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탄소크레딧 거래소 엑스펜시브와 MOU 체결
기존 '배출권 거래 시장'에 더해 개설 추진

한국거래소(KRX)가 ‘탄소 크레딧(Carbon Credit) 시장’ 개설을 추진한다./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한국거래소(KRX)가 ‘탄소 크레딧(Carbon Credit) 시장’ 개설을 추진한다./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한국거래소(KRX)가 ‘탄소 크레딧(Carbon Credit) 시장’ 개설을 추진한다. 현재 운영 중인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시장에 더해, 탄소시장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탄소중립 가속화에 따른 자발적 탄소시장(Voluntary Carbon Market, VCM) 확산에 선제 대응하며 '아시아 탄소시장 허브' 구축에 본격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거래소는 전날(현지시간 16일 오전 10시) 미국 뉴욕에서 정은보 이사장이 세계 최대 규모의 탄소크레딧 거래소 ‘CBL’을 운영하는 엑스팬시브(Xpansiv)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탄소크레딧은 기업이나 개인이 자발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인 실적(Credit)을 말하며, 이를 제3자에게 인증받아 거래하는 시장을 자발적 탄소시장(VCM)이라고 부른다.

 파리협정·국제항공 탄소상쇄제도 등으로 수요 급증

최근 탄소크레딧은 파리협정, 탄소배출권거래제,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 등에 따라 사용이 확대되는 추세다. 실제로 CBL 거래 종목을 기초로 한 여러 종류의 탄소크레딧 선물 계약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상장돼 거래되고 있다.

거래소는 종합 탄소시장 구축 및 아시아 탄소시장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을 운영해왔다. 여기에 더해 ‘KRX 탄소크레딧 시장(가칭)’ 개설을 검토 중이다.

16일 오전 10시(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세계 최대 규모의 탄소크레딧 거래소를엑스팬시브(Xpansiv)의 존 멜비(John Melby) 최고경영자(CEO)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한국거래소
16일 오전 10시(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세계 최대 규모의 탄소크레딧 거래소를엑스팬시브(Xpansiv)의 존 멜비(John Melby) 최고경영자(CEO)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한국거래소

이번 엑스펜시브와 MOU를 통해 거래소는 KRX와 CBL 간 연계 거래 가능성을 검토하고, 해외 탄소크레딧 거래 인프라 및 시장정보를 국내 수요자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해외 기관의 유동성 유입을 통해 국내 탄소크레딧 시장을 활성화하고, 향후 선물 상장 및 지수 개발 등 추가 협력도 추진할 예정이다.

뉴욕 현지 MOU 체결식에서 정 이사장은 “한국거래소는 아시아 최고의 탄소시장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며 “이 과정에서 글로벌 탄소크레딧 시장을 운영하는 엑스펜시브와 다양한 측면에서 협업의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존 멜비(John Melby) 엑스펜시브 최고경영자(CEO)는 “통합된 글로벌 탄소시장을 만들기 위해 KRX와 협력하게 돼 기쁘다”며 “기업 등의 에너지 전환 목표를 지원할 KRX 탄소크레딧 시장 개설을 위해 KRX와 함께 일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탄소배출권과 차별화된 민간 주도 시장

탄소크레딧은 기존 온실가스 배출권과는 뚜렷한 차이점을 보인다. 배출권은 정부가 주도해 기업별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할당하고 규제시장에서 거래되는 의무적 성격이 강하다. 반면 탄소크레딧은 민간이 주도하는 자발적 감축 활동을 기반으로 하며, 법적 의무가 없는 기업이나 개인도 참여 가능하다. 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차원에서 활용되는 특징을 갖는다.

KRX의 이번 행보는 글로벌 탄소중립 가속화와 ESG 경영 확산으로 급성장하는 자발적 탄소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적 판단으로 분석된다. 특히 아시아 지역 탄소시장 허브로 도약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선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해외 시장에서 탄소크레딧을 직접 조달하거나, 민간 중개업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거래하고 있다.

비영리 환경단체 플랜1.5가 발간한 ‘국내 기업의 자발적 탄소시장 활용 사례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6월 기준 국내 기업들은 해외 VCM 베라(Verra)에서 71만2556톤(총 78건)의 탄소크레딧을 구매했다. 구매 기업은 삼성전자 영국법인, GS에너지 트레이딩 싱가포르 법인, 한화에너지 호주 법인, SK인천석유화학 등이다.

하지만, 국내 시장이 없어서 거래 절차가 복잡하고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거래소 주도로 국내 VCM이 생기면, 가격 형성의 신뢰성, 거래 안정성, 규제 대응 측면에서 큰 이점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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