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금융그룹 역량 활용 ESG 경영 박차
금융상품 완전판매 노력…신뢰 회복 노력
초기 스타트업 투자…IPO 결실까지 ‘함께’

<편집자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은 이제 사회규범과 같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다.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신(新)국제경제질서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선진국들은 기후공시와 공급망 규제 등 ESG의 기준을 강화해 새로운 무역규제의 칼로 들이밀 태세다. 결론 도출이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도 일부 대기업와 같이 잘못된 조직문화, 비도덕적 마케팅, 경영진의 갑질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비판이 무섭다. 한번 잃은 신뢰를 다시 얻기가 쉽지 않다. ESG경영의 중요성은 이제 경영전반에 전방위적으로 파고들고 있으며 그동안의 논의도 ESG를 ‘왜’(Why)’ 하는 지의 차원을 넘어 ‘무엇을(What)&어떻게(How)’ 하느냐로 확산하고 있다. 그 중심에서 가장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은 당연 최고경영자(CEO)다.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과 시대적 요구에 맞춰 2022년 ESG경영에서 큰 성과를 거둔 기업과 CEO를 선별, 집중 조명한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출처=한국투자증권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출처=한국투자증권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ESG 경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해 판매책임 이슈가 불거진 부실 사모펀드에 대해 투자 원금을 전액 보상하며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투자업계 신뢰 회복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그룹 차원의 청년기업 투자 확대를 통한 사회 공헌 활동에 나서고 있다.

금융사 ESG 핵심 ‘고객’ 중심 기업문화 확립

한국투자증권은 고객 중심의 기업문화 확립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일문 사장은 지난해 6월 판매 책임 이슈가 불거졌던 부실사모펀드 10개 상품에 대한 투자 원금 전액을 보상하기로 결정하고, 이후 2개월에 걸쳐 모든 보상을 마무리했다. 단기적인 이익보다 금융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선제적인 결정이다.

일회성 보상에 그치지 않도록 회사의 내부 통제 기준을 강화하고 부실상품에 대한 명시적 보상 기준을 함께 수립하기도 했다. △상품선정위원회의 기능과 책임을 강화하고 △투자상품 사후관리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한편 △상품 판매 관련 직원 교육과 감사의 확대 △관련 평가보상 시스템을 개편하는 등 영업관행 전반에 걸친 혁신에 나섰다.

정 사장은 재무적 성장을 이어가면서도 비재무적 요소인 사회와 환경 관련 이슈에서도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먼저 석탄 관련 투자 중단을 선언하면서 금융권의 탈(脫)석탄 흐름을 이끌었다. 지난해 4월부터는 환경부로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조성자로 선정돼 탄소배출권 관련 신설 부서인 ‘카본솔루션부’를 통해 탄소배출권 관련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4월엔 ‘자발적 탄소배출권에 대한 자기매매 및 장외거래 중개 업무’를 부수업무로 신고했다. 최근엔 한국중부발전과 자발적 탄소시장 배출권 사업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도 체결하는 등 정 사장은 ESG 경영을 강화하는 한편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도 나서는 모습이다.

일관성 있고 체계적인 ESG 사업 추진을 위해 ESG 관련 최고 의사결정기구 ‘ESG위원회’도 갖췄다. 정일문 사장과 사외이사 2인이 ESG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ESG위원회는 △친환경 기업투자 △ESG 채권 인수·상품출시 △동반성장·상생가치 실현 △포용적금융·사회공헌 확대 △지배구조 우수기업 상품개발 투자 등을 중점사안으로 다루고 있다. 비재무적 요소인 사회와 환경 관련 이슈에서 책임을 다하고 사회적 가치 창출을 선도하는 금융회사로 자리매김하는데 모든 역량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정 사장은 “세상의 가치 기준이 바뀌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면서 “한국투자증권은 오로지 고객 입장에서 바라보고, 생각하고, 실행하면서 대한민국 자본시장 발전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청년 기업가 숨 통 트는 한국투자AC…매년 150억 규모 투자 계획

올해는 특히 지주 차원에서의 노력이 돋보인다. 한국금융지주는 올해 청년 기업을 위한 재무적 투자와 경영 컨설팅을 제공하는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를 설립했다. 기업금융(IB) 부문에서 다년간 쌓아온 사업 역량을 적극 활용해 청년 기업을 지원하고 실질적인 사회적 가치 창출에 앞장선다는 목표다.

액셀러레이터는 사업 개시 3년 미만의 초기 창업 기업을 발굴해 시드(seed) 투자, 사업공간 제공, 멘토링 등 창업 보육을 수행하는 전문기관이다.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는 지난 15일 ‘한투 바른동행 셰르파 제1호’ 펀드를 결성하며 첫 사업을 시작했다.

이 펀드는 엑셀러레이터 펀드 중에서는 최대 수준인 150억원 규모로 결성했다. 책임 투자와 사회공헌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정부 정책자금의 투입 없이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한 한국투자금융그룹 계열사의 출자로만 구성했다.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는 앞으로도 매년 청년 기업에 15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이 밀집해 있는 서울 테헤란로 인근에 창업 보육 공간인 ‘플랫폼 365(Platform 365)’도 마련했다. 청년 창업가들이 각자의 꿈과 목표를 위해 365일 무한한 가능성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창업부터 후속투자까지 실질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원스탑 플랫폼(One-stop Platform)을 지향하는 공간이다.

2개 층 1600㎡(약 480평) 규모로 최대 30여개 기업이 입주 가능하며 제반 설비 일체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사무공간 외에도 공용 미팅룸과 대형 컨퍼런스홀, 1인 기업을 위한 ‘포커스룸’ 등을 갖추고 있으며, 향후 1개층(약 200평 규모)을 추가로 확대하여 더 많은 청년 기업에게 보금자리를 지원할 계획이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은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 설립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대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액셀러레이터가 자금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점에서 사회 공헌의 성격을 띄기 때문이다.

그룹 관계자는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걸로 사회에 공헌하자’는 김남구 회장의 제언에서 시작해 액셀러레이터를 설립하게 됐다”며 “그룹의 역량을 활용해 초기 기업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으로 성장하는 기업의 생애 주기 전 사이클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액셀러레이터를 통한 창업 지원은 금융그룹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동시에 계열사 간 시너지를 이용해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가 창업 초기 기업을 발굴ᆞ육성하면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는 한국투자파트너스가 바톤을 이어 받아 후속 투자를 지원한다. 그리고 중견 기업으로 성장한 후에는 한국투자증권과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 등이 나서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을 조력하는 방식이다.

jdh@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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