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의 50%를 소방관 처우 개선에 사용하는 119레오
폐방화복 업사이클링부터 아라미드 재생산까지, 친환경기업 역할 톡톡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는 수많은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여러 요인이 얽혀서 발생하는 사회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이 어렵다. 과거엔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주체는 정부, 지자체, 시민단체 등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기업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이들은 사회문제 해결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야, 기업이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이번 시리즈에는 사회적 가치가 곧 기업의 이익과 이어진다는 사명감으로 사회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기업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위험한 현장에서 소방관들을 지켜주는 방화복을 재활용해 다시 소방관들을 지원하는 기업이 있다. 내구연한이 다해 버려지는 방화복을 업사이클링해 다양한 제품을 만들 뿐만 아니라 폐방화복에서 첨단소재인 ‘아라미드’(Aramid)를 다시 추출해 재사용하는 순환경제를 만들어가고 있는 119레오(119REO)가 그 주인공이다.
소방관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한 대학생의 선한 마음에서 출발한 119레오는 영업이익의 50%를 소방관들의 처우 개선 등에 사용하고 있다.
◇“우리의 일상을 지켜주시는 소방관들을 지켜주고 싶었습니다”

방화복을 재활용하는 이색적인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이승우 119레오 대표이사. 그의 창업한 계기는 대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소 사회문제 해결에 관심이 많았던 이 대표는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대학생 동아리 ‘인액터스’(ENACTUS)에 가입했다. 2016년 인액터스 활동을 하던 중 故김범석 소방관의 아버지를 만닜다. 그것이 이 대표 인생의 항로를 결정하게 된 '사건'이었다.
8년간 소방관으로 활동하며 1000번이 넘는 화재와 재난현장에 투입된 김범석 소방관은 희귀암인 혈관육종암을 투병하다 사망했다. 공무원연금공단은 김범석 소방관의 암 발병 원인이 소방관 업무로 인한 질병으로 볼 수 없다며 유족 보상금 부지급 처분을 내렸다.
이를 알게된 이 대표는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자, 의미있는 걸 찾기 시작했다. 그의 눈에 띈 것이 방화복이었다. 이 대표는 “우리의 일상을 지켜주는 소방관들을 우리가 지켜주고 싶었다”며 “소방관들을 지켜주는 방화복을 다시 활용한다면 더욱 의미있을 것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소방관들이 화재현장에서 착용하는 방화복은 3년이 지나면 법적으로 폐기해야 한다. 이 대표는 동아리 회원들과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폐방화복을 세척하고 업사이클링해 가방, 파우치, 지갑 등 소품을 제작 판매했다. 판매 수익금을 전액 암 투병 혹은 희소 질환을 겪고 있는 소방관을 위해 기부했다.
이 대표는 “故 김범석 소방관의 아버님께 수익금을 기부하려 했으나, 아버님 더 필요한 소방관들에게 쓰라고 했다”며 “수익금 전액을 암 투병 혹은 희소 질환을 겪고 있는 소방관들을 위해 사용했고, 이러한 지원을 이어가야겠다는 생각에서 2018년 본격 창업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출발한 119레오는 ‘서로가 서로를 구한다’(Rescue Each Other)는 뜻을 담고 있다. 동아리에서 기업으로 출범한 119레오는 영업이익 50%를 소방관들을 지원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지난 2023년부터 소방관 공상추정법이 통과하면서 희귀암 투병 지원 대신 공상 장애 소방관들의 주거 환경 개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극복 지원 등으로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 서로가 서로를 구하는 119레오, 업사이클링으로 지구도 구하고자 한다

또한 119레오는 새로운 도전도 준비하고 있다. 방화복의 핵심은 방화복에 적용된 첨단 섬유 ‘아라미드’다. 아라미드는 500°C의 불 속에서도 타거나 녹지 않는 내열성을 갖춘 폴리아마이드 섬유다.
업사이클링 기업으로 출발한 119레오는 폐기물을 잘게 분쇄해 기존의 물성과 같은 소재를 재생산하는 물리적 재활용을 통해 폐방화복에서 아라미드를 재생산하고 있다. 새롭게 아라미드를 생산하는 것에 비해 훨씬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아라미드를 추출하고 있다.
다만 기존의 아라미드 보다 물성이 약 5% 정도 떨어지기 때문에 방화복으로 활용할 수 없지만, 용접 작업자용 작업복, 용광로 작업자용 작업복 등 산업용품에는 충분히 사용 가능하다. 오히려 기존 산업용 작업복에 비해 훨씬 높은 방화능력을 갖춘 작업복으로 만들 수 있다.
이 대표는 “서로가 서로를 구한다는 119레오의 슬로건에 업사이클링은 꼭 맞는 활동이고 업사이클링에 관심을 갖다 보니 환경문제에도 관심을 두게 됐다“며 ”우리 사회는 폐플라스틱 재활용에는 관심이 많지만 첨단 소재에 대한 재활용에는 관심이 떨어진다"며 "아라미드를 중심으로 첨단 소재를 재활용하는 부문으로 사업을 넓혀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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