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대중교통·녹색제품 구매에 포인트·할인…카드사 혜택 경쟁
환경 개선 효과 검증 부족…“단 1%라도 근거 있어야 진정한 친환경”

일상 속 소비에 친환경을 연결하려는 금융권의 시도가 빨라지고 있다. 전기차 충전이나 대중교통 이용, 친환경 제품 구매에 포인트나 할인을 혜택을 붙여 소비 습관 자체를 바꿔보려는 방식이다. 금융권은 ‘친환경 금융’을 앞세우고 있지만, 정작 환경 개선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검증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내에서 친환경 소비에 대한 혜택을 가장 먼저 제공하기 시작한 것은 카드업계다. 대표적인 사례가 BC카드와 환경부가 함께 운영하는 ‘그린카드’다. 그린카드를 이용하면 친환경 인증 제품 구매 시 포인트가 적립되고, 대중교통과 공공기관 이용 시에도 혜택이 붙는다. 전기·수소차 충전, 에너지 절약 활동까지 범위를 넓히며 ‘소비-환경 실천-리워드’ 구조를 정착시켰다. 그린카드는 BC카드를 비롯해 NH농협, iM뱅크, BNK경남, 롯데카드 등 여러 금융사가 참여해 발급하고 있다.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혜택을 챙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친환경 소비를 하게 된다”는 반응도 나온다.
ESG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운 카드들도 잇따라 등장했다. NH농협카드의 ‘어디로든 그린카드’는 전기·수소차 충전과 대중교통 이용 실적에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충전 요금 결제 시 일정 비율을 포인트로 적립해주고, 버스·지하철·고속버스·공유모빌리티 이용에도 혜택을 붙였다. 소비자가 일상적인 이동 과정에서 친환경 소비를 경험하도록 설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한카드의 ‘Deep ECO’는 생활 속 소비 전반에 친환경 요소를 자연스럽게 접목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전기차 충전과 대중교통 이용은 물론, 사회적 가치 소비 영역까지 혜택 범위를 넓혔다. 종이 명세서 대신 모바일 명세서를 이용할 경우 추가 적립을 제공하는 등 사용 방식 자체를 친환경적으로 유도하는 세부 요소도 담았다.
삼성카드 ‘iD ENERGY’는 모빌리티 중심 구성을 강화했다. 전기차 충전, 대중교통, 고속도로 통행료, 주차 등 이동 과정 전반에서 혜택을 제공한다. 단순 할인에서 나아가 이용 패턴을 분석해 혜택을 설계한 점이 눈에 띈다.
현대카드는 전기차 이용 확대 흐름에 맞춰 ‘EV 전용 카드’ 라인업을 운영하고 있다. 충전 요금 할인 폭을 실적 구간별로 차등 적용해 실제 이용자 혜택을 강화했다. 기존 적립 방식에서 실질 할인 방식으로 구조를 변경한 것도 소비자들이 곧바로 체감할 수 있도록 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우리카드도 전기차 충전 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용자가 여러 충전사업소를 옮겨 다니더라도 혜택이 끊기지 않도록 제휴 확대와 시스템 개선을 추진 중이다. 충전 플랫폼 간 불편함을 줄여야 소비자듸 친환경 선택이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해서다.
은행권은 카드사와 방식이 다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친환경 요소를 소비 단계보다 대출과 금리 체계에 반영하고 있다. 친환경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에 금리 혜택을 제공하거나 심사 과정에서 우대하는 식이다. 카드사가 소비자 행동 변화를 유도한다면, 은행은 기업 금융에서 지속가능성을 제도화하는 구조다. 개인이 체감하는 친환경 금융의 무게중심이 카드로 쏠린 이유다.
해외에서는 소비자가 직접 체감하는 친환경 리워드 모델이 한발 앞서 논의됐다. 유럽 일부 은행과 핀테크는 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의 탄소 발자국을 추정하고, 감축 활동 시 리워드를 부여하는 방식을 시도했다. 다만 탄소 배출을 소비 단위로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고 국가별 제도 기준이 달라 실효성에 한계가 있었다. 한국 역시 혜택 구조를 넘은 감축 효과 측정 및 투명한 데이터 공개가 과제로 남아 있다.
국내 카드사들이 내세우는 친환경 혜택은 소비자가 일상 속에서 어렵지 않게 누릴 수 있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혜택 조건이 전월 실적이나 제휴처에 따라 달라지고, 기존 생활형 혜택에 ‘친환경’ 요소만 덧씌운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ESG 리워드가 일시적인 마케팅이 아니라 실질적인 환경 실천으로 연결되려면 얼마나 줄였는지를 보여주는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들은 할인과 적립 혜택도 중요하게 보지만 실제로 환경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녹색 금융과 같이 친환경을 표방하지만 구체적인 효과를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는 그린워싱의 일환이 아닐지 의문이 제기된다”며 “정말 단 1%라도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가 축적돼야 진정한 친환경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친환경 소비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혜택 설계는 계속 보완하고 있다”며 “고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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