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화와 예술이 세계로 이어지다··· 9월 28일까지 열려
동강사진박물관 20주년과 맞물려, 영월군 전체가 "갤러리"

강원 영월군 곳곳이 갤러리로 변신했다. 지난달 11일 개막한 제23회 동강국제사진제 출품 작품들이 영월군 전역에서 전시되고 있어서다. 동강사진마을운영위원회와 영월문화관광재단이 주관하고 영월군이 후원하는 이 행사에는 총 15개국에서 온 400여 점의 작품이 오는 9월 28일까지 동강사진박물관과 영월문화예술회관 등 영월 일대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특히, 올해는 동강사진박물관 개관 20주년과 맞물려 의미가 크다. 2005년 문을 연 동강사진박물관은 대한민국 최초의 공립 사진 전문박물관이다. 이번 행사에선 지난 20년간 쌓은 아카이브에서 엄선한 작품들로 특별전 ‘뮤지엄 프로젝트'가 열린다.
올해 동강국제사진제에는 1957년 문을 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사진 전문 박물관 조지 이스트먼 뮤지엄, 1852년 설립된 이탈리아 스튜디오 알리나리(Alinari)의 소장품들이 초대됐다. 아울러 토마스 슈트루스, 엘리엇 어윗, 구본창, 육명심 등 국내외 거장의 작품들도 선보인다.
예술과 시대정신을 담은 전시
동강국제사진제의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인 ‘동강사진상 수상자전’도 눈길을 끈다. 이 전시는 동시대 한국 사진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채워졌다. 주인공은 올해 동강사진상 수상자인 원성원 작가다. 그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를 한데 모아 동시대 한국 사진의 흐름을 다시 짚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국제주제전은 세계 사진예술의 최전선을 소개하며 한국 사진의 지향점을 모색한다. 국제공모전은 ‘기민한 공상’을 주제로 77개국에서 5750점이 접수됐으며, 이 가운데 프랑스의 제레미 레누아르를 비롯해 최종 19명의 작품이 전시된다.
전시들은 단순한 미적 성취를 넘어 생태, 기후, 공동체 같은 시대적 주제를 담아내고 있다. 일부 작품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나아가 AI 기반 이미지까지 실험하며 사진 매체의 변화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역과 함께하는 축제
영월 군민이 직접 참여하는 ‘군민 사진전’은 지역 예술가와 주민의 일상을 담아냈다. ‘영월 스토리텔링 사진전’은 봉사와 자활(自活) 현장을 기록하며 공동체의 가치를 강조한다. 강원특별자치도 사진가전에서는 올해의 강원사진가로 선정된 김의숙 작가와 함께 김재경 작가가 참여했다. 영월 곳곳을 오픈 갤러리로 확장한 거리설치전도 관람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미래 세대를 위한 프로그램도 주목된다. 전국 대학 사진·영상학과 추천을 받아 신진 작가를 발굴하는 ‘업커밍 아티스트(Upcoming Artists)’, 전국 초등학생 대상 사진일기 공모전, 그리고 주민·관광객이 함께하는 ‘행복한 가족사진 촬영’ 등이 대표적이다.
영월의 사진제, 문화 브랜드이자 미래 전략
사진제는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이어져 관광 성수기와 맞물린다. 축제를 찾는 방문객은 지역 숙박·외식업 등 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영월군은 2022년 12월 제4차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된 뒤 사진제를 주요 문화 브랜드로 육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방소멸 위기 대응을 위한 문화 전략으로 기능하고 있다.
프랑스의 아를르 국제사진제, 일본 히가시카와 국제사진제처럼 지방 소도시에서 출발해 세계적 위상을 갖춘 사례가 이미 있다. 영월 사진제 역시 지속성·지역성·공공성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으며, 국제적 교류 확대와 매년 축적되는 전시 기록과 작품에 대한 자료 관리 체계 구축 등을 통해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23회 동강국제사진제의 자세한 일정과 세부 프로그램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