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인당 에너지소비 4위·전력소비 3위
전기요금, OECD 38개 국가 중 37위로 가장 저렴
정부, 에너지 수요 10% 줄이는 캠페인 본격화
30대 에너지 다소비 기업 효율 저조…전기요금 인상 필요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8일 경제단체와 시민단체, 공공기관은 물론 국민과 일상을 함께하는 종교단체와 교육단체, 유통업계, 금융업계 등이 참여한 가운데 에너지 다이어트 10 캠페인에 참여하겠다는 서약식을 개최했다.(사진=산업부)/그린포스트코리아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8일 경제단체와 시민단체, 공공기관은 물론 국민과 일상을 함께하는 종교단체와 교육단체, 유통업계, 금융업계 등이 참여한 가운데 에너지 다이어트 10 캠페인에 참여하겠다는 서약식을 개최했다.(사진=산업부)/그린포스트코리아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가중되면서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에너지 절약과 효율 관리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3%에 달하면서도 전기요금 등 에너지 가격이 낮아 에너지소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정부도 최근 에너지 수요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캠페인성 대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해 기업이 에너지효율을 개선할 수 있는 신호를 제공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 한국, 1인당 에너지소비 4위·전력소비 3위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3%지만 세계에서 10번째로 에너지를 많이 쓰는 국가다. 전기 소비는 7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에너지소비 상위 10개국의 1인당 소비량을 비교하면, 한국은 1인당 최종에너지 소비 부문에서는 4위, 1인당 전력 소비에서는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에너지효율은 독일과 일본, 영국 등 주요 선진국보다 낮다. 경제 전반의 에너지효율 수준을 의미하는 ‘에너지원단위(TOE/GDP)’를 보면, 2019년 기준 한국은 0.17로, 미국(0.11)과 일본(0.09), 프랑스(0.09), 독일(0.08), 영국(0.05)보다 높다. 한국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GDP 한 단위를 생산할 때 더 많은 에너지를 비효율적으로 소비하고 있다는 의미다.

에너지 빈국임에도 다른 국가에 비해 값싼 에너지 요금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낮은 전기요금으로 인해 전력 소비는 세계 최상위 수준이다. 한국전력통계를 보면, 2019년 기준 인구 1인당 전기소비량은 1만490킬로와트시(kWh)에 달했다. 같은 기간 일본(7545kWh), 프랑스(6739kWh), 독일(6107kWh), 영국(4431kWh)보다도 소비량이 많다.

주요 국가별 1인당 전력소비량 비교(자료=한국전력/그래픽=권승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주요 국가별 1인당 전력소비량 비교(자료=한국전력/그래픽=권승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 전기요금, OECD 38개 국가 중 37위로 가장 저렴

글로벌 에너지 가격의 급격한 상승에 따라 주요 국가들은 전기요금을 지속 인상했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일본(32.3%), 영국(9.2%~54%), 이탈리아(29.8%~55%), 스페인(45.5%) 등이 전기요금을 크게 올렸다. 한국도 전기요금을 일부 인상했지만, 인상률은 17.9%에 그쳤다.

국제 에너지 가격 사이트인 글로벌페트롤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한국의 전기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37위로 가장 저렴했다. 가정용 전기요금의 경우 한국은 kWh당 126.4원 수준으로 1위와 2위인 덴마크(686.7원), 독일(652.2원)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고, 일본(330.8원)과 비교해도 40%에 그쳤다. 한국보다 가정용 전기요금이 싼 국가는 튀르키예(98.6원) 한 곳이었다.

산업용 전기요금도 한국은 119.8원 수준으로 집계 가능한 35개 국가 가운데 34위를 기록했다. 한국보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싼 국가는 아이슬란드(93.8원)뿐이었다. 이탈리아의 산업용 전기요금이 516.4원으로 가장 비쌌고 독일(470.7원)이 뒤를 이었다.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일본(247.9원)의 절반 수준에 못 미쳤고, 튀르키예(164.8원)보다도 낮았다.

주요 국가별 전기요금 비교(자료=글로벌페트롤프라이스닷컴/그래픽=권승문 기자)
주요 국가별 전기요금 비교(자료=글로벌페트롤프라이스닷컴/그래픽=권승문 기자)

◇ 정부, 에너지 수요 10% 줄이는 캠페인 본격화

정부도 글로벌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에너지 수요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8일 경제단체와 시민단체, 공공기관은 물론 국민과 일상을 함께하는 종교단체와 교육단체, 유통업계, 금융업계 등이 참여한 가운데 ‘에너지 다이어트 10 캠페인’에 참여하겠다고 서약했다. 에너지 수요를 10% 줄이는 캠페인을 본격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날 경제단체는 기업의 에너지소비 10% 절감을 위한 자발적 목표설정을 독려하고 정부와 기업의 접점에서 다양한 수요 절감 프로그램을 안내하고 홍보해 기업이 에너지 다이어트 10 캠페인에 동참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에너지공급사는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국민이 자발적으로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면서 성과를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발굴해 운영할 것을 서약했다.

시민·종교단체는 에너지 다이어트 10 캠페인의 전국적인 확산을 위해 회원들이 앞장서기로 했고, 교육계도 학교 에너지 절약 교육에 관심을 가지면서 미래 세대가 에너지 절약을 생활화하는 데 기여하기로 했다. 국민 생활과 접점에 있는 백화점·마트·편의점 등은 매장 내에 에너지 절약 수요를 발굴하고 방문고객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펼친다.

이날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공공부문과 산업계가 먼저 에너지 다이어트를 결의하고 수요 절감 조치를 시행 중이지만, 전 국민의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 없이는 에너지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면서 “이번 에너지 위기는 그동안 구호에 그쳤던 에너지 절약을 행동으로 실현하는 기회이자, 우리 경제와 산업을 저소비·고효율 구조로 바꾸는 산업대전환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 30대 에너지 다소비 기업 효율 저조…전기요금 인상 필요

하지만 이러한 캠페인성 대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도 지난 6월 ‘시장원리 기반 에너지 수요 효율화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에너지 다소비 8대 업종, 30대 기업의 에너지효율 혁신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한 전기요금과 인센티브, 제도 운영 등 3가지 측면이 에너지효율 투자의 성과를 창출하는 데 한계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전기요금이 낮고 크게 변하지 않으면서 에너지 효율화 투자 시장에 가격신호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해 기업이 에너지효율을 개선할 수 있는 신호를 제공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전기 소비가 줄고 기업의 에너지효율이 개선되면 무역적자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전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기준 연간 전력 소비량을 10% 절감하면 에너지 수입액이 7% 감소해 상반기 무역적자를 59.0%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오르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지만,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제조업 부문 원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 통계에 따르면 제조업 부문 전기요금의 평균 원가 비중은 1.6%에 불과했다. 업종별로는 전자통신 1.5%, 석유정제 1.4%, 비금속 4.0%, 1차금속 3.2%, 자동차 0.8% 수준이었다.

산업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가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62%를 차지하는 산업부문의 에너지 소비량이 다른 부문에 비해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산업부문에서는 제조업의 에너지소비가 약 90%를 차지하며, 제조업 중에서는 철강과 석유화학, 정유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에너지 소비량 비중이 약 80%에 이른다.

특히 30대 기업의 39개 사업장의 에너지 소비량이 산업부문 에너지소비의 57%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사업장은 에너지를 연간 20만TOE(석유환산톤) 넘게 소비하는 대규모 시설들이다.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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