸종동물이 야생에서 개체수를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인위적인 야생동물 보호에는 구체적인 기준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

현재 서울대공원은 263종, 2582마리 동물을 보유하고 있다. 연간 방문객은 200만명 정도가 될 정도로 큰 규모와 우수한 시설을 자랑한다. 관람을 위한 전시동물이라고는 하지만 서울대공원의 동물보호 의지는 이미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좋은 동물원이 되기 위해 동물복지가 중요”하다는 철학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서울대공원은 실제로 동물 행동풍부화 활동을 비롯해 다양한 국제 수준 동물보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공원의 최근 AZA 인증이 대표적인 성과다.

특히 동물복지와 충돌되는 측면이 있어 인기 속에서 공연을 하던 돌고래를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서울대공원은 현재까지 총 7마리 돌고래를 야생으로 돌려보냈고, 이제 서울대공원에서는 돌고래 공연과 전시가 없다.   

오히려 문제는 사설 야생동물 기관이나 업체들이다. 특히 라쿤과 왈라비, 북극여우 등 야생동물을 이용한 이색 카페들이 무분별하게 생겨남에 따라 동물복지 저해 및 유기, 공중위생 문제 등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환경부는 현재 야생동물을 이용한 이색 카페들이 늘어나고 이에 따른 여러 부작용이 발생함에 따라 동물원이 아닌 시설에서 야생동물을 전시하지 못하도록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등 관련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윤익준 부경대 교수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간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 국제교역에 관한 협약) 부속서 Ⅰ과 Ⅱ에 속하는 국제적 멸종위기 동물 18만4287마리가 국내에서 폐사했다”며 “야생동물 거래 규제 공백, CITES 위반 밀거래, CITES 부속서별 규제 한계 등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이어 “야생동물 전시·거래의 또 다른 문제점은 동물보호와 복지문제도 있지만 인수공통감염병 등 질병 전파에 대한 관리가 부재하다는 데 더 큰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며 “이런 것들로 인해 동물 유기 및 생태계교란 문제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야생동물 관리체계 구축 등 각계 행보는 방향성을 잡아가고 있다. 다만 현재 동물원·수족관을 운영하면서 야생생물, 해양생물, 담수생물 전시, 교육 등을 통해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기관운영에 차질이나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다각적인 의견 수렴과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song@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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