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주택시장 속 '데이터센터 전쟁'…시공부터 기획 설계까지 다양화
건설업 미래 먹거리로 AI 인프라 선점…재생에너지 산업과 연계 가능해

주택시장 불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인공지능(AI)·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인프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국내 건설사들이 잇따라 데이터센터 건설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단순한 시공을 넘어 투자·운영까지 직접 참여하며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나선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건설 시장은 2025년 6조4000억 원에서 2033년 14조 원 규모로 두 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생성형 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확산으로 대규모 데이터 저장·처리 수요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2025년부터 정부가 ‘AI 반도체·클라우드 중심 디지털 국가 전략’을 본격 구현하면서, 국내외 데이터센터 설립 인허가 및 세제 혜택이 확대되고 있다.
건설사들은 단순 시공에서 탈피해 데이터센터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직접 개발에 나서는 등 새 먹거리 선점에 나서고 있다. 일반 건축보다 보안·전력·냉각·이중화 기술 등 고난도 기술력을 요구하지만 데이터센터는 고정 임대수익과 안정적 운영 수익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신재생에너지산업과 연계하면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일석이조 효과도 누릴 수 있다.
◇ "데이터센터가 미래 먹거리" 시공 넘어 투자·운영까지
현대건설은 데이터센터 기획·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프리컨스트럭션 서비스(PCS)’를 제공하고 있다. 설계와 MEP(기계·전력·배전) 시스템까지 통합 관리해 공사기간을 단축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현대건설은 금융결제원 분당센터, KT 목동 IDC, 네이버 세종 데이터센터 등 다수의 프로젝트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하남 이지스자산운용 데이터센터, 화성 HPC 센터 등 10여 개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사우디 타다울타워 데이터센터를 통해 해외에서도 시공력을 입증했다. 또 냉각 전문기업 ‘데이터빈’과 협업해 자체 액침냉각 시스템을 개발, 특허를 확보하며 기술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GS건설은 네이버 춘천 데이터센터, 하나금융 IDC 등 주요 프로젝트를 완수했고, 최근 완공한 ‘에포크 안양 센터’를 통해 개발·운영 단계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자회사 ‘디씨브릿지(DCBridge)’가 직접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DL이앤씨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운영사와 협력해 'ICN11 김포 데이터센터' 건설을 수주했으며, 한화 건설부문은 안산 카카오 데이터센터 준공하며 직류 기반 친환경 데이터센터를 건설했다. 대우건설도 2023년 강남 데이터센터(GDC) 기공 후 지난 6월 준공 허가를 받았다.
AI 시대 '전력 먹는 하마' …재생에너지 시너지 기대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는 2021년 7.9TWh(테라와트시)에서 2030년 19.4TWh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전력 다소비 산업으로 부상한 데이터센터는 온실가스 배출 부담이 큰 만큼 효율과 친환경 전력 확보가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RE100 산업단지를 국가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으며, 데이터센터·AI기업·반도체 기업을 재생에너지 공급지 인근으로 유치하고 있다. 전남 서남권이나 울산처럼 풍력·태양광 발전 잠재력이 높은 지역은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조성해 지역 생산·소비(지산지소) 형태로 에너지 자립형 클러스터를 만드는 정책이 진행 중이다.
건설업계는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RE100 인증형 인프라, HVDC(고압직류송전) 전력망, 에너지 절감형 냉각시설 등 친환경 설계 역량을 강화하며 디지털-에너지 융합 시장의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BS한양 같은 경우 전남 해남·영암 ‘솔라시도 RE100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3GW 규모 태양광 발전 단지와 200MW급 AI 데이터센터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친환경 주거단지를 결합한 차세대 RE100 복합 도시 조성을 준비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택경기 침체로 안정적 수익 기반이 흔들리면서 데이터센터가 새로운 먹거리로 떠올랐다"며 "EPC(설계·조달·시공)뿐 아니라 개발·운영까지 통합형 사업 모델을 확대하며 사업 다각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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