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등 직접 수혜 전망
위성락 “필요 시 美 협력 검토··· 건조는 한국서”
전문가 “정치 이벤트 넘어 기술주권 확보가 관건”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13일(현지시간) 한국의 핵추진 공격잠수함(SSN) 건조를 공식 승인하면서 국내 방위산업과 조선업계가 크게 들썩이고 있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무기체계 협력을 넘어, 한미 간 첨단 원자력 추진기술과 함정 설계 역량이 본격적으로 교류되는 산업 협력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특히 탄탄한 기계·소재·원전 기술을 기반으로 한 한국 조선소들의 기술 자립과 고부가가치 함정 시장 진입이 가속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날 백악관과 한국 정부에 따르면 양국은 핵연료 조달, 추진체계 기술 협력, 운용 인력 훈련 등 실무 협의를 이미 개시했다. 이번 승인으로 한국은 오커스(AUKUS) 모델에 준한 ‘한미 병행형’ 잠수함 사업 주체로 떠올랐다.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수혜 1순위
업계에서는 한화오션을 가장 직접적인 수혜 기업으로 꼽는다.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현지에서 ‘선도함(Lead ship)’ 건조를 주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장보고-III급 잠수함을 비롯한 특수선 건조 경험에 한화그룹의 원자력·무인화·센서·무기통합 수직 계열화 역량이 더해지면서 준비된 사업 주체로 평가받는다.
HD현대중공업도 한국 해군의 잠수함과 이지스함 건조 경험을 바탕으로 핵잠 설계 및 대형 선체 제작 분야에서 협력 여지가 크다. 헌팅턴잉걸스 등 미국 방산조선소와 기술 교류 이력을 보유한 점도 강점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소형원자로·터빈·증기발생기 등 원자력 추진계 분야에서 국내 유일의 독자 기술력을 갖췄다.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등도 전투체계와 센서, 소나 분야에서 수혜가 예상된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핵잠 건조를 승인한 배경에는 미국 내 조선 역량 한계와 인도·태평양 전략 차원의 전력 분담 필요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한국은 5000t급 함정 제작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일부 설비 보완만으로도 핵잠 제작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기회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가 안보 산업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면서 “다만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려면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임을 인지하고 꾸준한 준비와 투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첨단기술 확보·글로벌 진입 기대감··· 난제도 산적
전문가들은 이번 사업이 기술적·산업적 파급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 고농축 우라늄 기반 원자로 설계와 복합소재 구조체 등 첨단 기술 확보를 통해 방위산업의 고도화가 기대된다. 또한 오커스식 공급망에 편입되면 글로벌 동맹국 잠수함 시장 진입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무탄소 동력인 원자력 추진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목표 달성과 기술주권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분석된다.
애초 필라델피아 조선소는 핵추진 잠수함 건조 경험이 거의 없어 1번함은 미국에서 건조하고 이후 함정은 한국에서 제작하는 ‘병행 모델’이 현실적인 절충안으로 거론돼 왔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한미 간 관세·안보 협상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에서 명시된 한국의 핵잠수함 사업과 관련해 “한국에서 건조하는 것을 전제로 논의가 진행됐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실상 한국에서의 건조 계획을 공식화했다.
다만 제도적으로도 과제가 많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불가피하고, 우라늄 농축·핵연료 공급,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 등 국제규제 체계 조정이 필요하다. 미국이 고농축 우라늄(HEU)을 제공할 경우 한국형 원자로 재설계로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수조 원대 예산이 투입되는 초대형 사업인 만큼 단기 주가 급등과 달리 실제 수익 창출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추진체계, 냉각장비, 방사능 차폐소재 등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이 낮으면 공급망 리스크도 남는다.
“외교 성과 아닌 기술 축적 우선”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의 성패가 정치·외교적 조율, 기술 심사, 제도 정비 속도에 달려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국내 기술력의 신속한 국산화와 미국 측과의 협력 범위 명확화가 핵심 전략으로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가장 큰 위험으로 ‘정치적 이벤트화’를 꼽는다. 미국 승인이라는 외교적 성과에 묻혀 사업의 구조적 기반과 기술축적 전략이 뒤로 밀릴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방산 한 전문가는 “핵잠은 스펙 경쟁이 아니라 기술 준비·인력 양성·예산 구조라는 3박자가 완성돼야 가능한 프로젝트”라며 “사업 착수 초기에는 외교적 성과보다 디자인 권한, 핵연료 협정, 엔지니어 육성 시나리오에 초점을 맞춘 현실적 로드맵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한국의 조선·원자력 기술력이 미국의 기술통제 하에서도 얼마나 독자적 구조를 확보하느냐가 초기 성공의 열쇠”라면서 “이 과정을 제대로 밟는다면 한국형 핵잠은 방위·조선·원전·소재를 아우르는 종합 산업혁신의 모범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한미 공동 팩트시트 발표 원문…핵잠수함 건조 승인
- ‘기술 자립 외친 韓, 제동 거는 美’··· 핵잠 놓고 한미 신경전
- 韓, 핵추진 잠수함 보유국 진입··· 군사전략 전환 분수령
- 대한민국 핵안보 지형도 바꿀 대작 ‘한국의 핵안보 프로젝트 1’ 출간
- bhc, 뉴저지·조지아 주 가맹계약 체결…미국 시장 확대 가속
- 매일유업, 상하농원서 3년 연구로 완성한 '진(眞)유정란' 출시
- 美 해군총장, K조선소 방문··· 마스가 프로젝트 본격화 신호탄
- 재계 수백조 투자 폭발··· 한화 11조, 왜 이렇게 적을까
- 한화오션, 겹악재 딛고 ‘트리플 프로젝트’ 결실 초읽기
- HD현대, 조선·해양 ‘AI 기술 동맹’··· 글로벌 초격차 굳힌다
- 두산에너빌리티, AI 시대 ‘친환경·원자력’ 투트랙 강화
- 캐나다 산업부 장관 방문··· 한화오션, 60조 ‘잠수함 수주’ 눈앞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