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감축 목표 확정...새로운 기후 규범 시대 개막"
동유럽·제조업계 반발 속 정치적 결단

유럽연합(EU)이 204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90% 감축한다는 초강력 목표를 전격 확정했다.
유럽연합(EU)이 204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90% 감축한다는 초강력 목표를 전격 확정했다.

유럽연합(EU)이 204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90% 감축한다는 초강력 목표를 전격 확정하면서 한국 산업계가 긴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5일(현지시간) EU 27개 회원국 환경장관 이사회와 유럽의회는 최종 협상을 통해 이같은 내용의 2040년 감축 목표안을 의결했다.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중간 이정표'로 제시된 이번 결정은 기존 2030년 목표(55% 감축)보다 35%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EU 역내 기업은 물론, EU를 주요 수출시장으로 삼고 있는 한국 철강·화학·자동차 업계에 사실상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이와 함께 2035년 중간 목표로 66.25~72.5% 감축안도 함께 의결했다. 해당 목표치는 오는 10일 브라질에서 개막하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 공식 제출될 예정이다.

◇탄소배출권 상쇄 한도 5%로 확대..."'외주화' 논란에도 현실론 반영"

당초 EU 집행위원회가 제시한 원안은 회원국들이 제3국 환경 프로젝트 투자를 통해 확보한 탄소배출권으로 자국 감축 목표의 최대 3%까지 상쇄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최종 합의안에서는 이 한도가 5%로 상향 조정됐다.

탄소배출권은 개도국의 조림사업이나 재생에너지 설비 구축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만으로도 역내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다. 환경단체들은 실질적인 감축 없이 '탄소 감축을 외주화'하는 꼼수라며 강하게 반발해왔지만, 회원국들의 경제적 부담을 고려한 현실론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도로 운송과 산업용 난방 부문에 대한 탄소배출권거래제(ETS) 도입 시점도 당초 2027년에서 2028년으로 1년 유예됐다. 2040년 90% 감축 목표 역시 2년마다 이행 상황을 재평가하기로 했다. 원안 대비 완화된 이들 조항은 회원국 간 이견을 봉합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분석된다.

◇동유럽·제조업계 반발 속 정치적 결단..."기후 리더십이 경제논리 압도"

이번 합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동유럽 국가들과 막대한 설비 전환 비용에 직면한 철강·시멘트·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강력히 반발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탈리아·폴란드·체코 등은 미중 무역갈등으로 자국 제조업이 위축된 상황에서 90% 감축 목표는 과도하다며 수정을 요구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제조업 강국들도 글로벌 경쟁력 약화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결국 '글로벌 기후 선도국'으로서의 위상을 지키겠다는 정치적 의지가 경제적 논란을 제압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U는 이번 결정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에서 미국과 중국을 압도하는 규범 제시자로서의 입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韓 산업계 "CBAM 이어 2차 충격파"...대응 전략 수립 시급

한국 산업계는 이번 합의를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이은 '2차 규제 파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EU의 2040년 목표 달성을 위해선 역내 기업뿐 아니라 수출기업에 대한 탄소 규제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며 "CBAM 대응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추가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철강·화학·자동차 등 對EU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은 생산 공정 전반의 탈탄소화와 저탄소 인증 획득 등 전방위 대응 전략 마련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 차원의 지원책 마련도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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