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체코 수교 35주년 기념 대형 회고전··· 더현대서울 ALT.1서 개막
미공개 유화부터 체코 국보까지 143점 공개

아르누보의 황금기를 꽃피운 예술가 알폰스 무하(Alphonse Mucha)가 서울에 다시 숨을 불어넣는다. 지난 8일 여의도 더현대서울 ALT.1에서 막을 올린 대규모 특별전 ‘알폰스 무하: 빛과 꿈’은 한–체코 수교 35주년을 기념하며, 빛과 색채로 인간애를 노래한 한 거장의 세계를 오롯이 펼쳐 보인다.
이번 전시는 무하트러스트, 주한체코대사관, 주한체코문화원, 체코관광청이 함께 마련했다. 전시장에는 무하의 오리지널 작품 143점이 공개된다. 이 중 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작품만 70여 점에 달한다. 그중에는 미공개 유화와 드로잉, 체코 정부가 해외 반출을 특별 승인한 국가 문화재급 원작 11점도 포함돼 예술 애호가들의 시선을 끈다.
전시는 단순히 ‘아르누보의 아이콘’으로서의 무하를 조명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사회와 인류에 대한 사상가이자, 동시대의 이상을 시각언어로 승화한 철학자로서 무하를 다시 비춘다. 화려한 장식 패널과 포스터, 섬세한 드로잉, 그리고 대형 회화를 아우르며 예술, 철학, 신념이 한데 엮인 작가의 내면 세계를 체험하게 한다.
기획은 무하트러스트의 큐레이터 도모코 사토(Tomoko Sato)가 총괄해 학술적 완성도를 더했고, 무하의 손자 존 무하(John Mucha)가 직접 참여해 가문의 예술적 유산을 오늘의 시선으로 이어간다. 대표작 ‘슬라브 서사시’는 드로잉과 미디어 설치를 결합해, 무하가 평생 추구한 인류애와 평화의 메시지를 공간과 빛으로 재탄생시킨다.
이반 얀차렉 주한체코대사는 “수교 35주년을 맞아 체코 예술의 정수를 한국에 소개하게 되어 깊은 감회를 느낀다”며 “이번 전시는 무하의 위대한 세계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드문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KBC광주방송, 대원미디어, 액츠매니지먼트가 공동 주최하고, 지방자치티비와 KPI뉴스가 미디어 주관을 맡았다. ‘알폰스 무하: 빛과 꿈’은 2026년 3월 4일까지 계속된다. 무하의 예술이 남긴 빛의 언어가, 봄이 오기 전까지 서울을 은은히 감쌀 것이다.

한편 알폰스 무하(1860~1939)는 체코 남모라비아 이반치체 마을 출신으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대표적인 체코 예술가다. 그는 아르누보 운동을 주도하며 1890년대 파리에서 혁신적인 포스터와 일러스트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여성상을 중심으로 한 우아한 선, 화려한 색감, 치밀한 화면 구성은 ‘무하 스타일(le style Mucha)’로 불리며 아르누보의 상징이 됐다.
무하는 예술을 통해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대중과 소통하는 시각 언어를 완성했다. 당시 그의 작업은 현대 광고, 그래픽 디자인, 시각문화 전반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국제적 명성을 얻었지만, 그는 평생 체코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으며, 조국의 독립과 민족적 자긍심을 작품에 담았다.
귀국 후 대표적 대작인 <슬라브 서사시>(The Slav Epic, 1912~1926)를 완성한 그는, 예술을 통해 식민·전쟁으로 분열된 슬라브 민족의 통합과 평화를 바랐다. 그의 예술은 오늘날까지도 인간의 이상과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깊은 영감을 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