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억원 투입에도 좌초 위기··· 실효성·안전성 시험대
수상 대중교통 새 길 열어··· ‘그린워싱’ 논란도
탄소 절감효과 제한적, 생태계 훼손 우려 커져

한강버스./사진=서울시

서울시가 ‘친환경 수상 교통의 미래’로 내세운 한강버스가 출범 1년도 채 되지 않아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 175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으나, 최근 상류 구간에서만 15건이 넘는 운항 중단 사태가 발생하며 안전성과 실효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1일 시에 따르면 한강버스는 총 12척으로 하이브리드 추진 시스템을 갖춘 8척과 전기 추진으로 움직이는 4척으로 구성돼 있다. 모든 선박은 쌍동선(카타마란) 형태로 설계돼 있다. 두 개의 선체가 나란히 결합된 구조 덕분에 항주파(배가 달릴 때 생기는 물결 파동)를 최소화하고, 흔들림이 적어 안정적인 운항이 가능하다. 한강버스는 하이브리드 및 전기 추진 시스템을 도입해 운항 중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였다.

시가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하면서, 기존 디젤기관 선박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약 5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대기오염과 온실가스 감축에 상당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시는 주요 배터리 장비와 전력변환장치 모두 국내 인증을 획득해 선박의 안전성과 안정성을 한층 높였다고 밝혔다. 더불어 화재 예방 및 감시 센서, 수몰 안전장치 등 다양한 안전 시스템을 도입해 시민들의 안전을 철저히 보장했다고 전했다.

또한 친환경 추진체의 국산화율이 95%에 달해 부품 수급과 유지보수 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시 관계자는 이러한 점이 친환경 교통 정책에도 잘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반쪽짜리 친환경’이라고 지적한다. 배터리 생산 및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과 탄소 배출을 고려하면 내연기관 대비 친환경 효과가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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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오염부터 생태 파괴까지··· ‘그린워싱’ 논란

실제 환경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 과정을 고려할 때 전기 동력이 디젤보다 탄소 배출량이 많을 수 있다는 지표도 존재한다. 여기에 잦은 운항 사고로 인한 강바닥 퇴적물 훼손이 수달, 삵 등 한강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 환경주의)’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강버스에 탑재된 리튬이온 배터리는 리튬, 코발트, 니켈, 망간 등 희귀 광물로 만들어진다. 문제는 이 광물들의 채굴·제련 과정인데 코발트는 채굴 시 환경오염과 아동 노동 문제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측면에서 ‘분쟁 광물’로 분류된다. 전기 동력 수단은 운행 중에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지만, 제조 단계에서는 내연기관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배터리 전문가는 “전기 추진 시스템이 운항 중 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배터리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비용과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겨울철 배터리 성능 저하와 운항 안전 문제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서울환경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들은 선착장 설치로 강변 훼손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또한 얕은 수심을 유지하기 위해 반복적 준설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생태계를 흔드는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강에는 멸종위기종인 저어새, 수달, 삵을 비롯해 60여 종의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저어새는 전 세계 개체의 80% 이상이 한강 일대에서 번식하는 희귀 조류다. 그러나 잦은 좌초 사고로 강바닥 퇴적물과 수중 식생이 훼손될 경우, 회복 중인 한강 생태계가 다시 위협받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는 “시가 앞으로도 자연과 생명을 도외시하는 방향으로 개발할 것인지, 자연과 생명을 지키고 보호하는 방식으로 가꿔 갈 것인지 전반적인 재검토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 실효성 논란··· 안전 등 총체적 문제 

한강버스 사업은 계속해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잇따른 좌초·고장 사고에 더해 대중교통으로서의 기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거세지면서다. 

한강버스는 마곡–여의도–잠실을 잇는 수상 교통망을 표방했지만, 출퇴근 수요는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일상 이동 목적 이용률은 0.001%에 그친다. 전 구간 이용 시 2시간 넘게 소요돼 지하철·버스 대비 경쟁력도 떨어진다. 

이탈리아의 수상버스와 서울 한강버스를 경험한 바 있다는 A씨(서울, 36세, 여)는 “유럽의 경우 강과 도심이 인접해 있어 탑승과 하차가 자유롭지만 서울한강버스의 경우 선착장과 도심이 멀어 탑승과 하차가 불편하다”며 “출퇴근 시간에 서울한강버스를 탑승하겠다는 선택은 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시 말해 대중교통에 필수적인 정시성 확보가 어렵고 환승 편의성도 낮다는 것이다. 이에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는 “한강버스가 대중교통수단이 아닌 관광상품”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16일 잠실 선착장 인근에서 발생한 좌초 사고로 승객 82명이 1시간 가까이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17일 오전 마곡선착장에서 출발할 예정이던 한강버스 101호 선박이 고장으로 출발하지 못하는 사태 연이어 발생하는 등 잦은 고장과 사고로 안전성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이에 서울지역의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17일 사고 이전에 무려 15회에 걸쳐 '저수심 또는 이물질이 선체에 닿았다는 것은 사업이 근본적 안전·환경 검증 없이 강행된 사업임을 인정한 것”이라며 “한강과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한강버스 사업을 중단하고 전면 재검토 할 것”을 촉구했다. 

시는 안전성 강화와 항로 준수 등을 통해 문제를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20일 열린 제333회 서울시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모든 계절을 운항하면서 축적되는 데이터를 토대로 운항 횟수를 조절하겠다”며 전면 중단 요구에 선을 그었다.

잦은 사고와 비상대응절차서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중으로,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완하겠다”면서도 “정치 공세로 과장된 불안을 조성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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