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발견 기능' 강화 등 시장 활성화 기대

온실가스 배출권을 주식처럼 증권사를 통해 사고팔 수 있게 된다. NH투자증권이 시범 참여자로서 가장 먼저 중개 서비스를 시작한다. 사진은 탄소배출권 위탁매매 서비스 ‘NHIS K-ETS HTS’ 화면 예시./NH투자증권
온실가스 배출권을 주식처럼 증권사를 통해 사고팔 수 있게 된다. NH투자증권이 시범 참여자로서 가장 먼저 중개 서비스를 시작한다. 사진은 탄소배출권 위탁매매 서비스 ‘NHIS K-ETS HTS’ 화면 예시./NH투자증권

오늘(24일)부터 온실가스 배출권을 주식처럼 증권사를 통해 사고팔 수 있게 된다. 유동성 부족 등이 문제로 지적돼 온 배출권거래제(ETS)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관측된다. 단독 시범 사업자인 NH투자증권이 가장 먼저 중개 서비스를 시작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와 한국거래소는 금융기관의 배출권시장 참여를 허용하기 위해 배출권시장 위탁매매를 24일 개시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거래소를 통한 직접 거래만 가능했으나, 이제 증권사 등 중개회사를 거쳐 거래할 수 있다.

ETS는 배출권 의무 할당 기업 중심으로 운영돼 참여 저변이 좁고 거래시간이 제한돼, 거래량이 적고 유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시장 구조가 단순해 ‘가격 발견 기능이 약하다’는 비판도 꾸준했다.

배출권 위탁거래는 지난해 1월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배출권거래법)’ 개정으로 ‘배출권거래중개업’을 신설해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이에 따라 시장 참여자는 기존 할당 대상 기업과 시장조성자에서 금융기관·연기금 등으로 확대됐고, 이들 기관은 증권사를 통해 위탁거래에 참여할 수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금융기관의 참여로 배출권시장의 시장 참여 저변이 확대되고 할당 대상 업체의 거래 편의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기후부는 위탁거래 시행을 위해 작년 3월 공모를 거쳐, NH투자증권을 배출권거래중개업 시범 참여자로 선정했다. 또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한국거래소와 위탁거래 시행을 위한 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배출권등록부를 관리하는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위탁거래 정보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시스템을 개발하고, 거래소·NH투자증권과 통신 체계 등을 구축했다. 배출권등록부는 배출권의 할당·거래 및 배출량 등을 등록·관리하는 전자 등록부다.

할당 업체가 위탁거래를 하려면 배출권등록부에서 거래 방식 변경(직접→위탁)을 신청한 뒤, 증권사 계좌를 개설한 후 거래에 참여할 수 있다.

기본 거래시간은 현행(오전 10~12시)과 같고, 배출권 경매(오후 1~2시→오후 2~3시)와 장외거래(오후 1~5시→오후 2~5시)는 각각 시작 시각이 변경됐다.

기후부는 배출권 위탁매매 시행으로 기업들의 거래 편의성이 높아지고, 금융기관의 참여로 거래량이 확대되는 등 ETS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배출권 선물이나 관련 금융상품이 출시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ETS가 한층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오일영 기후부 기후에너지정책관은 “배출권 위탁거래 시행으로 배출권거래 시장이 활성화하고,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이행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앞으로 거래 참여자 확대, 거래 상품 다양화 등 시장을 지속 발전시키고, 추후 시장 여건 등 타당성을 검토해 개인의 참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NH농협금융지주가 지난 4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개최한 ‘농협금융 생산적 금융 활성화 킥오프 회의’ 뒤 이찬우(앞줄 오른쪽 다섯 번째) 회장과 임직원들이 향후 5년간 ‘생산적·포용 금융’에 108조원 공급을 다짐하고 있다./NH농협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가 지난 4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개최한 ‘농협금융 생산적 금융 활성화 킥오프 회의’ 뒤 이찬우(앞줄 오른쪽 다섯 번째) 회장과 임직원들이 향후 5년간 ‘생산적·포용 금융’에 108조원 공급을 다짐하고 있다./NH농협금융지주

이날 NH투자증권은 탄소배출권 위탁매매 서비스 ‘NHIS K-ETS HTS’를 선뵀다. 동시접속자 100만명까지 가능한 HTS 인프라로 더욱 안정적·전문적인 거래 환경을 제공하고, 시장 선점 등을 통해 제도를 선도·선진화하겠다는 청사진이다.

박건후 NH투자증권 클라이언트솔루션본부장은 “탄소배출권 위탁매매 서비스 개시는 자본시장을 통한 탄소중립 실현과 산업계의 탄소 감축 활동을 지원하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며 “위탁주문 역량과 시장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금융 생태계 구축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2023년 탄소금융부를 신설하고, 배출권 시장조성자 역할을 수행하며 ‘K-ETS’ 시장 안정화에 이바지해왔다. 이번 위탁 서비스를 계기로 대고객 배출권 사업 영역을 본격 확대할 방침이다.

농협금융그룹 차원에서도 기후금융 협력 생태계를 구축할 ‘기후패키지 금융’을 내놓는다.

이는 농협금융이 향후 5년간 총 108조원 규모로 추진하는 ‘NH 상생성장 프로젝트’의 핵심 축으로, NH투자증권의 종합투자계좌(IMA) 인가 추진(제1호)에 이은 두 번째 전략사업이다.

이 사업은 NH투자증권과 배출권 위탁매매 계약을 체결한 기업이 농협은행에서 시설자금 대출(전환금융)을 받는 경우, 금리우대 등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후금융 모델이다.

강태영 농협은행장은 “전환금융과 금리우대 지원을 통해 기업이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비용 구조로 친환경 투자를 추진하도록 돕겠다”라며 “현장에서 즉시 체감할 수 있는 금융지원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생산적 금융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라고 말했다.

또한, NH투자증권은 기업이 보유한 탄소배출권을 양도 담보 운전자금으로 전환하는 신규 금융 구조를 구축하고, 필요시 ‘혁신금융서비스(금융 샌드박스)’ 지정을 추진해 제도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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