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비우고 지구를 구하라 ➅]미션 임파서블 - “굶을 수도 없고”...음식 쓰레기는 일상 그 자체
[냉장고 비우고 지구를 구하라 ➅]미션 임파서블 - “굶을 수도 없고”...음식 쓰레기는 일상 그 자체
  • 송철호 기자
  • 승인 2020.03.2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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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줄일 수 있지만 없앨 수 없는 ‘음식 쓰레기’
특별한 날과 평범한 날...“매번 한계 느낀다”
절대 혼자 할 수 없는 미션...인류 모두가 도전해야

한국인이 하루에 배출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약 1만5000여톤. 한사람이 매일 300그램 음식 또는 식재료를 버립니다. 버려진 음식물은 처리 과정을 거쳐 재사용하고 바이오가스 등으로 자원화가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너무 많이 버려지는 것이 문제입니다. 남은 음식과 사용되지 않은 식재료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환경적 문제,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버려지는 음식물 효율성에 대한 경제적 문제, 수많은 인류가 여전히 배고픔에 시달리는데 한편에서는 많은 음식이 버려진다는 관점에서의 윤리적 문제가 발생합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지금보다 덜 만들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숙제가 무엇인지. 그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과 단체, 기업과 사회가 각각 또는 함께 실천해야 할 일들은 무엇인지 열 차례에 걸쳐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한식 상차림도 꼭 필요한 음식만 정갈하게 준비하면 음식 쓰레기를 최소화할 수 있다. (송철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한식 상차림도 꼭 필요한 음식만 정갈하게 준비하면 음식 쓰레기를 최소화할 수 있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송철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송철호 기자] 쓰레기 없이 살아보는 ‘기자들 체험기’라고 할 수 있는 그린포스트코리아 [미션 임파서블]이 다양한 도전과 한계, 과거에 대한 후회 속에 연재되고 있다. 이번에는 [냉장고 비우고 지구를 구하라] 연재와 연계해 지난 한주 ‘음식 쓰레기 없이 살아보기’에 도전해 봤다.

먼저 음식 쓰레기 없이 살아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떠오른 생각은 ‘적게 먹기’였다. 기본적으로 적게 먹어야 적게 버릴 수 있다는 아주 단순한 생각이지만, 높은 성공률을 보장할 수 있는 시도라고 여긴 것.

적게 먹는 방법에는 식사 횟수 자체를 줄이는 방법과 식사 때 먹는 양을 줄이는 방법이 있었다. 원래 아침 식사를 잘 하지 않는 기자는 일단 이 습관을 유지했다. 평소에는 아침 식사를 하지 않을 때 ‘건강에 좋지 않은 거 아닐까?’,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 거 아닐까?’ 등과 같은 걱정을 가끔씩 했다면, 지난주는 미션을 성공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성취감까지 얻을 수 있었다.

다음 시도는 최근 위염, 장염 증세로 고생을 했었고 코로나19로 인해 식당을 이용하기 싫다는 생각까지 더해져 점심 식사를 아주 간단하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것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일단 장염 후유증으로 입맛이 없었고 코로나19에 대한 대응도 할 수 있어 바로 실천에 들어갔다.

기자실에 비치된 컵라면, 편의점 도시락 등 혼자서 신속하게 먹을 수 있는 메뉴를 골라 점심 식사를 해결했다. 평소 컵라면 국물은 일부 버리고 도시락 반찬도 항상 조금씩 남기던 습관을 갖고 있었지만 지난주에는 매번 그릇을 깨끗하게 비웠다. 다소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 지점에서 바로 깨닫게 된 것은 한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음식 줄이기 도전의 한계였다. 기본적으로 기업이나 식당에서 공급하는 음식은 양이 정량화돼 있어 남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게다가 내가 억지로 다 먹는다 해도 이 음식을 만들기 위해 식재료가 얼마나 사용됐고 버려지는지에 대해서도 통제할 수 없다는 것.

맞춤형 도시락을 싸서 출근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직장인들에게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이 도시락이 경제적인 관점에서라면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내가 음식 양 등을 통제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효율적이지 못하고 편의점이나 식당에서 적당한 양의 음식을 찾아보는 게 오히려 더 낫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혼자 시도할 수 있는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방법으로 점심 식사 때 컵라면이나 도시락 등 간단하고 양이 적은 음식을 혼자 먹어봤다. (송철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혼자 시도할 수 있는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방법으로 점심 식사 때 컵라면이나 도시락 등 간단하고 양이 적은 음식을 혼자 먹어봤다. (송철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딸이 좋아하는 볶음밥. 먹다가 남겨서 잘 보관 후 다음 식사 때 다시 줬지만 처음보다 맛이 떨어졌는지 결국 또 남겼다. 아이 정량을 맞춰주기 쉽지 않고 예전처럼 아이 남은 음식을 기어코 먹을 부모도 많지 않다. (송철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딸이 좋아하는 볶음밥. 먹다가 남겨서 잘 보관 후 다음 식사 때 다시 줬지만 처음보다 맛이 떨어졌는지 결국 또 남겼다. 아이 정량을 맞춰주기 쉽지 않고 예전처럼 아이 남은 음식을 기어코 먹을 부모도 많지 않다. (송철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 어린 딸, 음식 쓰레기 줄이기 최대 복병

그나마 앞서 언급한 시도들은 혼자서 계획하고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었고 다소 단순한 방법이라 성공률도 높았다. 문제는 혼자가 아닌 타인 또는 가족과 함께 하는 식사에서 발생했다. 

점심 때 업무상 만난 사람과 식사에서 식당이 제공한 여러 반찬을 다 먹지 못했고 오히려 선호하는 반찬을 추가하기까지 했다. 개인에게 제공된 밥과 국물은 완전히 비웠지만 상대가 남기는 국물 등에 간섭할 수는 없었다. 상대 밥그릇에 붙어 있는 밥알 몇 개도 유독 거슬렸다.

그래도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 식사나 휴일 식사는 상황이 나았다. 아내와 딸에게 이번 미션을 이미 설명했고 먹을 만큼 식사를 준비해 절대 남기지 말자고 당부했다. 하지만 그 ‘먹을 만큼’의 기준은 상당히 애매했고 어린 딸은 이 미션을 성공하는 데 가장 큰 복병이었다.

일단 아이는 선호하는 음식에 따라 먹는 양이 천차만별이었다. 특히 적게 주면 더 달라고 하고 더 주면 그걸 기어코 남기는 경우가 많았다. 가족과 함께 하는 이번 미션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꽤 오랜 기간 기업이나 식당급 정량화와 매뉴얼 작업이 필요해 보였다. 이 부분은 기업이나 식당이 대중을 상대로 정량화하는 것에 비해 가족만 상대로 하는 것이라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있다.

아울러 음식 쓰레기는 남기지 않는다고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식재료를 다듬고 요리하면서 음식을 먹기도 전에 발생하는 음식 쓰레기가 생각보다 많았다. 이 부분은 요리를 거의 해본 적이 없고 주로 먹는 데만 집중했던 기자가 그동안 막연하게 인지했던 것이라 직접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 쉽지 않았다.

아내에 따르면, 식재료 장기보관으로 유통기한을 넘기는 경우가 있다. 마트나 인터넷 쇼핑으로 저렴한 식재료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가족은 비교적 식성이 좋지 못하고 남편은 집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아까운 식재료를 버리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

이 부분은 음식 양 정량화 작업과 병행해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족이 하루, 한주, 한달 먹는 양을 최대한 정확하게 파악하고 식재료 또한 소량으로 구매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식재료를 개봉 후 냉장보관할 때 개봉한 날을 적어 붙여놓는 방식이 좋아 보인다.

아내는 “대량으로 구매하는 것이 저렴한 게 사실이지만 그러다 버려지는 것을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소량으로 필요할 때 자주 구매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식재료 구매부터 요리, 그리고 최종 식사까지 가족 모두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요즘은 가족 행사 때 부모님 중심으로 파스타나 스테이크 등 한식 외 음식들, 심지어 배달음식도 많이 먹는 분위기가 조성돼 음식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여지는 예전보다 한층 넓어질 수 있다고 생각된다. (송철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요즘은 가족 행사 때 부모님 중심으로 파스타나 스테이크 등 한식 외 음식들, 심지어 배달음식도 많이 먹는 분위기가 조성돼 음식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여지는 예전보다 한층 넓어질 수 있다고 생각된다. (송철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 한국 특유의 넉넉한 상차림 문화

반복되는 일상에서 당장은 어렵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노력을 기울이면 향후 음식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여지를 찾아낸 것이 성과라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음식 쓰레기 없애기, 아니 줄이기 미션은 변수가 정말 많고 한국 특유의 음식 문화까지 더해져 개선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계속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평범한 일상이 아닌 명절이나 생일 등의 특별한 가족 행사 때 발생하는 음식 쓰레기는 불가항력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기본적으로 명절 등 특별한 날 한식 상차림은 반찬 가짓수가 많다. 모이는 사람들도 많고 음식을 만드는 사람도 많다. 당연히 음식 양을 예측하기가 어려우니 다소 넉넉하게 음식을 준비하게 된다. 이런 상차림은 정량화시킨다는 게 불가능하고 한국 특유의 넉넉함을 추구하는 문화가 그대로 반영돼 더 어렵다.

조금 소박해 보이고 그릇이 많이 사용되더라도 필요한 양만큼 작은 접시와 작은 냄비에 차려 먹는 방식으로 그나마 남는 음식을 최소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방식은 그릇 준비와 음식 배분, 그리고 설거지 등에 노동력이 훨씬 더 필요하지만 넉넉하게 만들어도 나중에 남는 음식을 깨끗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어 각 가정으로 돌아갈 가족들에게 나눠줄 수 있다. 

요즘은 가족 행사 때 부모님 중심으로 파스타나 스테이크 등 한식 외 음식들, 심지어 배달음식도 많이 먹는 분위기가 조성돼 음식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여지는 예전보다 한층 넓어질 수 있다고 생각된다. 과거와 달리 찌개류 등도 각자 작은 그릇에 나눠 담기 때문에 한국 특유의 상차림 문화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주 아버지 생신 상차림도 과거와 달리 소박하게 차렸다. 최근 몇 년 가족 생일 행사는 외식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생일 상차림도 아침용으로 미역국 등 꼭 필요한 음식 위주로 소박하게 준비하게 됐다.

간단한 요리 하나를 해도 식재료를 손질할 때 많은 양의 음식 쓰레기가 발생한다. 그나마 음식 쓰레기로 분류되는 건 다행이고 그렇지 않은 껍데기류도 많다. (송철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간단한 요리 하나를 해도 식재료를 손질할 때 많은 양의 음식 쓰레기가 발생한다. 그나마 음식 쓰레기로 분류되는 건 다행이고 그렇지 않은 껍데기류도 많다. (송철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한번씩 냉장고 정리를 하면 은근히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들이 있다. (송철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한번씩 냉장고 정리를 하면 은근히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들이 있다. (송철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 절대 가볍지 않은 작은 실천이 중요

지난 한주 동안 음식 쓰레기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시도를 해보면서 깨달은 것은 생각보다 음식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는 획기적인 방법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양 조절도 쉽지 않았고 양을 떠나 간단한 요리 하나를 해도 감자, 고구마, 당근, 파 등을 손질할 때 음식 쓰레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게 싫어서 외식을 하거나 손질된 식재료를 구매한다는 생각도 아주 짧게 해봤지만, 어차피 나와 내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음식을 만들 때 음식 쓰레기를 만드는 것은 마찬가지라 큰 의미가 없었다.

결국 과거부터 내려져 온 상차림 문화를 꾸준히 바꾸는 것, 무엇보다 요리를 하기 전에 훨씬 더 부지런해져야 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더 세밀한 장보기 계획을 세우고 가족들 식성 등을 파악해 상을 차릴 때도 더 많은 그릇을 사용해 조금씩 덜어 먹는 습관이 생겨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말은 쉽지만 너무 귀찮고 어려운 일이다. 특히 절대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고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들도 함께 협조해줘야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식문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다. 금연, 금주보다는 쉬울 수 있다.

한 요리 전문가는 “이런 음식 쓰레기 줄이는 식문화는 현대인이 가장 중요시 여기는 건강과 다이어트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특히 음식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 환경에 도움을 준다는 생각뿐만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돈을 아낄 수 있는 수단이라는 생각을 함께 한다면 이런 음식 쓰레기를 줄이는 시도들이 덜 귀찮고 소중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음식물쓰레기 RFID 종량기’를 설치하는 지역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등 이제 음식 쓰레기를 버린 만큼 돈을 지불해야 하는 시대다. 큰 액수가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과잉으로 식재료를 사는데 나가는 돈까지 감안하면 가볍게 여길 금액은 아닌 것 같다.

사실 이번 [미션 임파서블] 최대 성과는 지난주에 음식 쓰레기를 비교적 많이 줄였다는 부분이 아니었다. 스스로 시도하면서도 깨달을 수 있었고 더 나아가 가족들과 함께 ‘환경 문제’를 고민해 봤다는 데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어린 시절 편식을 하거나 음식을 남기면 흔히 들었던 “지금 이 시간에도 아프리카 아이들은 굶어서 죽고 있다”거나 “농민들이 이 음식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고생을 한다”는 식의 다소 막연하고 감정적인 충격요법을 딸에게 사용하지 않고, 이런 음식 쓰레기 줄이기 시도와 고민을 통해 실질적으로 환경 위기감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미션 임파서블]의 마지막 시도는 딸과 함께 음식 쓰레기를 버리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딸은 이런 가족의 귀찮은 노력을 ‘놀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독자들도 일단 가볍게 ‘음식 쓰레기 없애기’에 도전해 보는 것이 어떨까? 절대 가볍지 않겠지만...

이번 [미션 임파서블]의 마지막 시도는 딸과 함께 음식 쓰레기를 버리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딸은 이런 가족의 귀찮은 노력을 ‘놀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송철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이번 [미션 임파서블]의 마지막 시도는 딸과 함께 음식 쓰레기를 버리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딸은 이런 가족의 귀찮은 노력을 ‘놀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송철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song@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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